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사이트] 국내 반도체 플라스마 식각 장비 부품 시장 1조원, 국산화 시급

고온 단점 극복한 저온 플라스마 개발 박차

2024-08-16     신일범 프로
정진욱

RF 제너레이터는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플라스마를 만들기 위한 전력을 생성하고, 임피던스 매처는 제너레이터에서 발생한 전력을 손실 없이 반도체 장비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RF 제너레이터와 임피던스 매처는 자동차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는 반도체 장비 핵심 부품이다. 실리콘 웨이퍼를 설계 회로에 맞게 깎고(식각),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씌우는(증착) 공정 등 플라스마가 필수적으로 쓰이는 장비에 이 부품들이 들어간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로 플라스마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RF 제너레이터와 임피던스 매처도 덩달아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정진욱 한양대학교 교수는 “RF 제너레이터와 임피던스 매처는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적인 부품인데 이 분야 메이저 기업인 MKS나 AE((ADVANCED ENERGY) 같은 회사들이 수 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서 “국내 시장만 봐도 조 단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반도체 제조 장비의 국산화율이 20%에 불과한 상황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최고의 인재들이 대기업이 아니라 장비 회사에 모여들면서 기술 개발이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다행히 최근 플라스마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서 “현재 고온 플라스마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온도를 수천 도 수준으로 낮춘 저온 플라스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양대 정진욱 교수와 함께 RF 제너레이터, 임티던스 매처, ESC 척 등 플라스마 식각 장비 부품의 기술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한양대학교 정진욱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최근에 멀리 다녀오셨다면서요?

“아일랜드 더블린에 다녀왔습니다. 더블린 시티 유니버시티(DCU ; Dublin City University)를 방문했는데요, 이 대학이 위치한 아일랜드는 굉장히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아일랜드의 GDP는 10만 달러가 넘습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죠.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가 지금은 영국을 역전해서 더 잘 산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일랜드에는 인텔 같은 반도체 기업들과 많은 미국 금융회사들이 진출해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일랜드의 법인세가 매우 낮다는 점입니다. 실질 세율이 10%도 안 되니까요. 그래서 많은 미국 기업들이 EU 진출의 전초 기지로 아일랜드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 여러 경제 지표를 보면,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수출이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1,300억 달러를 넘길 거라는 예상이 있습니다.

“맞아요, 그 정도면 거의 역대급입니다. 특히 HBM(High Bandwidth Memory) 쪽에서 수요가 많이 늘면서, 기존의 범용 D램 가격도 오르고 있죠.”

-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우리가 메모리 강국의 지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계속해서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 더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에 중요한 만큼, 이를 지원하는 법안이나 정책이 필요합니다.”

- 국회에서는 반도체 특별법안도 나왔는데, 직보조금을 줄 수 있는 법안들이 지금 논의 중이죠. 하지만 아직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죠. 사실 이런 법안들이 통과되려면 우리가 오늘 이야기할 주제가 잘 진행되어야 합니다. 장비, 부품 같은 전방위 산업들이 사실은 뿌리니까요.”

- 최근 3D NAND 때문에 식각 장비의 시장이나 매출이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램 리서치, 도쿄 일렉트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같은 회사들이 잘 되고 있죠?

“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도 최근에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신제품을 내놓았는데 시장 반응이 좋습니다. 사실 더 나빠질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었죠. 시장 점유율이 거의 0에 가까웠거든요. 워낙 바닥을 쳤으니 이제는 뭐라도 만들면 늘어날 수밖에 없겠죠.”

-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폴리 에칭은 없었지 않나요?

“맞아요. 그래서 폴리 대응으로 만든 것입니다.”

-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원래 메탈 에처는 잘했죠?

