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위기의 한국 게임업계, '숫자' 아닌 '재미'부터 고민하라

2024-02-15     김성진 기자
한국 게임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주요 게임회사들이 발표한 실적은 지난해 대비 적지 않은 감소세를 보였다. 연이어 들려오는 조직개편과 감원의 매서운 한파에 게임업계는 바짝 얼어붙은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게임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규제 방안은 게입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사후약방문 격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업계 관계자들이 포함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게임산업 진흥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어떤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국내 게임업계가 처한 위기의 근원은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게임회사로서의 '기본'에 충실하지 않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문화요, 콘텐츠다. 게임회사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높은 완성도의 게임성을 가장 중요한 기본가치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국내 게임업계는 '숫자'(매출 확대)에 심취해 안주해왔던 게 사실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쉽고, 짧은 기간 동안 큰돈을 벌며 단숨에 올라간 높은 자리가 기본을 잃게 만든 것 아닌가? 팬데믹 이후 시장 트렌드가 변화되고 이용자들의 플레이 패턴과 성향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었으나 재무제표에 기록되는 숫자에 몰두했던 건 아닌가? 그러는 사이 중국 게임들이 몰려와 국내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위기는 게임업계가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굴지의 여러 게임회사들부터 그렇다. 이 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규모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에 집착하면서 흔히 말하는 '리니지 라이크'를 양산했다. 물론 대중적 인기 장르의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매출 확대=절대 지상과제'라는 흐름 속에서 다양성은 배제됐고 리스크는 회피했다. 표면적 외형적 성장과 달리 무너지는 내부를 모른 척 했다. '아이디어 고갈'도 문제다. 게임회사들이 지식재산권(IP)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건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 최근 많은 게임사가 실적발표와 함께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지식재산권 게임을 라인업으로 올렸다. 국내외에서 유명한 원작을 바탕으로 게임을 제작하면 마케팅 효과를 높이는 방안이긴 하다. 그러나 게임의 완성도와 별다른 관련은 없다. 오히려 원작의 설정에 갇혀 자유로운 기획의 제한이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의 하나일 수 있겠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위한 해결책으로 인정하기란 힘들다. 머리 아픈 시스템 기획보다 이슈 중심의 쉬운 길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위기의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현재 문체부의 태스크포스 내에서 국산 게임의 해외 시장 진출과 중소게임사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정부의 역할은 말 그대로 지원이다. 정부가 아무리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아도 '좋은 게임'을 만들어내는 건 전적으로 게임사들의 몫이다. 결국 핵심은 기본에 있다. 게임의 기본은 '재미'다. 해외 게임회사와 이용자들이 한국 게임에 가장 원하는 것도 '재미'다. 게임회사답게 매출 증대보다 재미를 최우선으로 하는 고민이 진짜 글로벌 경쟁력의 시작일 것이다. 

디일렉=김성진 전문기자 harang@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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