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인상의 숨겨진 주범 '할부 수수료'
이통3사 할부수수료 요율 똑같이 5.9%
공시지원금 적을수록 수수료 대폭 상승
2024-07-29 이진 기자
휴대폰 할부수수료가 가계통신비 인상의 숨겨진 주범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할부 원금의 5.9%를 수수료로 내면 매년 10만원 전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갤럭시폴더블6 등 새 스마트폰에 짠물 공시지원금을 책정하면서 할부 원금이 커지고 이에 비례해 할부수수료 부담도 크게 늘어나는 형국이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TV나 세탁기 등과 달리 통신 가입이 필요한 불완전 판매 제품이다. 휴대폰 제조사가 이통사에 단말기를 납품하고, 유통은 이통사가 맡는다. 최근 제조사가 직접 유통하는 자급제 단말기 판매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시장에서 유통되는 스마트폰 중 80% 이상은 이통사 직영 대리점이나 휴대폰 전문 판매점 등을 통해 유통된다. 이통사가 매달 소비자에게 보내는 사용료 고지서에 통신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이 함께 기재되는 이유다.
이통사가 단말기를 할부로 판매할 때 보증보험, 할부채권 매입비용, 제반비용 등 일부 비용이 발생한다. SK텔레콤 등 이통3사는 유통망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충당을 위해 2009년 SK텔레콤을 시작으로 할부 수수료를 도입했다. 일반 카드 결제와 달리 무이자 판매 정책이 없다. 3사 모두 5.9%라는 같은 수수료를 책정했다.
반면, 일반 가전 제품의 유통 구조는 다르다. 소비자는 대형 할인점이나 소매점 등에서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직접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를 한다. 통신 시장처럼 이통사가 중간에 끼는 형태가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점이 바로 연결되는 구조다. 소비자는 자신이 소유한 카드사의 할부 정책에 따라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무이자 수수료 정책도 있다. 상황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단말기 할부 수수료 계산 기준은 소비자가 할부로 단말기를 구입할 때 받는 공시지원금을 제외한 단말기 할부 원금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고객이 512GB 용량의 갤럭시Z플립6(164만3400원)를 '5GX 플래티넘' 요금제(월 12만5000원) 가입 조건으로 구매했다고 하면, 단말기 할부원금은 공시지원금인 24만5000원을 뺀 139만8400원이다. 해당 고객은 24개월간 할부금 외에 매년 8만2505원씩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SK텔레콤 고객을 예로 들었지만, 이통3사의 공시지원금 규모는 거의 같고 수수료도 유사하다. 단말기 가격이 270만원을 넘는 갤럭시Z폴드6(1TB) 구매자가 지불하는 할부 수수료 금액은 15만9412원에 달한다. 갤럭시Z폴드6 구매자는 2년간 이통사가 지급하는 공시지원금보다 더 큰 비용을 수수료로 내야 하는 셈이다.
이통사가 갤럭시폴더블6 제품의 공시지원금을 인상하면, 단말기 구매비와 함께 할부 수수료까지 동시에 낮출 수 있다. 복수의 이통사 관계자는 공시지원금 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마케팅 전략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 손님으로 단말기 할부 수수료 문제를 소환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3월 이통3사의 담합 의혹에 대해 조사한다고 밝혔지만 3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후속 발표는 없다.
일각에서는 휴대폰 할부 수수료 문제 해소를 위해 일반 가전 제품처럼 제조사가 직접 유통하는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통사가 단말기 유통 시장을 거의 독점한 후 할부 수수료 제도가 도입된 만큼, 유통 구조 혁신으로 국민의 통신 부담을 높이는 수수료의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업계는 물론 금융업계까지 연계된 사안인 만큼,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는 "스마트폰은 요즘 시대 필수재화 됐지만, 단말기 가격 자체가 할부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으로 비싸졌다"며 "할부 수수료를 과도하게 부과할 경우 결국 가계통신비 부담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음식점 등은 카드 할부 수수료가 1%대로 떨어진 사례가 있듯, 과기정통부가 통신 복지 차원에서 필수재화 된 이동통신단말기에 대한 지원 배려 정책을 통해 수수료를 낮추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풀기 어려운 일이다"며 "과기정통부는 부처간 협의를 통해 다양한 이해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해 국민 편익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디일렉=이진 전문기자 alfie@bestwaters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