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게임사 레드랩게임즈 '롬' 장기흥행 조짐...비결은?

레드랩게임즈의 처녀작...앱 매출 최상위권 유지 정체된 시장 전략...간소화 '전략' 통했다는 분석

2024-03-18     김성진 기자
신생 게임 개발사 레드랩게임즈의 대규모다중접속역할게임(이하 MMORPG) '롬'이 장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출시 한달 만에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에서 2위에 올랐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 가능한 대기업과 달리 신생 업체 게임이 한달 넘게 흥행하는 건 이례적이다.  18일 앱 데이터 전문사이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롬'은 3월 4~10일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2위에 올랐다.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는 13위를 기록했다. 구글플레이 기준으로 보면 '롬'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중국게임 '버섯커 키우기' 바로 다음 순위다. 이 작품은 지난 2월 27일 출시된 직후 한국과 대만에서 매출 상위권에 오르는 등 초반 흥행 몰이에 성공했으며, 한달 정도가 지나는 시점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PC버전은 포함되지 않은 모바일에 국한된 수치다. 업계에선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중소업체가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한다. 
'롬'의 흥행 비결은 기존 국내 MMORPG과 차별화를 둔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먼저, 레드랩게임즈는 과금 정책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롬의 경우 이용자가 게임을 이용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금을 하지 않아도 대략 60레벨까지는 어렵지 않게 육성이 가능하다. 한달 패키지 가격은 약 20만원 수준으로 다른 유사 장르의 타 게임보다 저렴한 편이다. 다른 작품과 직접적으로 결제 정책을 비교하기는 힘드나 고과금은 아니라는 평가다. 판매 전략에서도 눈에 띄는 게 있다. 바로 품목이다. '롬'은 게임 내에서 장비 아이템과 게임머니 골드를 직접 판매하지 않는다. 이용자는 상점이 아니라 게임 내에서 필드와 던전을 열심히 돌며 플레이를 해야 장비와 게임머니 골드를 획득할 수 있다.  일명 '작업장'에 대한 빠르고 강력한 대응도 흥행에 일조했다. 작업장은 게임 내에서 특정 재화나 아이템만 수집해 판매만 전문으로 하는 이용자 혹은 집단을 의미한다. 작업장은 기획자가 설계한 게임의 경제구조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하는 행위다. 또 작업장은 돈이 되는 재화와 아이템을 매크로 프로그램 등으로 무한 획득하고, 일반 이용자들이 게임 내 특정 구역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기 때문에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에 나쁜 영향을 준다. 일부 게임회사들은 작업장의 존재를 파악하고도 모른 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레드랩게임즈는 공지를 통해 7527개의 계정을 영구적으로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서비스 이용제한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행위를 철저히 막은 것. 레드랩게임즈가 18일까지 작업장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영구히 차단한 조치는 누적으로 13만4344개에 이른다. 또한 레드랩게임즈는 게임 내 거래소와 소포 시스템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최소 레벨을 최근 상향했다. 거래소와 소포 시스템은 게임 내에서 이용자들이 아이템 등을 편리하게 거래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지만, 불법적인 활동에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레벨을 올렸다. 게임의 초보자들은 이들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또한 작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이다. 게임의 콘텐츠를 따라가며 플레이하지 않고 특정 재화만 수집해 거래소 등으로 오로지 다른 이용자에게 판매만 하는 행동에 제한을 둔 것이다. 종합하자면, 레드랩게임즈는 이용자들이 게임 콘텐츠에 집중해 노력에 따른 보상과 성취감을 부여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힘들게 키운 자신의 캐릭터에 이용자는 애착을 갖도록 유도한 게 흥행 비결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롬은 기존의 유사 장르와 비슷한 듯 많이 다르다"며 "국산 MMORPG에 피로도가 높은 이용자들에게 어필할 여러 시스템과 정책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여러모로 현직 개발자들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디일렉=김성진 전문기자 harang@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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