“메탈과 폴리, 그리고 옥사이드 쪽도 했었는데, 옥사이드 쪽에서 크게 실패했죠. 기본적으로 기술력은 있는데, 문제는 고객 대응이에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엔지니어들이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해요. 고객이 뭔가를 요청하면 고객을 가르치려고 하죠. 고객의 요구를 듣기보다는 자신들의 의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지만, 고객 대응에서 더 나아져야 합니다. 램 리서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개선하는 부분에서 더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최근에 도쿄일렉트론에서 극저온 식각 장비를 내놓았을 때 램 리서치가 큰일 났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맞아요, 걱정했는데 바로 램 크라이오 신제품을 내놨더라고요. 마케팅인지는 모르겠지만, 천 레이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완성품은 도쿄일렉트론이 먼저 선보였지만, 준비는 램 리서치가 먼저 했다고 들었습니다. 관련 특허도 많이 확보했다는 얘기도 있고요.”

- 램 크라이오 3.0이라는 제품이죠?

“방향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다소 주춤할 수 있지만,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램 리서치의 장점입니다.”

- 고객들의 첨단 기술 달성을 위해 기존 대비 식각률을 2.5배 높이고, 옴스트롱(Å) 수준의 정밀도로 고종횡비 채널홀을 일정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자랑을 하더라고요.

“사실 영업이 중요한데, 너무 앞서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객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게 중요합니다. 장비는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고객 사이트에서 실제로 완성해가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명품 가방도 마무리가 중요한 것처럼, 소자 업체에 가지고 가서 얼마나 잘 마무리하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요소입니다.”

- 램 리서치가 한국 언론에 홍보하려고 8월 23일에 행사를 준비하나 봅니다. 박준홍 대표님과 김태훈 박사님이 나와서 램 크라이오 3.0에 관해 설명한다고 하네요. 램 리서치가 이렇게 대대적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건 드문 일이에요. 한국 시장에서 도쿄일렉트론이 논문 발표하고 400단을 뚫을 수 있다고 한 내용도 언론에 보도가 많이 됐죠. 그런 것이 영향을 미쳐서 이번에 램 리서치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업계에서 컨센서스가 필요하니까요.”

- 램 리서치가 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장비업을 제조업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실 장비업은 서비스업에 더 가깝습니다. 장비를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지원과 대응을 해줘야 하거든요. 장비의 문제점이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미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서비스 비용도 장비 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 그렇죠,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대응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니까요.

“사실 이론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부분도 많고, 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에칭 같은 공정은 복잡해서 시뮬레이션이 잘 안 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해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점이 장비 업체들에게 큰 도전이 됩니다.”

- 왜 시뮬레이션이 안 되는 걸까요?

“너무 복잡하거든요. 플라스마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너무나도 복잡해서 완벽하게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고등학교 때 화학을 배우신 분들은 아보가드로의 수라는 걸 들어봤을 겁니다. 아보가드로의 수는 6.02 곱하기 10의 23승 개라는 단위를 나타내죠. 그러니까 엄청나게 많은 수의 입자들이 한꺼번에 반응하는 겁니다.

특히, 반도체 공정에서 패턴을 깎아낼 때, 이 과정은 엔트로피를 낮추는 작업이에요.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라고도 하는데, 자연스럽게 무질서도가 커지는 방향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죠. 예를 들어, 여기에 먼지가 쌓이는 걸 생각해 보세요. 청소를 하지 않으면 점점 엉망이 되잖아요? 그게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런데 에칭은 그 반대입니다. 굉장히 질서 있는 패턴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쉽게 말해, 공기가 지금 이 방에 고르게 퍼져 있는데, 이걸 한 곳으로 다 모으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이게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죠. 그런데 이걸 가능하게 하려면, 공기 분자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잡아서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10의 23승 개라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상상해 보세요.”

- 그러면 장비를 알고 만드는 겁니까, 모르고 만드는 겁니까?

“모르고 만든다는 것이 맞는 말입니다.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르는 것이 어느 정도냐의 차이가 실력의 차이를 만듭니다.”

- 그렇게 어려운 것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입니까?

“미국의 램 리서치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같은 선진 장비 업체들을 보면, 그 주변에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요. MIT, 스탠포드, 버클리 같은 명문대를 나온 박사들이 잔뜩 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덕후들이 많아서 굳이 말 안 해도 아시겠지만, 그쪽도 전문가들이 엄청납니다.

