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식각가스 대격변…제논·크립톤 줄이고 '아르곤' 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소재 가격 급등 영향
삼성전자 낸드 일부 공정에는 이미 아르곤 가스 적용 중
2024-02-13 노태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차세대 낸드플래시 모멘텀 가스로 아르곤을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모멘텀 가스로는 제논, 크립톤 등 희귀 가스가 사용됐다. 양사가 아르곤을 모멘텀 가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논과 크립톤의 가격은 러-우크라 전쟁 이후 10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은 3D 낸드 딥 홀 에칭에 사용되는 모멘텀 가스를 아르곤으로 대체하는 방안 추진하고 있다. 기존 3D 낸드 딥 홀 에칭에는 삼성전자의 경우 제논, SK하이닉스는 크립톤을 각각 사용했다.
제논과 크립톤 등 모멘텀 가스는 3D 낸드의 채널 홀을 뚫는 공정에 사용된다. 구체적으로는 옥사이드층 식각을 위한 식각 가스를 깊은 홀에 넣기 위해 쓰인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모멘텀 가스로 반응성이 낮은 비활성 기체(제논, 크립톤)를 채택해왔다. 식각 시 의도하지 않은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한 프로세스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곤도 비활성 기체의 일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르곤 가스가 본격 도입되는 시점은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의 신규 식각 장비가 도입되는 때"라며 "현재 (삼성전자) 낸드 7세대 딥 홀 에칭에 아르곤 가스를 일부 사용하고 있지만 그 양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TEL 신규 식각 장비가 도입되면 제논, 크립톤 등 희귀 가스의 사용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TEL 신규 식각 장비를 낸드 10세대 이후 제품부터 도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TEL 관계자도 "(우리가 만드는) 차세대 식각장비에는 아르곤 가스와 불화탄소(CF) 계열 가스, 그리고 새로운 레시피의 가스가 사용된다"고 말했다.
TEL이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식각 장비는 300단 이상 낸드 제품에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TEL의 신규 식각 장비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 반입돼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식각 장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극저온에서 식각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또, 직류(DC) 펄스를 탑재하기도 했다.
TEL은 지난해 6월 개최된 2024자체회계연도 1분기(2023년 4월~6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극저온 에칭을 사용하면 한 번에 128개 이상의 레이어를 에칭할 수 있다"며 "이번 (장비 개발) 성과가 TEL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아르곤을 모멘텀 가스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제논과 크립톤의 가격 등락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제논과 크립톤은 공기 중에 각각 0.000009%, 0.00011% 가량 포함돼 있는 희귀 가스로 우크라이나가 주산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전세계 희귀 가스 생산량의 70% 이상을 생산해왔다. 때문에 러시아와 전쟁 영향으로 제논과 크립톤 가격은 한때 10배 이상 가격에 수입됐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및 수급 영향으로 대체 물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가스 업계 관계자는 "아르곤이 대체 물질로 채택된 데에는 성능적인 측면보다 가격 및 수급적인 영향이 크다"며 "모멘텀 가스로의 물성만 놓고본다면 제논과 크립톤이 더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TEL 장비에는 아르곤을 모멘텀 가스로 사용해도 공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TEL의 신규 식각 장비를 채택하게 되면 램리서치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낸드 딥 홀 에칭에는 주로 램리서치의 식각 장비가 쓰였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tmnoh@bestwatersport.com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장·ICT·게임·콘텐츠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