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텍 사장 등 구속기소... 삼성 OLED 기술 유출 혐의
위장법인 설립 후 3D 라미네이션 장비 16대 판매
2018-11-29 이수환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기술을 중국에 넘기려던 협력사 임직원 등 11명이 기소 됐다. 위장회사를 통해 기술자료와 설계도, 장비를 유출한 혐의다. 플렉시블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전 세계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9일 수원지검 인권·첨단범죄전담부(김욱준 부장검사)는 산업기술 보호 및 유출방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모바일 패널 제조 설비 등 디스플레이 장비를 제작하는 톱텍 사장과 전무, 설계팀장 등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톱텍 나머지 임직원 8명은 불구속기소다. 공범인 중국 업체 직원 2명은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올해 4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받은 플렉시블 OLED 패널 3D 라미네이션 관련 설비설명서, 패널 도면 등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을 중국에 넘기기로 공모했다. 이를 위해 위장법인인 B사를 설립했다. 일부 자료가 중국으로 넘어갔고 155억원 상당 이득을 얻었다. 8월까지 3D 라미네이션 장비 16대가 수출됐고 8대를 추가로 수출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3D 라미네이션은 엣지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을 위한 핵심 후공정이다. '엣지' 디자인 구현에 필수적이다. 이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약 6년 동안 38명의 엔지니어, 1500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개발했다. 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 핵심기술'이자 '첨단기술'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겪었던 시행착오 없이 곧바로 양산 수준 품질과 수율을 확보할 수 있는 생산 라인 구축이 가능하게 됐다.
톱텍은 지난해 매출 1조1384억원, 영업이익 2117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수주 절벽으로 매출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3D 라미네이션 기술과 관련 장비인 3D 라미네이터를 몰래 수출하기로 모의했다.
수원지검은 피고인들이 삼성디스플레이 납품용과 같은 장비가 중국에 수출되면 기술 유출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익을 위해 위장수출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톱텍 사장의 형수를 대표이사로 한 위장법인 B사를 설립, 자사 전무에게 B사를 운영하도록 했다. 수사기관의 눈을 피하려고 B사의 등기부상 소재지에 텅 빈 공장을 두고 협력업체 위장 간판을 단 공장에서 장비를 제작했다. 차명 휴대폰은 물론 사내가 아닌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수원지검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와 공조로 범행 전모를 밝혔다. 압수수색을 통해 수출 직전 3D 라미네이터 8대를 부산항만에서 압수했다. 범행으로 취득한 범죄수익금 전액에 대해 부동산, 예금채권을 추징보전청구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 조치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