이런 사람들이 장비 회사에 모여들면서 기술 개발이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것이죠.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의 인재들이 삼성이나 하이닉스 같은 소자 업체에 가는 것이 아니라, 장비 업체로 많이 가야 합니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인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국산 장비의 비율이 20%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국산화율이 꽤 높습니다. 한 70% 정도 되죠. 그런데 반도체는 기술 난이도가 더 높아서 그런가요?

“반도체의 기술 난이도가 훨씬 높습니다. 사실 국산화라는 단어가 멋지긴 한데, 실제로 따져보면 파트 수로 따지는가, 가격으로 따지는가에 따라 국산화율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리고 반도체 장비는 기술 자체의 밸류를 계속 만들 수 있는 반면, 디스플레이 장비는 그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장비는 계속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선진업체들이 계속해서 앞서 나가는 것이죠.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그게 쉽지 않으니 결국 인력 싸움이 되는 것입니다.”

- 국산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말았는데, 결국 선두 기업을 쫓아가는 것이 초기에는 불가피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겠죠. 예를 들어 크라이오 같은 기술은 이미 있던 기술이지만, 그것을 솔루션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이런 기술을 개발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에칭 장비 같은 고급 장비를 상용화하려면 최소한 5천억 원은 써야 할 겁니다.”

- 서론이 다소 길었습니다. 식각 장비에는 들어가는 부품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RF 제너레이터(Radio Frequency Generator), 임피던스 매처(Impedance Matcher), ESC 척(Electrostatic Chuck)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하나 설명을 부탁 드리려고 오늘 모셨습니다. 우선 RF 제너레이터는 무엇입니까?

“RF 제너레이터라는 것은 말 그대로 라디오 주파수(Radio Frequency)를 만드는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교류 전기를 사용하는 건데, 주로 13.56MHz 주파수가 많이 쓰입니다. 이 주파수는 산업용으로 허용된 주파수인데, 원래는 라디오 방송 같은 데서 사용하던 것입니다.

옛날에는 이 RF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웠습니다. 왜냐하면, 간첩들이 무선 통신에 이런 주파수를 사용하곤 했거든요. 그래서 연구소에서 주파수가 새어나가면 국정원이나 첩보기관에서 찾아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RF를 연구하던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지금은 이런 주파수들이 다 규제되어 있고, 산업계에서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주파수가 13.56MHz입니다. 이 주파수를 사용해서 교류 전압을 걸어주면, 플라스마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플라스마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식각(에칭) 공정에 쓰이는데, 이때 RF를 사용하면 DC(직류)보다 더 높은 밀도의 플라스마를 만들 수 있습니다.”

- 13.56MHz의 주파수를 양극판 사이에 걸고 전압을 가하면 그사이의 진공 상태에서 전자가 가속이 된다는 것이죠?

“사실은 전이차에 의해서 가속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전자가 에너지를 얻고 이온화를 시켜서 플라스마를 만드는 것입니다.”

- RF 제너레이터가 플라스마를 생성하는 장치군요?

“그렇습니다. 매우 중요한 부품입니다.”

- 플라스마를 쓰는 장비에는 RF 제너레이터가 다 들어갑니까?

“RF를 사용하면 RF 제너레이터가 다 들어갑니다.”

- 비싸겠네요?

“상당히 비쌉니다. 그래서 보통은 1킬로와트(kW) 대의 전력을 사용해요. 하지만 반도체 공정, 특히 낸드 채널 홀을 뚫는 식각 장치 같은 경우에는 훨씬 더 큰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한 50킬로와트(kW) 정도의 전력을 사용합니다.

50kW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오실 텐데, 여러분 집에 있는 전자레인지를 생각해 보세요. 전자레인지의 최대 전력이 보통 1kW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50kW면 전자레인지 50개를 동시에 돌리는 것과 같은 전력인 셈이죠.

또, 겨울에 사용하는 전열기 있잖아요? 그 전열기의 최대 전력은 보통 2kW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50kW면 전열기 약 25대를 동시에 켜는 것과 같은 전력입니다. 이렇게 큰 전력을 사용해야만, 반도체 공정에서 필요한 고밀도 플라스마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그렇군요.

