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봉착' TV 산업 새 돌파구...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FAST'가 뜬다
FAST, '광고 보지만 콘텐츠 무료로 실시간 시청' 특징
LG채널·삼성TV플러스·플루토TV 등 FAST 사업자 다양
'광고 없이 유료 시청'하는 기존 OTT 서비스와 차별화
북미·유럽 지역 중심으로 FAST 광고 매출 급성장 전망
2024-03-27 이기종 기자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가 떠오르고 있다. 무료 콘텐츠 플랫폼인 FAST가 국내에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북미와 유럽에선 넷플릭스 등 기존 유료 OTT(Over The Top)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FAST는 소비자가 광고를 보는 대신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콘텐츠를 공급하는 콘텐츠 제공업체(CP:Contens Provider)나 TV 업체 등은 FAST 사업을 통해 맞춤형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 TV(커넥티드 TV)를 통해 FAST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FAST 사업자는 소비자 시청 패턴을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맞춤형 광고를 기대할 수 있다.
FAST 서비스는 사업자가 정해진 편성표에 따라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특정 콘텐츠 시청시간의 처음과 끝을 정할 수 있는 OTT 서비스와는 다르다. 다만, 국내 소비자에게 FAST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복잡하기 때문에, 직관적 이해를 위해 FAST 서비스를 '무료 OTT'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FAST 서비스가 국내에는 낯선 개념이어서 소비자 이해를 돕기 위해 '무료 OTT'란 용어를 쓰기도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FAST"라며 "FAST 서비스는 콘텐츠를 편성표에 따라 실시간 스트리밍 형태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콘텐츠 시청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기존 OTT 서비스와 다르다"고 밝혔다. 실시간 스트리밍 강점이 부각되는 대표적 콘텐츠는 뉴스와 스포츠 중계 등이다.
2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세계 TV 기기 매출은 2027년까지 조금씩 역성장하는 반면, 온라인 동영상 광고 매출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전망에 따르면 TV 기기 매출은 2023년 990억달러에서 2027년 920억달러로 줄어들고, 온라인 동영상 광고 매출은 2023년 2000억달러에서 2027년 2880억달러로 늘어난다.
지난해 온라인 동영상 광고 매출 2000억달러 중 329억달러가 스마트 TV에서 나왔다. 스마트 TV 광고 매출 329억달러 중 FAST 플랫폼을 통한 광고 매출은 62억달러였다. 옴디아는 FAST 광고 매출이 2023년 62억달러에서 2027년 12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7년 전세계 TV 기기 매출 전망치(920억달러)가, 같은 해 FAST 광고 매출 전망치(120억달러)보다 여전히 높지만, 국내외 TV 업계에선 FAST 서비스 사업 성장성과 수익성에 주목한다.
연간 전세계 TV 출하량은 2억2000만대 내외, 그리고 프리미엄 TV 출하량은 2000만대 초반에 수년째 묶여 있지만, 이러한 스마트 TV의 '모수'는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전세계에 설치된 스마트 TV는 모두 12억5900만대로, 같은 해 전세계 TV 보급대수 19억7100만대의 64%였다. 최근 출하되는 TV 신제품에서 스마트 TV 비중은 90% 수준까지 올라왔다. 옴디아가 추정한 스마트 TV 1대에서 발생하는 광고 매출은 연 26.1달러다.
예외적인 지역이긴 하지만, 북미 지역에선 지난해 스마트 TV 광고 매출(약 240억달러)이 스마트 TV 기기 매출(약 200억달러)보다 많았다. 북미와 중남미 지역에선 이러한 FAST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과 서유럽 등 나머지 지역에서는 여전히 스마트 TV 기기 매출이 스마트 TV 광고 매출에 앞선다.
스마트 TV 광고 시장을 노리는 FAST 사업자 성격은 다양하다. 미디어 기업인 파라마운트글로벌의 플루토TV는 물론, TV 업체인 LG전자(LG채널)와 삼성전자(삼성TV플러스), 빅테크인 구글과 아마존, 유통업체인 월마트 등도 FAST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웹OS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으로 7500억원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무난하게 1조원을 달성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조주완 사장은 "현재 전세계 1억6000만명이 LG TV를 사용 중이고, 이러한 스마트 TV 안에는 웹OS가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FAST 플랫폼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모수'가 1억6000만명이란 의미다.
지난달 월마트가 TV 업체 비지오(Vizio)를 23억달러에 인수한 것도 스마트 TV 광고 매출 확대 차원이었다. 월마트는 이미 보유하고 있던 TV 브랜드 업체 온(ONN)에 비지오를 추가하면, 북미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전세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을 BOE 등 중국 패널 업체가 독과점한 상황도 국내 TV 업체에는 FAST 사업에 관심을 갖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중국 패널 업체는 LCD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LCD 패널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 TV 업체의 LCD TV 제조원가 상승과 TV 사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gjgj@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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