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주가 '100만원→10만원대'...리니지 성공에 취한 엔씨소프트의 추락

30년 온라인 서비스...온라인게임계의 리더 게임성이 아닌 사업적 운영...가장 큰 약점 '국내용'

2024-04-16     김성진 기자
엔씨소프트가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 게임 '리니지' 시리즈의 성적이 모바일 매출 순위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 2021년 100만원에 근접했던 주가도 최근 1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2월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박병무 사외이사를 공동대표로 내정하고, 본인은 게임 개발에 집중하는 등 실적부진 개선 의지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눈에 띄는 반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16일 엔씨소프트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주요 게임 메출은 '리니지M'  5400억원, '리니지2M'  6500억원, '리니지W' 3500억원으로 나타났다. PC온라인게임 합산 매출은 약 4200억원이다. '리니지'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2'의 매출을 모두 더한 액수다.  각각의 게임 실적은 2022년부터 내리막이다. 이 당시 실적은 매출 기준으로 '리니지M'은 약 5000억원, '리니지2M'약 4000억원, '리니지W'는 약 9700억원이었다. PC온라인게임 부문의 매출은 3900억원으로 떨어졌다. '리니지W'는 2021년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리니지W'는 2021년 11월 4일에 출시됐기 때문에 사실상 2022년의 성과로 간주해야 한다. '리니지W'가 2021년에 비해 2022년 매출이 대폭 상승해 보이는 것은 일종의 착시현상에 가깝다. 
엔씨소프트
각 게임별 매출의 지표가 하락함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2023년의 성적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합산해 발표하기 시작했다. 2023년 모바일게임 매출은 약 1조 2000억원이며 PC온라인게임 부문은 약 3600억원이다. 합산된 실적만 놓고 봐도, 모바일게임은 1조6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PC온라인은 4200억원에서 3600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이 와중에 주가는 2021년 2월 주당 100만원을 넘었던 가치가 현재 주당 16만원으로 대폭 추락했다. 업계에서는 '리니지'의 성공이 게임산업 초반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정적으로 작동했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 자체의 재미보다 부수적인 환경이 프로젝트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이러한 요인이 개발보다 운영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단기 실적에만 매달리게 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히는 ▲아이템 전문 매매 ▲게임 내 재화의 현금화 전문 작업장 ▲내수용 콘텐츠 등 국내 게임산업의 여러 단점에서 엔씨소프트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것을 엔씨소프트가 가장 먼저 기획하고 의도적으로 유도한 것은 아니나, 게임 콘텐츠와 무관한 경제 생태계를 촉발시키고 발전시킨 것을 부인하긴 힘들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이용자들은 수천 만원을 '리니지' 시리즈에서 과금하고 플레이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이유는 게임 내 자산(아이템) 등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매매를 통해 현금화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구조를 뒷받침하는 전문 작업장이 생기고 작업장들은 게임 내 재화와 아이템을 수집해 상위 이용자들에게 판매를 하는 악순환 고리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는 내수용이다. 지금까지 다방면의 해외 진출을 시도했으나 대만을 제외하면 좋은 성과를 거둔 사례가 없다. 내수용 게임 회사라는 타이틀을 벗어나기 위해 엔씨소프트는 한때 북미 등 해외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한 실패를 발판삼아 더욱 좋은 콘텐츠 개발과 다양성으로 발전시켜야 했는데 엔씨소프트는 어느 순간 안주하고 말았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실시간 공성전 등 당시 좋은 콘텐츠를 선보였고 온라인게임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켜 새로운 문화를 창출했던 게임이 리니지"라며 "특히 리니지2에서 나타난 바츠해방전쟁은 온라인 콘텐츠의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내용이었으나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경영진들이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무 개발자들도 의욕이 떨어져 프로젝트 개발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좋지 못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며 "결국 게임회사는 좋은 게임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데 타 회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개발부에 너그러운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게임 프로젝트들의 기준을 리니지로 두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리니지W'는 사전예약이 1300만명이라는 전후무후한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하나의 게임 회사가 특정 작품으로 조 단위의 매출을 일으키는 실적도 결코 쉽지 않다. 엔씨소프트는 근 30년 동안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한 회사다. 향후 엔씨소프트가 어떠한 모습으로 위기를 타개할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디일렉=김성진 전문기자 harang@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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