“이게 얼마나 웃긴 상황인지 생각해 보세요.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 위에 50kW의 전력을 사용해 플라스마를 만드는 겁니다. 사실, 이 50kW 중 대부분이 웨이퍼를 가열하는 데 쓰이고 있어요. 플라스마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습니다. 아까 이야기한 전열기 50개를 웨이퍼 위에 놓고 한 번에 켜는 걸 상상해 보세요. 웨이퍼가 얼마나 뜨거워지겠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면, 윗면에서는 온도를 엄청 올리고 있는 것이고, 밑에서는 쿨링을 하는 거예요. 헬륨 백사이드 쿨링이라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기본적인 식각 공정에서도 이 방법을 씁니다. 왜냐하면 웨이퍼의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에칭 선택비가 맞지 않게 되거든요. PR(포토레지스트)도 온도가 올라가면 다 녹아버리죠. 그래서 웨이퍼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플라스마를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 RF 제너레이터는 누가 만듭니까?

“선진 장비업체들은 주로 MKS와 어드밴스드 에너지 제품을 사용합니다. 미국회사들이고요. 그 외에도 독일의 슈팅거, 일본의 아도텍 같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 한국에는 없습니까?

“뉴파워프라즈마가 RF 제너레이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용 대용량 RF 제너레이터는 정말 잘 만들고 있고요. ASE도 RF 제너레이터를 잘 만들고 있고, 임피던스 매처도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RF 제너레이터의 기술력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합니까?

“우선 극강의 내구성이 정말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에칭 공정을 진행하는데, 이때 플라스마가 갑자기 꺼져버리면 문제가 생깁니다. 왜냐하면, 에칭 공정은 이미 여러 단계를 거친 후에 진행되는 공정이기 때문에,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그 웨이퍼는 그냥 버려야 됩니다.

또한, 전력의 안정성도 중요합니다. 세팅해 놓은 전력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는데, 만약 전력이 갑자기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에칭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정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서 진행했는데, 예상한 만큼 에칭이 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 램 리서치나 도쿄일렉트론(TEL)은 주로 어디 제품을 씁니까?

“MKS와 어드밴스드 에너지 두 메이저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메스도 MKS와 어드밴스드 에너지 제품을 나눠서 쓰는 것 같고 국내 회사 제품도 조금 쓰는 것 같습니다.”

- 13.56MHz 이외의 다른 주파수를 쓰면 안 됩니까?

“사실 13.56MHz뿐만 아니라 27.12MHz, 60MHz 같은 다른 주파수도 사용할 수 있어요. 특히 에칭 공정에서는 13.56MHz의 2배 주파수인 27.12MHz도 사용됩니다.”

- 주파수를 높이면 어떤 효과가 있나요?

“주파수를 높이면 플라스마의 밀도가 더 높아집니다. 밀도가 높아지면 에칭 속도도 올라갈 수 있어요. 이온의 개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에칭 속도가 더 빨라지는 거죠. 다만 주파수를 높이면 장비도 더 비싸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60MHz 주파수는 범용으로 만들지 않아서 더 비쌉니다.”

- 그럼 삼성도 어떤 공정에서는 13.56MHz를 쓰고, 다른 공정에서는 60MHz 같은 걸 쓰기도 하나요?

“공정에 따라 다르게 사용합니다. 60MHz나 27.12MHz를 써서 플라스마 밀도를 높일 수 있죠. 주파수를 높이면 밀도는 올라가지만, 문제는 플라스마의 균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주파수가 높아지면 파장이 짧아지는데, 이로 인해 플라스마가 고르게 형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그러면 RF 제너레이터를 만드는 회사들도 다양한 주파수 제품을 라인업별로 갖추고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RF 제너레이터 회사들이 여러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CVD 공정에서도 주파수를 다르게 쓰나요?

“CVD 같은 공정에서는 13.56MHz를 많이 쓰지만, 증착 속도를 올리기 위해 27.12MHz로 주파수를 높이기도 합니다. 반면, 이온 에너지를 올려야 할 때는 더 낮은 주파수를 사용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400kHz 같은 낮은 주파수는 이온 에너지를 크게 할 수 있습니다.”

- 그러면 임피던스 매처(Impedance Matcher)는 어떤 역할을 합니까?

