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통위원장, 전환지원금 인상 압박…통신사·제조사, 울며 겨자먹기 ‘협력’
방통위원장, 22일 통신사·제조사 CEO 간담회 개최
정부, 4월 총선 염두 속도전…업계·소비자 불만 여전
2024-03-22 윤상호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차 통신사와 제조사에 전환지원금 증액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에 앞서 단말기유통법 시행령과 고시를 제·개정했다. 전환지원금을 신설했다. 통신사를 옮기면 최대 50만원을 줄 수 있다.
지난 14일 시행했다. 정부는 사업자 자율이라고 했지만 시행 1주일 동안 대통령실을 포함 다양한 채널로 통신사와 제조사의 전환지원금 확대를 유도했다. 정부의 조급증은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22일 방통위 김홍일 위원장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신사와 제조사 경영진을 만나 전환지원금 상향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통신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매우 크며 물가 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민생 안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최근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및 경쟁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전환지원금 정책과 관련해 사업자의 각별한 협조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통신사는 전환지원금을 요금과 기기에 따라 지난 19일 기준 4만4000원~13만원으로 책정했다. 사업 영향 검토와 전산시스템 개발이 끝나지 않았지만 정부가 채근해 서둘렀다.
지난 21일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되는데 과연 이것이 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측면에 대한 논의와 검토의 과정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라며 “자칫 잘못하면 실제로 국민 통신비는 올라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통신사가 정부 정책에 불만을 토로한 것은 이례적이다.
공개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다른 업체 마음도 LG유플러스와 다르지 않다. 이날 분위기도 무거웠다. 통신사와 제조사 경영진은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
그러나 반상권 방통위 시장조사심의관은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전환지원금에 관해 통신사가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고 제조사도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지원금 규모에 관해서는 또다시 공을 통신사와 제조사에 넘겼다. 최대치에 가깝게 올리라는 신호는 내비쳤다.
반 심의관은 “사업자와 제조사가 협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 희망 사항”이라고 전했다.
여전히 ▲단말기유통법을 폐지하면 전환지원금 근거가 사라지는 점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 악영향 등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반 심의관은 “유연하게 고려할 부분”이라며 “알뜰폰 기초체력 증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방통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방통위 가이드라인을 따른 통신사를 담합 협의로 조사 중인 건에 대해서는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crow@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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