최태원 회장, SK하이닉스 '격주 회의'에 이례적 참석...왜?
유례없던 일...그룹 내 SK하이닉스 비중 커
2024-01-29 한주엽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SK하이닉스 경영진 회의를 직접 챙기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정통한 관계자는 29일 "최태원 회장이 올 초부터 격주 일정으로 SK하이닉스 경영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면서 "그룹 회장이 특정 계열사 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 회장이 격주 회의에는 참석하지만, 실질 회의 주재는 올 3월 주총 이후부터 단독 대표이사에 오르는 곽노정 사장이 한다"면서 "본부장 등 경영진이 안건을 발표하는 식으로 이뤄지며 최 회장은 주로 듣기만 하는데, 경영진들이 긴장을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경영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내실을 갖추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해현경장'(解弦更張 : 거문고 줄을 고쳐 매다) 자세를 주문했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SK그룹은 그 동안 한 달에 한 번 평일에 개최하던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를 2주 간격으로 토요일에 열기로 했다. 회의에선 신임 최창원 수펙스 의장을 중심으로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참석해 경영 전반을 논의한다. 토요 회의를 다시 시행하는 것은 2000년 7월 주 5일 근무제 도입 이후 24년 만이다.
그룹 수뇌부의 이런 움직임과는 별개로 총수가 계열사 중 하나인 SK하이닉스 경영 회의에 격주로 참석하는 배경에 관심이 많다.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 만큼 크기 때문 아니겠느냐"면서 "많을 때는 그룹 전체 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고, 지난해에는 SK가 경험하지 못했던 반도체 '초불황'에 따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쪽을 챙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불황으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7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최 회장의 회의 참석은 오는 3월 주총 이후 단독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는 곽노정 사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일부 있을지도 모르는 공백을 채우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가 느끼는 위기감을 핵심 계열사 경영진에 보여주려는 측면이 있다"면서 "격주 회의 참석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모르겠으나 직접 듣고 배우고 뜯어보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조직 쇄신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디일렉=한주엽 기자 powerusr@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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