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결산⑤] 중국 vs 미국·유럽, 통신 기술 주도권 경쟁 ‘점화’…배경은?

화웨이 ‘5G 고도화’ vs 에릭슨·노키아·삼성전자 ‘오픈랜’ 韓美 등 10개국 ‘6G 공동선언문’ 발표 스마트폰, ‘삼성전자 vs 중국 업체’ 구도 지속

2024-03-08     윤상호 기자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MWC 바르셀로나 2024(MWC24)’를 2월26일부터 29일까지(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했다. 이 행사는 모바일 업계 최대 행사다. MWC24는 27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205개국 10만1000명이 관람했다.  MWC24 주제는 ‘미래가 먼저다(Future First)’이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그 이후(5G and Beyond) ▲모든 것의 연결(Connecting Everything) ▲인간화하는 인공지능(Humanising AI) ▲제조업 디지털 전환(DX) ▲게임 체인저(Game Changers) ▲디지털 DNA(Our Digital DNA) 등을 논의했다. 올해 행사는 중국 기업과 다른 기업의 주도권 대결이 두드러졌다. 정치적 갈등이 경제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통신 인프라(기반 시설) 구축과 차세대 통신 표준 등이 격전지로 떠 올랐다. 중국의 부상에 미국과 유럽이 반격에 나섰다. 화웨이는 올해를 ‘5.5세대(5.5G) 이동통신의 원년’이라고 선언했다. 5.5G는 세계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의 릴리즈18 표준 ‘5세대(5G) 이동통신 어드밴스드’의 화웨이식 표현이다. 화웨이에게 5G 고도화 촉진은 현재의 매출뿐 아니라 미래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1위를 지키고 있다. 통신장비는 한 번 도입하면 교체가 쉽지 않다. 여러 세대 서비스를 동시에 하는 통신사가 많아 각 장비 호환성이 중요해서다. GSMA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월 기준 261개 통신사가 5G를 상용화했다. 5G 단독모드(SA)를 제공하는 통신사는 47개다. 
에릭슨
화웨이 장비로 5G를 시작한 통신사가 5G어드밴스드도 화웨이로 가면 6세대(6G) 이동통신 역시 화웨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화웨이 의존도를 낮추려면 새로 이전 세대 통신장비까지 교체해야 한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미국 영국 등 정부의 화웨이 장비 배제 정책에 통신사가 반발한 이유다. 세계 2위 통신장비사 에릭슨은 MWC24를 통해 개방형 무선접속망(Open RAN, 오픈랜) 사업을 본격화했다. 오픈랜은 통신장비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표준화하는 것이 목표다. 에릭슨의 동참으로 화웨이·ZTE 등 중국 통신장비사를 제외한 유력 통신장비사가 모두 오픈랜에 뛰어들었다. 오픈랜은 통신사가 통신장비사 종속을 벗어날 수 있는 기술이다. 서로가 기존 고객사(통신사) 기득권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통신사는 화웨이를 공급망에서 제외할 기회를 에릭슨·노키아·삼성전자는 화웨이 고객사를 노릴 기회를 손에 넣었다. 또 미국·한국·호주·캐나다·체코·핀란드·프랑스·일본·스웨덴·영국 10개국은 ‘6G 원칙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6개 원칙에 합의했다. ▲국가 안보 보호 ▲사이버 보안 ▲개방적이고 투명한 글로벌 표준 구축 ▲오픈랜 및 인공지능(AI) 도입 ▲안전하고 복원력 있는 공급망 확보 및 세계 시장 경쟁 촉진 등이다.
바르셀로나
6G는 현재 후보 주파수 대역 선정 작업 중이다. 2030년경 상용화 전망이다. 5G 고도화는 현재 중국이 가장 앞서 있다. 이번 6G 원칙 공동선언문은 중국이 6G 표준을 좌우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녹아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은 중국 업체와 삼성전자의 대결이 이어졌다.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세계 10위권 스마트폰 제조사 중 중국 기업이 아닌 곳은 삼성전자와 애플뿐이다. 애플은 MWC에 나오지 않는다. 유럽은 중국 업체의 전략 시장이다. 중국 업체 프리미엄폰 유럽 판매를 늘리기 위한 홍보 자리가 MWC다. 올해는 샤오미와 아너가 MWC24 개막에 맞춰 신제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로 맞섰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반도체 설계(팹리스)사에게 이같은 상황은 딜레마다. 애플은 AP를 자체 수급한다. 퀄컴·미디어텍 등은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기 제조사 시장을 두고 싸워야 한다. 중국 업체는 규모가 커질수록 ‘제2의 화웨이’로 미국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삼성전자를 응원하기도 불안하다. 삼성전자는 AP 자급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일시에 위기가 오느냐 서서히 위험에 노출되느냐의 문제다. 한편 ‘MWC 바르셀로나 2025(MWC25)’는 2025년 3월3일부터 6일까지(현지시각) 열릴 예정이다. 올해도 세계 정치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갈등의 불씨도 그대로다. 각국의 선거 결과에 따라 이 불씨는 더 커질 우려도 있다. 이같은 정세가 MWC25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crow@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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