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통신서비스 분리판매 새 쟁점으로 급부상
국회, 한 목소리로 단통법 폐지 찬성 이통사, 내부 대응팀 구성하는 등 초비상
2024-06-26 이진 기자
여야, 방법은 달라도 단통법 폐지에 한 목소리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야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 5월 30일부터 본가동에 들어간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단통법 폐지 움직임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김영식 전 의원(국민의힘)은 2020년 11월 단통법 폐지 법률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 단통법 폐지와 함께 기존 지원금 공시 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 규정을 그대로 둔 법안이었다. 명목상 단통법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단말기 판매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지원금 제약을 그대로 둔 법안이다. 박성중 전 의원(국민의힘)은 총선을 40여일 앞둔 2월 28일 단통법 폐지 법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시기적인 이슈 탓에 야당과 충분한 합의를 하지 못했다. 박충권 의원(국민의힘)은 22대 국회가 문을 연 직후인 6월 3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21대 국회에서 보였던 여당의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여당의 단통법 폐지 법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내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통신비 인하를 위해 단말기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여당 법안으로는 이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 대표부터 앞장섰다. 이재명 대표는 19일 조속한 단통법 폐지 추진을 제안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1월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지만 6개월간 변한 것이 없으며, 박근혜 정부 때 시행된 단통법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통신비 부담을 낮춰 국민 부담을 조금이라도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단말기 통신‧서비스 분리 판매 '절충형 완전자급제' 제안
민주당의 ICT 정책 싱크탱크인 수석전문위원으로 활약했던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발간한 '단통법 폐지 대체입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검토' 보고서를 통해 절충형 완전자급제를 제안했다.
그동안 이통사는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확보한 후 제조사 장려금과 자체 보조금을 묶어 판매하고, 여기에 각종 요금제를 결합해 팔았다. 고가의 단말기‧요금제‧지원금을 결합 판매하기 쉬운 구조였으며, 이것이 유통 시장에 악순환을 가져왔다. 안 교수는 절충안에서 이 고리를 끊는 단말기 자급제의 법제화를 제안했다. 이통사가 서비스와 요금 경쟁에 나서고, 단말기 유통은 제조사가 직접 담당하는 식이다.
다만, 절충형 완전자급제를 바로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가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를 각각 구매할 경우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현재와 같은 이통사의 사전승낙에 의해 대리점이 선임한 판매점(대규모유통업자 제외)이 이통사와 이용자 간 이동통신서비스의 계약(변경계약 포함) 업무를 대리하거나 위탁 처리하는 식의 방법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그동안 가장 문제가 된 제조사와 이통사 간 담합을 통한 이통사향 중심 단말기 판매 구조를 와해할 필요가 있다"며 "가성비 좋은 다양한 단말기 유통을 유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온 오프라인 판매점의 경쟁을 확산해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를 유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는 '초비상' 제조사는 '차분'
이통3사는 국회의 움직임에 '초비상' 상태다. 민주당의 절충형 완전자급제가 그대로 입법될 경우 단말기 유통을 통해 누려온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아야 할 위기 상황이다.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묶어 팔 때의 장점은 많다.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에게 보조금을 더 많이 줄 수 있고, 보조금 지급 시 최소 2년 이상 해지해서 안된다는 단서 조항을 걸 수 있다. 판매점에 고액의 리베이트를 주는 조건으로 소비자가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거나 부가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었다. 절충형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통신 품질과 가격, 서비스 고도화 등으로 통신 기업 본원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통신 사업은 전통적으로 규제 산업에 속하므로 기업이 정부나 국회를 대상으로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이통사별로 사정은 다르겠지만, 내부에 태스크포스를 꾸려 절충형 완전자급제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곳도 있고 전반적으로 초비상 상태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국회의 움직임에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이통사와 휴대폰 대리점‧판매점 간 관계는 각기 독립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갑을 관계라 할 수 있다. 이통사는 제품 판매량이 많은 업체에 고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편향된 혜택을 제공했고, 대리점‧판매점은 이통사가 제공하는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고가 요금제와 부가 서비스 가입 고객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부 업체만 이득을 얻는 악순환 구조가 계속됐다.
절충형 완전자급제는 그동안 이통사와 대리점이 맺었던 관계에 제동을 건다. 통신 서비스를 묶음 형태로 판매하는 대신 시장 자율로 단말기 판매 경쟁을 할 길이 열리며 갑을 관계가 해제된다. 하지만, 소규모 판매점의 여신 문제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 소규모 판매점의 자금력은 대형 업체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조사가 단말기를 납품한 후 정산 시기를 조정하도록 돕는 보증보험제를 의무화하거나 재고로 남은 휴대폰을 반품하는 제도의 법제화 등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는 장기간 휴대폰과 통신서비스를 묶음 판매하는 지위를 통해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고가의 상품 판매를 유도했고, 이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이 사실이다"며 "절충형 완전자급제를 도입할 경우 판매점의 고가의 통신서비스를 묶음 판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통신료와 단말기 할부료를 분리 고지하는 것 역시 통신료 인하를 체감하게 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디일렉=이진 전문기자 alfie@bestwaters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