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콘텐츠 종합 지원책 발표 '재탕' 논란
지난 5월 발표한 게임진흥책 등 확장판
5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안...대출이자 7000억원 지원 포함
부산 '지스타' 확장...K-팝, K-웹툰 등 종합문화축제로 도약
업계 요청 사항인 세액공제는 제외
IP와 콘솔 지원 방안...구체적인 추가 논의 필요
2024-06-19 김성진 기자
정부는 지난 18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8차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를 개최하고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등 종합지원책을 발표했다. 게임과 웹툰, K-팝, 영상 등 국내 콘텐츠 산업을 향후 4대 강국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2027년까지 5조원에 이르는 정책금융을 공급해, 제작비 등 자금의 일정 부분 지원할 예정이다. 업계는 일단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방안들과 큰 차이가 없고 구체적인 내용이 다소 미흡하다는 목소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판교 엘에이치(LH) 기업성장센터에서 회의를 개최해 'K-콘텐츠 글로벌 4대 강국 도약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문체부(간사)와 기재부 등 13개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 위촉위원 등이 참여하는 콘텐츠산업 정책 분야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이번 8차 회의에서는 ▲K-콘텐츠 국가전략산업화 ▲콘텐츠 기업 성장 ▲글로벌 주류문화 도약 ▲콘텐츠 핵심 장르 집중지원 등을 중심으로 세부 사항이 논의됐다. 먼저 복합문화단지 조성이다. 기업·대학·연구소 등이 집결해 콘텐츠 생산과 유통, 소비가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정책 펀드 3조 4000억원과 콘텐츠 보증 9000억원, 대출이자 지원 7000억원 등 총 5조원에 이르는 내용도 논의됐다. 모태펀드 문화계정에서 2조 4000억원을, 전략펀드로 1조원을 조성한다. 이 가운데 전략펀드는 민관 공동 출자를 통해 지식재산권(IP) 기반의 대형 콘텐츠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지원책에서 기존의 발표와 달리 새롭게 추가된 사항은 역외펀드다. 정책펀드의 자펀드를 역외로 확대해 해외 벤처캐피탈(VC)에 자펀드 운용 기회를 개방하는 내용이다. 기존의 정책에서는 역내펀드만 출자가 가능해 문화계정에서의 해외자본 유입이 약 3%에 불과했다. 이를 개방해 해외 자금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해외 자금은 투자에 제한되지 않고 사업자의 해외 진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좋은 방안으로 거론됐다.
정부는 이번 진흥책에서 특히 IP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책금융을 통해 IP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IP펀드와 특화보증, IP 특화인력 양성, IP 기반의 연관산업 확장 지원 등 IP와 관련 융합 사업에 적지 않은 부분이 할애돼 있다.
기존과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분야는 바로 부산의 '지스타'다. 매년 부산에서 개최되는 지스타를 세계 3대 게임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게임에 국한된 지스타를 e-스포츠대회와 k-팝 공연, 디바이스, 연관 산업까지 전시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모를 크게 늘리고 게임산업 중심의 지스타를 종합 콘텐츠 전시회로 분야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국내 게임산업에서의 콘솔게임분야 육성책은 이번에도 포함됐다. 지난 4월과 5월에 정부의 진흥안에 발표됐던 내용이 다시 담겼다. 우리나라가 취약한 콘솔게임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닌텐드 등 플랫폼 회사와 협업해 우수한 콘솔게임의 발굴부터 홍보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아쉬운 대목은 세액공제 등 실질적인 자금 혜택이다. 업계에서 꾸준히 요청됐던 부분이나 이번에도 정부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며 진흥책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세금 관련은 민감한 게 사실이나 게임사들이 크게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기도 하다. 또 외부 IP 라이선스 계약서가 없으면 정부의 지원 방안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자체 IP를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사업이 일순위인데 정부의 정책은 내·외부 IP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타 산업과의 IP 융합과 자체 IP를 조금 더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IP도 대중적 인지도가 없으면 의미가 낮기 때문에 IP가 지니는 가치와 가치 산정 등 이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콘솔게임 집중 육성책 역시 정밀한 방안을 토론해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콘솔게임사 대표는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게임을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들었던 것"이라며 "시장성과 경쟁력을 가늠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회사의 역할"이라고 밝히며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나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가 콘솔에서의 성공을 증명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콘솔게임을 만들라고 시키지 않아도 게임사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회사는 중소게임업체고, 콘솔게임은 비용이 많이 들고 개발 기간이 길기 때문에 힘든 도전이 된다"며 "콘솔게임 분야를 육성하는 일이 곧 중소게임사를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세밀한 지원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그 방안을 추가 발표하면 중소게임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디일렉=김성진 전문기자 harang@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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