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토사구팽(兎死狗烹)

공정위, SKT·KT·LGU+ 판매장려금 담합 처벌 재개 통신사, “방통위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 준수 ‘억울’” 방통위, “검토 중”…총선 전 전환지원금 추진 대비 온도차

2024-04-26     윤상호 기자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는 삶아진다’는 뜻이다. ‘목적이 끝나면 목적에 이용한 사람이나 도구는 제거된다’는 비유로 많이 쓴다. 특히 선거철·인사철에 많이 오르내린다. 지난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역시 마찬가지다. 특이하게도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토사구팽 명단에 오른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를 담합으로 제재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23일 이들에게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의견 수렴 ▲처벌 수위 결정이 남았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지난 10년 동안 판매장려금을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액수가 대동소이하고 서로 번호이동현황을 파악하고 있던 점이 근거다. 이대로라면 각각 시정명령과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불가피하다. 판매장려금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유통사에 지급하는 판매수당이다. 액수 제한은 없다. 이 재원 중 일부가 불법 보조금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 위반 방지를 위해 2015년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행정지도)을 발표했다. 최대 30만원으로 정했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 준수 모니터링(감시)를 위해 통신 3사가 서로 번호이동현황을 공유토록 했다.  공정위와 방통위가 같은 내용을 달리 해석하는 셈이다. 한쪽은 법규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 선을 정했고 한쪽은 그 선을 지킨 결과가 법규 위반이라고 봤다. 총선 전에는 달랐다. 정부는 1월 단말기유통법 폐지를 선언했다. 방통위는 3월 시행령과 고시를 제·개정해 ‘전환지원금’을 만들었다. 통신사 이동 가입자에게 주는 추가 지원금이다. 최대 50만원을 설정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총선용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은 민생 정책이라고 강행했다.
통신사는 눈치를 봤다. 대통령실과 방통위 위원장이 이들을 불러 상향을 요구했다. 총선 2주전 30만원대까지 올라갔다. 공정위 조사에 대해선 방통위가 해결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공정위 논리라면 방통위 위원장이 통신사와 제조사 경영진을 불러 정부 조사 무마 조건으로 담합을 조장한 셈이다. 총선 결과는 아는대로다. 여당이 패배했다. 단말기유통법 폐지는 불확실해졌다. 시행령과 고시를 통한 우회도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의 전환지원금에 대한 동력도 흥미도 사라졌다. 대신 그동안 가만히 있던 공정위가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방통위는 ‘검토하고 있다’며 원론적 태도를 취했다. 선거도 진 마당에 통신사까지 살필 여력이 없다. 방통위 코도 석자다. 사냥개가 다시 필요한 때는 2년 뒤다. 2026년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2027년은 제21대 대통령 선거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의 진정성과 임기 후반의 방향성이 여러모로 시험대에 올랐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crow@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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