“우선 파동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파동이라는 것은 매질, 즉 파동이 지나가는 공간에서 변화를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빛이 공기를 지나갈 때는 반사나 굴절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기와 물처럼 서로 다른 매질을 만났을 때는 굴절이 발생하죠. 마찬가지로, 플라스마 장치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RF 제너레이터가 전자파를 만들어서 플라스마 장치로 전송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송선로를 따라 전자파가 이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플라스마 장치에 도달하면, 이 전자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반사될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누군가에게 공을 던졌는데 그 공이 상대방에게 가지 않고 되돌아오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전자파가 반사된다는 것은 마치 내가 레이저를 쐈는데, 그 레이저가 거울에 반사되어 내 눈으로 되돌아오는 것과 같죠. 이렇게 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만약 RF 제너레이터에서 500W를 보냈는데, 플라스마 장치에서 95%가 반사되어 다시 제너레이터로 돌아오면, 제너레이터가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고전력의 경우, 이 반사는 매우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0kW의 전력을 보냈는데 대부분이 반사되면, 마치 난방기를 켜서 방을 데우려 했는데, 열이 되돌아와 내 얼굴을 데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죠.

이때 임피던스 매처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매처는 이렇게 반사되는 전자파를 다시 장치 쪽에서 잘 흡수되게끔 조정해주는 부품입니다.”

- 매질이 바뀌어서 반사되거나 굴절이 일어나는데 매처는 재반사시키거나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인가요?

“전기회로적으로 이야기하면 공진 현상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내부 회로에서 전력을 증폭시키고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소모됩니다. 소모되는 전력을 점점 키워서 내가 넣어준 전력과 소모되는 전력이 같아지면, 모든 전력이 내가 의도한 대로 사용됩니다.

이를 비유하자면, 물에 빛이 들어오면 매질이 다르기 때문에 반사가 일어납니다. 이 반사를 줄이기 위해 거울을 하나 더 넣어 반사된 빛을 다시 물로 보내면, 빛이 물로 완전히 들어가게 되죠. 마찬가지로, 임피던스 매처는 플라스마 장치에서 반사되는 전력을 다시 회로로 보내어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 임피던스 매처는 어느 회사가 잘 하나요?

“RF 제너레이터 만드는 그 회사들이 임피던스 매처도 다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은 그것들이 하나의 부품(Component)이에요. 전원 시스템을 생각해 보면, 먼저 제너레이터가 있고, 그 다음에 매처, 마지막으로 플라스마 장치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한 세트를 이루게 되는데, CCP(Inductively Coupled Plasma)나 ICP(Capacitively Coupled Plasma)와 같은 플라스마 소스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게 완결된 한 세트를 이루기 때문에, 제너레이터를 만드는 회사가 매처까지 함께 개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그래서 MKS가 매처를 만드는 플라스마트(Plasmart)를 인수한 것이죠.”

* CCP(Inductively Coupled Plasma)와 ICP(Capacitively Coupled Plasma) :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플라스마 생성 방식.

* CCP 방식 : 전극 사이에 고주파 전압을 인가하여 전극 사이에 전기장을 생성하고, 이 전기장에 의해 플라스마를 형성한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평행한 전극이 사용되며, 하나의 전극은 RF 전력을 공급받고 다른 전극은 접지된다.

* ICP 방식 : 인덕터(코일)에 고주파 전류를 흘려 자기장을 생성하고, 이 자기장이 전자를 가속시켜 플라스마를 형성한다. 보통 코일은 챔버 외부에 위치하며, 플라스마 생성은 코일 내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 RF 제너레이터와 임티던스 매처가 한 세트로 들어간다는 말씀이죠?

“네. 그리고 ICP와 CCP는 플라스마를 실제로 생성하는 부품입니다. 이 구조가 평평한 형태인지, 아니면 코일 형태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이 부품들은 보통 플라스마 장비의 마지막 단계에서 전극이나 안테나로 작동하는데, 이 부분은 장비 제조사에서 직접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 과정에는 노하우가 많이 들어가거든요.

