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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양자암호 PQC+QKD 하이브리드 대세될 것”

KT NW연구소 신정환 박사, “비용·효율 고려 국방·공공 적용 먼저” 美中, AI·반도체뿐 아니라 양자 기술도 ‘패권경쟁’

2024-06-07     윤상호 기자
KT

창과 방패의 대결. 보안을 둘러싼 기술 개발을 상징하는 문장이다. 한쪽에서는 무엇도 깰 수 없는 기술을 다른 한쪽에서는 무엇도 깰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암호화 기술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양자역학’을 매개로 한 창과 방패의 기술 개발이 치열하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KT 네트워크(NW)부문 NW연구소 양자암호팀장 신정환 박사를 만났다.

그는 “통신사가 양자암호를 연구하는 이유는 양자정보통신으로 넘어가기 위한 기반 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며 “양자컴퓨팅 기술이 발전할수록 양자암호 기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팅은 0과 1을 구분하는 기존 컴퓨팅과 달리 0과 1을 중첩해 처리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슈퍼컴퓨터가 수백년을 걸려 계산하는 문제를 1초만에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암호 체계는 소인수분해 등 수학적 알고리즘이 바탕이다. 지금의 컴퓨터로는 살아생전 풀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긴 수학적 난제를 양자컴퓨터가 순식간에 풀어낸다면 수학적 알고리즘을 방패로 한 암호화 기술은 더 이상 방패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신 박사는 “양자컴퓨터는 우리에게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줬지만 부정적 미래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줬다”라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개인정보는 물론 국가안보의 영역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암호분야는 양자내성암호(PQC: Post-Quantum Cryptography)와 양자암호키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PQC는 지금까지 활용하던 기술을, QKD는 실제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사용한다. PQC는 더 복잡한 수학적 알고리즘을 채용해 양자컴퓨팅 해독 시간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QKD는 양자난수발생기(QRNG: 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를 이용해 양자컴퓨팅으로도 깰 수 없는 암호를 만든다.

신 박사는 “PQC는 기존 기술로 양자컴퓨팅의 실제 발전 속도보다 한 발 더 앞서가는 암호화를 추구한다면 QKD는 양자 자체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양자컴퓨팅으로부터도 안전한 암호화를 제공한다”라며 “비용·효율·필요 등에 따라 2개 암호화 기술을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상용화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T는 자체 기술로 2개 모두 세계적 수준을 확보했다. PQC 솔루션을 탑재한 양자암호화 통신장비 QENC(Quantum ENCrytor) 보안기능확인 시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표준 PQC 알고리즘 ▲크리스탈-딜리시움(CRYSTALS-Dilithium) ▲크리스탈-카이버(CRYSTALS-Kyber)을 적용했다. 7월 확인서 발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초당 15만개(150kbps) 속도로 비밀 키 정보를 생성하는 QKD장비도 개발했다. 이 속도는 알려진 세계적 QKD 장비 업체의 성능과 유사한 수준이다.

신 박사는 “양자암호화 기술은 상당히 고가이고 아직 매출화가 확실치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 국산화가 중요한 이유는 국가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양자암호화 기술을 내재화하지 못하면 남들이 언제든 다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고 핵심 기술을 빌릴 경우는 의존도 상승에 따른 위험을 항상 깔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자 기술에 대한 국가안보 차원의 접근은 이미 구체화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제재로 화제가 덜 했지만 작년 미국은 미국 기업과 자본의 중국 양자 기술 분야 투자도 금지했다. 국방 분야 등에서 쓰는 양자암호화 장비는 전략물자로 묶어 해외 판매를 하지 않는다. 중국은 2016년 세계 첫 양자통신 위성을 발사하는 등 양자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방·공공 등에서 적용 중이다.

신 박사는 “KT는 자체 개발한 기술을 원하는 업체에게 이전하는 등 기업이 국내 양자 생태계 확산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장기적 투자 지원 등이 절실하다”며 “그래야 관련 연구와 기술 등이 쌓이고 시장에서 수용할 정도의 비용으로 양자암호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KT의 양자 기술의 지향점은 양자 NW다. 유무선 NW를 양자 기반으로 전환하려면 양자암호뿐 아니라 양자중계기 개발 등 갈 길이 멀다.

신 박사는 “양자 NW는 6세대(6G) 이동통신 등 통신의 세대 발전과는 다른 양자 정보 자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NW”라며 “양자암호통신은 이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기술이며 양자컴퓨팅 시대로 가기 위해서라도 양자 NW가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crow@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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