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식각장비사 에이피티씨 美마이크론 대상 영업력 확대
연내 미국 실리콘밸리에 법인 설립... R&D 기능도
2019-08-17 한주엽 기자
반도체 식각장비 업체 에이피티씨(APTC)가 미국에 연구개발(R&D)과 현지 잠재 고객사 영업을 담당할 전진기지를 설립한다.
최우형 에이피티씨 대표는 17일 “연내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다”면서 “북미 지역 최대 반도체 업체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현지 전문가를 두루 영입해 영업과 R&D를 동시 수행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익 잉여금으로 보유하고 자금 가운데 200억원 가량을 투입해 북미 시장 기술과 인력, 고객사를 섭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 대표가 언급한 북미 지역 최대 반도체 업체는 마이크론과 인텔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뒤를 잇는 세계 3위 메모리 업체다. 인텔은 전 세계 1위 종합 반도체 회사다. 에이피티씨는 최대 고객사인 SK하이닉스와 품목이 동일한 마이크론을 먼저 공략한 다음 인텔까지 고객사로 끌어들일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에이피티씨는 매출 대부분이 SK하이닉스에서 나온다. 고객사 다변화 활동을 추진해 매출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지속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최 대표는 강조했다. 다만 국내 메모리 칩 테스트 장비 업체 ‘U’ 사의 경우 마이크론과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3~4년간 공을 들였다. 에이피티씨도 가시화된 성과를 내놓으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R&D와 영업에도 역량을 쏟는다. 에이피티씨는 정밀도와 신뢰성을 높인 신형 폴리 식각장비 LEO WH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WH는 최우형 대표의 이름 알파벳을 머릿글자로 딴 것이다. 이 장비는 원자층 단위로 식각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z D램 생산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연말 혹은 내년 초 데모 장비를 공급하고 테스트를 거친 뒤 이르면 2021년 말, 혹은 2022년 양산 라인에 본격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대표는 “아직 개발 단계지만, 신형 장비 LEO WH는 북미 선진 업체의 신 장비와 비교했을 때 성능이 동등하게 나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기대가 높다”고 강조했다.
개발을 중단했던 옥사이드 식각 장비 개발에도 다시금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증착 공정에서 쓰이는 화학기상증착(CVD:Chemical Vapor Deposition), 원자층증착(ALD:Atomic Layer Deposition) 장비 개발도 추진 중이다. CVD 장비는 내년 개발 완료가 목표라고 최 대표는 말했다. 그는 “식각과 증착 장비를 모두 보유한 명실상부 종합 반도체 장비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에이피티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출액은 343억4500만원, 영업이익은 90억2400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6.2%, 38.6% 감소했다. 최 대표는 “올해 메모리 업황 악화로 고객사 투자가 전년 대비 대폭 축소됐지만, 우리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설적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사가 중국 우시 D램 공장에 장비를 들여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회사 연간 매출은 610억원, 영업이익은 211억원, 영업이익률은 무려 34.52%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수치는 48.4%, 66.1% 증가한 수치였다. 재무 상황도 탄탄하다. 올해 상반기 말 현재 에이피티씨 이익잉여금은 326억원 규모다.
국내에서 식각 장비를 만들어 양산 라인에 공급하고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를 제외하면 에이피티씨가 유일하다. 에이피티씨는 정부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 정책의 수혜를 톡톡히 본 대표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식각 장비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이 대부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