반면, RF 제너레이터나 임피던스 매처 같은 부품은 특화된 것이 없기 때문에 장비 회사에서 그냥 받아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플라스마 소스는 균일한 플라스마를 생성하고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장비 제조사들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RF 제너레이터와 임피던스 매처는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적인 부품입니다. 이 분야 회사들은 연간 매출이 조 단위에 이릅니다. 예를 들어, MKS는 다양한 제품을 포함해 약 3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RF 제너레이터와 임피던스 매처만으로도 수천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 전체를 보면 조 단위는 될 것 같습니다.”

- 한국에도 잘하는 회사가 있습니까?

“ASE와 NPP(뉴파워프라즈마) 같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상장사인 뉴파워프라즈마는 주로 디스플레이 쪽의 전원 장비에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용 RF 제너레이터와 매처를 많이 다루고 있고, 최근에는 반도체 쪽으로도 진출하여 RF 제너레이터를 개발해서 좋은 결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디스플레이 장비는 반도체보다는 기술적으로 쉬운 편인가요?

“디스플레이 장비는 반도체 장비보다 요구되는 파워가 더 크기 때문에 장비 자체가 더 크고, 전력 소모도 큽니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장비에서의 RF 제너레이터는 반도체 장비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됩니다. 뉴파워프라즈마와 같은 회사들이 반도체 분야 RF 제너레이터와 매처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이 회사들의 매출과 성장 가능성은 크게 확대되겠죠.”

- RF 제너레이터와 임피던스 매처가 한 세트로 모듈처럼 되어 있다고 하셨는데,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나요?

“문제가 생기면 두 부품을 따로 관리하는 것보다, 한 회사가 한 번에 와서 해결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에요. 그래서 MKS 같은 회사가 제너레이터와 매처를 모두 다루는 이유도 두 부품이 서로 밀접하게 엮여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매칭도 빨리 해야 하고요.”

- 왜 매칭을 빨리 해야 하나요?

“요즘 공정에서는 플라스마를 켜는 시간이 아주 짧아요. 예를 들어, ALE(Atomic Layer Etching)나 ALD(Atomic Layer Deposition) 같은 공정에서는 1초도 안 걸릴 때가 많아요. 만약 매칭이 1초나 걸리면, 플라스마가 제대로 작동하기도 전에 반사가 일어나거나 문제가 생길 수 있죠. 그래서 이제는 0.1초 단위로 매칭이 이뤄져야 합니다.”

- 그렇군요. 처음 식각 장비를 개발할 때, RF 제너레이터로 플라스마를 켜봤더니 반사가 일어나고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았겠네요.

“맞아요. 그래서 매칭 기술이 중요해졌죠. 사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저희 학생들도 처음에는 수동으로 매칭을 했습니다. 자동 시스템이 편리하긴 하지만, 자동이 안 될 때는 수동으로 할 줄 알아야 하거든요. 그 개념을 이해해야 문제가 생겼을 때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 RF 제너레이터나 임피던스 매처가 고장나면 이것만 교체할 수도 있겠네요?

“고장난 부분만 갈아끼우면 됩니다. 바로 해결할 수 있죠.”

- ESC는 어떤 역할을 합니까?

“ESC는 웨이퍼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플라스마 공정 중에 웨이퍼가 뜨거워지기 때문에, 이를 식혀주는 쿨링 기능도 함께 담당하죠. 예를 들어, 1kW의 전력이라고 했을 때, 플라스마를 켜면 웨이퍼를 데우게 되는데, 이때 웨이퍼가 과열되면 포토 레지스트(PR)가 녹아버릴 수 있습니다. 포토 레지스트가 견뎌야 공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웨이퍼의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척이 웨이퍼를 단단히 잡아주어야 합니다.”

- ESC는 어떻게 생겼습니까?

