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발전소'...국내 가상발전소 시장 열린다
2월 26일 제주 재생에너지 시범 사업 본격 시행
유럽,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주요국 정부 주도로 추진
VPP 시장 2028년까지 56억달러 규모로 성장 전망
2024-02-01 이민조 기자
오는 26일 시행되는 제주도 재생에너지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국내 가상발전소 시장이 개화할 전망이다. 가상발전소는 풍력, 태양광 등 분산된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을 효율화하고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결하고자 도입됐다.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는 가상발전소를 정부 주도하에 시행해왔다. 국내도 지난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제정되며 VPP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1일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발전소(VPP) 시장이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25%를 기록하며 56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가상발전소는 ‘발전소 없는’ 발전소다. 발전 설비 없이 태양광, 풍력 등 분산된 에너지원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발전기처럼 운영하는 통합관리 에너지 시스템이다.
VPP는 분산형 자원의 수요에 따라 공급을 조정할 수 있다. 풍력, 태양광 등 분산되는 신재생에너지는 날씨, 시간대, 계절 등에 따라 에너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 VPP는 발전량과 사용량을 예측하고 남는 전력을 ESS 등에 저장 후 필요할 때 공급해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
VPP 시장은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이미 진행되어 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독일은 ‘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하며 전력 중개사업자의 도매시장 참여와 소규모 전력사업자 활성화 방안을 통해 VPP 시장의 참여를 지원했다. 영국은 2018년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을 기반으로 VPP 사업자가 전체 발전용량의 6%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도 전력시장 규정 일부를 개정했다. 2020년 중개사업자의 분산자원 도매시장 참여를 허락했다. 또한, 전기자동차, 변동성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소규모 에너지원을 분산자원으로 고려하며 시장을 개방했다.
중국은 중앙 부처에서 VPP 관련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2년 7월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VPP를 통해 풍력, 태양력 등 신전력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신전력을 이용한 가상발전의 경우 전력 부하량 처리 비용이 낮은 까닭에서다. 전력 부하량 5% 처리 기준 화력 발전소에서 요구되는 비용은 4000억위안이나 가상발전 처리비용은 85% 낮은 약 600억위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제도’를 통해 분산자원 전력시장이 시작되긴 했으나 이후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통과하며 VPP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주 재생에너지 시범사업이다. 정부는 시범 사업을 오는 26일 시행한다. 제주도 재생에너지 시범 사업은 ‘하루전, 실시간 시장' 개설을 통해 예측한 재생에너지의 가격입찰 및 전력시장 참여를 허용해 재생에너지를 주요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돕는 제도다. 이를 위해 전력중개업자들에게 전력량을 예측해 유사한 수준으로 예측에 성공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전력 예측 제도’를 운영한 바 있다.
다만, 분산에너지법은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있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원전 확대에 따른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하는 방법, 도매전력시장 개편과 분산법 관련 법령의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기한 바 있다.
디일렉=이민조 기자 lmj2@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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