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95 배터리 도전장 내민 금양, 1조2500억 투자금 조달 가능할까?
최근 3년간 배터리 투자계획만 총 1조4400억원
기집행된 투자 제외하더라도 1조2546억원 더 필요
2년 연속 당기순손실 기록...감사 회계법인 “불확실성 존재”
2024-05-16 이민조 기자
지난 10년간 주가가 무려 7865% 오른 기업이 있다. 바로 ‘금양’이다. 발포제 사업을 하던 금양은 지난 2021년 배터리 사업 진출에 나선 이후 주가가 그해 9만6700원으로 급등했다. 2014년 1155원이던 주가와 비교하면 기록적인 상승폭이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씨의 '기여도'가 컸다. 박씨는 금양 홍보이사로 활동하면서 금양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최근 금양은 4695 배터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3월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4695 원통형 배터리 샘플을 공개했다. 이를 포함해 지난 3년간 금양 측이 발표한 배터리 사업 투자규모는 1조40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시장에선 금양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크다. 막대한 투자를 하기엔 2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재무적 불안이 크다는 점에서다. 금양 측이 공개한 4695 배터리 샘플에 대한 검증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양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년동안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약 1조4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집행을 완료한 금액은 1907억원이다. 아직 1조2546억원 규모의 투자가 남아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회사 재무상태는 좋지 않다.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금양은 연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도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외부 회계감사법인으로부터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적받기도 했다.
날짜 |
투자내역 |
투자금 |
집행상황 |
2022년 11월 |
콩고 CHARLIZE RESSOURCES SAS 지분 취득 계약 체결 |
1900만달러(한화 255억7400만원) |
진행중 |
2023년 5월 |
몽골 MONLAA LCC 지분 인수 MOU 체결 |
6000만달러(한화 807억6000만원) |
완료 |
2023년 6월 |
부산 기장 E-PARK 일반산업단지 |
1조2000억원 |
진행중 |
2023년 6월 |
4695 R&D 센터 건립 |
320억원 |
진행중 |
2023년 7월 |
에스엠랩 지분투자 |
1100억원 |
완료 |
금양이 발표한 투자계획을 따져보면, 이 회사는 배터리 핵심광물부터 소재, 셀 공장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투자를 그간 발표했다. 우선 배터리 핵심광물인 리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아프리카, 몽골 등 리튬광산에 지분을 투자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11월 콩고민주공화국 ‘CHARLIZE RESSOURCES SAS’ 리튬 광산 지분 60%를 취득하고자 3단계에 걸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총 필요한 투자금은 1900만달러(한화 255억7400만원)다.
현재 콩고 리튬 광산에 대한 투자 집행 상황은 1단계 95만달러, 2단계 850만달러를 조달해 지분 50%를 확보했다. 나머지 지분 10% 확보를 위한 마지막 단계 투자만을 남겨두고 있다. 필요한 자금은 955만달러(한화 129억원)이며 올 4분기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콩고 리튬 광산이 장기 투자라면, 몽골 리튬 광산 지분 취득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지난해 5월 몽골 MONLAA LLC와 지분 인수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6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60%에 달하는 1만8주를 취득했다. 몽골 리튬 광산의 경우 올해부터 채굴이 진행된다면 4000억원 이상의 매출 인식이 가능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본격적인 46시리즈 배터리 개발을 위한 투자계획도 내놨다. 지난해 6월 부산에 4695 R&D 센터 건립을 위해 320억원을, 부산 기장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1조2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1조2000억원의 투자계획은 공장건축비 약 6100억원, 설비투자 5475억원으로 구성됐다. 각각 올해 말과 2025년 7월까지 조달할 예정이다.
문제는 자금 조달력이다.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상태에서 자체 자금으로 이런 규모 투자를 이어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금양의 재무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금양은 매출 1520억원, 영업손실 14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 됐다. 당기순손실은 603억원이다.
기업의 존속과 관련된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익도 2년 연속 적자다. 2022년 말 42억원에서 2023년 말 740억원으로 적자 폭은 확대됐다. 이와 관련,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거나 3년간 2회 이상 이어질 경우 ‘관리 종목’에 선정되며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외부 감사회계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2023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금양의 지난해 순손실은 604억원이었고, 기업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2882억원 더 많았다”며 “이는 계속기업으로서 그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적시했다.
재무적 불안에도 금양은 금융권 차입, 자기주식 처분자금 등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중이다. 지난달 6일 금양 류광지 회장은 회사 주식 230만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도한 바 있다. 총 매도한 주식 수는 230만주이며 1주당 10만6049억원에 처분해 2439억원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도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 220만주를 매각했으며 금양 계열사로부터 총 2103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재무적 측면 뿐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금양의 4695 배터리에 대해 불확실성이 다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양이 4695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을 때 깜짝 놀랐지만 배터리 개발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공장이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태이고 실제 수율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경쟁력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양은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코리아인베스트먼트 데이’에 참석했다. 해당 행사에서 류 회장은 “금양이 보유중인 몽골, 콩고 광산에서 리튬과 텅스텐 등을 채굴해 배터리 생산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수직계열화를 통한 비용절감으로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디일렉=이민조 기자 lmj2@bestwatersport.com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장·ICT·게임·콘텐츠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