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엔비디아보다 빛나는 ‘슈퍼스타’는?

'별 중의 별' AX 속도가 가른다

2024-03-26     장지영 발행인
별은 크게 두 종류다. 항성과 행성이다. 태양과 같은 항성은 자체 발광한다. 그 주변을 맴도는 지구와 같은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 항성의 빛을 반사할 뿐이다. 태양이 없으면 지구는 파란 별이 될 수 없다. 생명도 자랄 수 없다. 그래서 항성을 ‘별 중의 별’로 부른다. 이른바 ‘슈퍼스타’다. 지난주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회의(GTC 2024)는 누가 슈퍼스타인지 보여줬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인공지능(AI) 슈퍼칩 ‘블랙웰’을 공개하자 1만여 관객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예의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공개할 때 장면이 떠올랐다. 젠슨 황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블랙웰은 칩이 아니라 플랫폼의 이름”이라며 “엔비디아가 단순히 GPU칩 공급업체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처럼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여러 기업을 행성처럼 거느리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셈이다.
기술 혁명기에는 수많은 별이 탄생한다. MS,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은 지난 20년간 지속된 인터넷·모바일 시대에 빛난 슈퍼스타였다. 이들을 중심으로 태양계와 같은 여러 별 무리가 형성됐다. 스타 생태계는 순차적으로 만들어진다. 인터넷·모바일 시장 빅뱅을 돌아보면 AI 시대의 발전 방향도 가늠해볼 수 있다. 이른바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로 이뤄진 테크 생태계에서 가장 먼저 빛을 본 곳은 인프라였다. 인터넷 시대 초창기에 주목받은 스타 기업은 시스코였다. 인터넷 네트워크 구축 열풍에 라우터가 불티나게 팔렸다. 다음 단계는 디바이스 → 플랫폼 → 콘텐츠 등에서 슈퍼스타 기업이 탄생했다. 인터넷 모뎀을 단 PC 수요가 폭증했다. 인프라가 갖춰지자 구글, 애플, 아마존,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이 꽃을 피웠다. 그 위에서 쇼핑, 오락, 유통 등 생활 곳곳에서 혁신 서비스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AI 시대 초입인 지금도 비슷하다. 가장 먼저 인프라 기업이 떴다. 엔비디아, SK하이닉스 등 하드웨어 기업이 대표주자다. 오픈AI와 같은 소프트웨어 인프라 기업도 샛별로 부상했다. 디바이스 분야도 빅뱅 초입에 들어섰다. AI 스마트폰과 AI PC 등이 처음 등장했다. AI 로봇과 AI 자동차 개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디바이스, 플랫폼, 콘텐츠로 갈수록 스타가 탄생할 스페이스는 더욱 넓어진다. 인터넷·모바일 혁명기에서 가장 많은 슈퍼스타가 탄생한 곳도 서비스와 앱 콘텐츠 분야였다. 기회와 위기의 시대가 다시 열렸다. 엔비디아는 시작일 뿐이다. CPND 생태계에 무수히 많은 슈퍼스타가 부상할 것이다. ‘뜨는 별’이 있으면 ‘지는 별’이 있기 마련이다. AI 시대를 예비하고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전문기업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지금이라도 AI 전환(AX)에 속도를 내는 기업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옥석은 곧 가려질 것이다. 인터넷·모바일 시대에 노키아와 이마트가 지고, 애플과 쿠팡이 떴다. 그 이유를 되새겨봐야 한다. 변화는 시작됐고, 속도는 인터넷 시대보다 빠르다. 엔비디아보다 반짝이는 슈퍼스타는 누가 될까. AX 속도에 성패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