“웨이퍼를 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옛날에는 기계적으로 잡는 방식, 즉 메카니컬한 방법으로 웨이퍼를 고정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기적으로 잡는 방식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게 바로 ESC(Electrostatic Chuck), 정전척이라는 장치입니다. ESC는 정전기를 이용해서 웨이퍼를 고정시키는 원리인데요, 이게 어떻게 작동하느냐 하면, 플라즈마 공정에서 웨이퍼가 음으로 대전되면, ESC에 플러스 전압을 걸어줍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서로 당기면서 웨이퍼가 ESC에 강하게 붙게 되죠. 이 힘이 꽤 강력해서, 웨이퍼가 한 번 붙으면 손으로 당겨도 거의 떨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또 ESC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웨이퍼의 냉각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ESC 안쪽에 틈이 있어서, 그 틈으로 헬륨을 흘려줍니다. 헬륨은 원자 크기가 작아서 열 전도가 아주 잘 됩니다. 그래서 플라즈마 공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웨이퍼에서 빠르게 제거해주는 역할을 하죠. 이렇게 해서 웨이퍼의 온도를 낮춰주는 겁니다. 웨이퍼를 제대로 잡아줘야 하고, 동시에 열을 잘 빼줘야 하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까다롭고 중요한 기술입니다.”

- ESC는 어느 기업이 잘 합니까?

“일본 회사들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미코세라믹스라는 데가 있고 파웰이라는 회사도 있는데 생각보다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이엔드는 일본 회사들이 잡고 있습니다.

웨이퍼를 잘 잡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50kW의 대전력을 사용하는 공정에서는 엄청난 열을 견뎌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주 까다롭습니다. 초기에는 알루미늄 바디 위에 세라믹 코팅을 얇게 하는데, 이 세라믹 코팅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게 단순히 기계적으로 잘 만들어져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온도차가 굉장히 큰 상황에서도 이 코팅이 잘 견뎌야 하고 열전도도 잘 시켜야 합니다.”

- 실제로 라인에 들어가서 식각 장비를 보신 적이 당연히 있으시겠죠?

“그럼요.”

- 챔버가 몇 개씩 있습니까?

“포챔버도 있고 여러 가지 형태로 있어요. 요즘은 일렬 형태로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클러스터 형태로 했었는데.”

- 챔버 뚜껑도 열립니까?

“열리죠, 청소할 때만 열죠.”

- 그 안에 묻어 있는 에칭 부산물들은 매우 위험한 물질 아니에요?

“맞아요. 백혈병 이야기도 있고 해서 걱정이 있죠. 하지만 에칭에서는 실리콘의 불소 산화 화합물이 주로 나와서 비교적 덜 위험하긴 해요. 도핑이나 증착 공정에서 더 위험한 물질이 많이 나오죠.”

- 그럼 청소는 어떻게 해요?

“청소 방법이 두 가지가 있어요. 그냥 수작업으로 닦는 방법이 있고, 위험할 수도 있으니 플라스마를 이용해 청소하는 방법도 있죠. 드라이 클리닝이라고 하죠. 예전에는 웨이퍼 몇 장 작업하고 나서 청소했는데, 요즘은 매 장마다 드라이 클리닝을 해요. 그래서 뚜껑 열 필요 없이, 사람 손 안 대고 청소가 가능해졌죠.”

- 안전 문제도 해결되고 좋겠네요.

“그렇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에요. 챔버를 열면 에칭을 멈춰야 하니까, 진공 상태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려요. 진공을 다시 잡고 재현성을 확보하려면 공정도 여러 번 돌려야 하고, 더미 웨이퍼도 넣어가며 테스트를 해야 하죠. 그런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니까, 드라이 클리닝으로 청소 시간을 줄이는 게 큰 이점이 있는 것이죠.”

학생들 가르치면서 어려운 점이나 재미있는 것 없습니까?

“이 분야가 RF 제너레이터와 매처, 전원 쪽인데, 약간 틈새 분야예요. 전자와 전기를 구분하는 기준이 뭔지 아세요?”

- 무엇인가요?

“전자공학과 전기공학의 차이는 대전력과 대전류, 그리고 주파수가 고전압이냐 저전압이냐에 따라 나뉘어요. 대전력, 고전압 쪽이 전기 쪽이고, 전자는 주파수가 높은 쪽, 그러니까 메가헤르츠 이상을 다루죠.”

- 그런데 이 분야는 전기, 전자, 물리, 화학, 기계 다 들어간 것 아닙니까?

