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제4이통 전면 재검토...업계 "저주파 대역 할당해야"
과기정통부, 전파‧통신정책 연구반 가동
제4이통에 28㎓ 이외 2.3㎓ 주파수 등 할당 검토해야
2024-08-05 이진 기자
과기정통부가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통한 경쟁 활성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 업계에서는 신규 사업자가 이통3사와 바로 경쟁할 수 있는 2.3㎓ 등 저대역 주파수와 28㎓ 대역을 동시에 할당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테이지엑스, 자본금 문제로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대상서 탈락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최근 통신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전파 정책 연구반과 통신 정책 연구반을 가동한다. 민관 전문가가 참여한 두 연구반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간사를 맡으며, 주파수 할당 제도 개선과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두루 살핀다.
과기정통부는 전파 정책 연구반에서 기존 주파수 경매 과정 전반에 대해 검토한다. 행정부는 물론 국회에서도 불거져 나온 이동통신사업자 신청 법인의 재무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기 자본 조건을 부과하는 안을 논의한다.
통신 정책 연구반은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의 시장 진출 허가를 통한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한다. 국내 이통시장 가입회선 수는 인구보다 많은 포화 시장으로 사업자 간 자율 경쟁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의 동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파 정책 연구반은 1월부터 진행된 제4이통 주파수 할당 관련 경매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살핀다. 스테이지엑스는 28㎓ 주파수 경매 당시 시장 예상가인 700억원 후반대보다 8배 가량 많은 4301억원을 적어내며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자격을 얻었지만, 주파수 할당 후 추가 자본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결국 할당 대상 법인 자격을 잃었다. 스테이지엑스는 2000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았고, 사업 신청 당시 법인과 할당 대상 법인의 구성이 다르다는 점이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취소 결정을 받았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1월 진행한 28㎓ 주파수 경매의 경우 경매 참여 기업은 전략적인 관점에서 할당 대가로 큰 금액을 지출하겠다고 할 수 있지만, 해당 업체가 사업권 획득 후 차차 자금을 모아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재무적 안정성 이슈는 주파수 경매 참여 기업 모집 때부터 불거져 나왔다. 신규 이동통신사업자 출범을 위한 주파수 경매는 정부가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방법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한 후 처음 있는 일이며, 정부가 경매 참가 기업에 대한 재무적 안정성 관련한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주파수 할당 대가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능력을 판단할 수 있다. 스테이지엑스는 첫 단추인 2000억원의 자본금을 갖춘 법인 구성 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해 결국 이동통신 사업권을 취득하지 못했다. 제4이통 출범을 통한 이통 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가계통신비 인하 유도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제4이통의 생존 요건은 경쟁력 있는 추가 주파수
하지만, 과기정통부의 제4이통 정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가 자체 경쟁력을 갖출 방안과 함께 28㎓ 주파수 이외의 다른 경쟁력 있는 주파수 대역을 할당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28㎓ 주파수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신규 이통사의 경쟁력이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과기정통부는 인구가 몰리는 핫스팟 중심의 28㎓ 기지국 구축을 요구했으며, 여기에는 6000억~7000억원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다. 신규 이통사는 주파수 할당 대가까지 포함해 1조원 이상의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기지국 구축 후 신규 가입자를 모집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숙제다. 이통3사가 장악한 통신 시장에서 가입자를 모집하려면, 저렴한 통신료는 기본이고 경쟁력 있는 단말기까지 확보해야 한다. 이통사의 통신망을 로밍해 쓴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7월 초 전체회의에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 등을 증인으로 불러 28㎓ 주파수의 경쟁력에 대해 검증했다. 스테이지엑스를 비롯해 야당은 28㎓ 주파수를 단독으로 사용할 때 성과물 만들기가 어렵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전파 정책 연구반과 통신 정책 연구반이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의 시장 진입 검토 과정에서 28㎓ 주파수를 중심에 둘 경우, 사실상 실패했던 제4이통 정책을 다시 꺼내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통3사는 5G를 위해 3.5㎓ 주파수에 올인했고, 28㎓는 반납했다. 과기정통부는 3.7㎓ 대역 주파수를 5G 용으로 추가 제공할 입장이지만, 이통3사는 추가 비용을 들여 주파수를 할당받을 필요성이 없다는 반응까지 보인다.
정부가 신규 이통사 출범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고려한다면, 28㎓만 제공하겠다는 기존 입장 대신 매력적인 주파수 대역의 공급을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와이브로 용으로 할당했던 2.3㎓ 주파수 등 최소한 이통3사와 기본 설비 구축 단계부터 비용 절감을 통한 시장 진입이 가능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2.3㎓ 대역 기반으로 전국망 구축 시 들어가는 비용은 기존 이통3사의 3.5㎓ 대역 전국망 구축비 대비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사업자는 설비 투자에서 절약한 비용을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비로 집행할 수 있다. 정부가 바라는 이통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이 시작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는 셈이다. 저주파 대역을 할당할 경우 기존 이통사의 저항이 상당 수준일 수 있지만, 정부 기조인 이통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다면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제4이통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존 이통3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본 토대인 가입자를 모집할 수 있는 길은 열어줘야 하고 그런 배경에서 28㎓ 할당을 통한 추가적인 비즈니스 창출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28㎓ 주파수로 사업자가 되라고 한다면 자립이라든지 기업의 생존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디일렉=이진 전문기자 alfie@bestwaters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