“반도체 장비, 특히 에칭이나 증착 장비는 정말 종합과학이에요. 그래서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 장비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지식 기반의 서비스가 핵심입니다. 기술이 어느 이상 발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기술이에요. 그래서 중국이 지금 장비를 많이 만들고 있다고 해도, 조립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해요. 기술력을 유지하려면 결국 박사급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교수님 연구실에 박사 과정 학생들 많이 있습니까?

“박사 과정 학생이 20명 정도 있습니다.”

- 20명이나요? 그 정도면 많은 편입니까?

“적지는 않죠. 연구실마다 다르지만, 보통 연구실에 석박사 다 합쳐서 2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석박사 과정 학생이 몇 안 되는 교수님들도 있죠?

“연구실별로 차이가 크긴 하죠. 특히 지방에 있는 물리학과 같은 경우에는 교수님이 20명인데, 대학원생이 한 해에 5명밖에 안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 교수님이 20명인데 학생이 5명이라니, 학생들은 잘 배우겠는데요?

“잘 배울 수도 있지만, 인프라가 잘 돌아가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합니다.”

- 20명 학생 월급도 다 주셔야 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정부 과제를 많이 받아야 합니다. 박사 과정 학생들 월급이 100% 참여율 기준으로 하면 월 25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 됩니다. 박사 과정이면 석사들이잖아요, 이들이 회사에 가면 받을 수 있는 급여를 고려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삼성 미래기술 과제 같은 경우에는 500만 원 정도까지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융통성이 있죠. 반면 정부 과제는 좀 융통성이 없어서 제약이 많습니다. 학생들도 과제 참여 제한이 있어서 5개까지만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주로 무엇을 연구합니까?

“저희는 플라스마를 연구합니다. 플라스마를 만들고, 새로운 플라스마 소스를 개발하는 것이 주요 연구 주제입니다. 예를 들어, 에칭에서 데미지를 줄이는 저온 플라스마를 만드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죠.”

- 그러면 기존 방법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기존의 고온 플라스마가 아닌 저온 플라스마를 만들어서 데미지를 줄이는 원리를 적용해 보고 있어요. 이런 플라스마 소스를 개발하면, ALE 같은 공정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새로운 플라스마 소스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예를 들어, 에칭 작업을 할 때 플라스마의 전자 온도가 약 3만 도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빛이 나오고, 매우 뜨겁죠. 뜨거운 플라스마는 화학 반응을 촉진시키는 데 유리하지만, 요즘처럼 원자 수준에서 정밀한 공정을 할 때는 문제가 됩니다. 지금까지는 수십 층의 원자를 깎아내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한두 층만 깎아야 하니까 플라스마가 손상을 주면 안 됩니다. 전통적인 플라스마는 너무 뜨거워서 원자 몇 층을 손상시키고 걷어내는 방식을 썼죠. 그런데 온도를 수천 도로 낮추면 그런 손상이 줄어듭니다.”

- 그것이 ALE 같은 데에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마 소스가 되는 것이군요. 기존 방식과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인가요?

“원리를 바꾸는 것이죠.”

- 그 작업도 정부나 산학 과제로 진행되고 있나요?

“산업 과제도 있고, 정부 과제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지금 몇 개의 과제를 진행 중이신가요?

“현재 5개의 과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은 못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이 많은 연구실에서는 5개의 과제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 산업 과제를 많이 받아야겠네요?

“다행히 최근에 에칭 기술이 어려워지면서 플라스마에 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토르에 비유하자면 망치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 망치를 이용해서 에칭이나 증착을 하는 하죠.”

- 그러려면 망치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써보기도 하시는 거군요.

“그렇게 해서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들이, 특히 소자 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플라스마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더욱 중요합니다.”

- 에칭과 증착 작업을 비교하자면 어떤가요?

“에칭은 패턴이 필요한데, 증착은 필요 없죠. 에칭할 때는 패턴이 필요한데, 이걸 정부의 지원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연구조합에서 제공하는 패턴 웨이퍼 사업 덕분에 저렴하고 품질 좋은 패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삼성이나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

- 기업들은 그런 작업을 좋아하지 않겠네요?

“그렇죠, 하지만 연구는 지속 가능해야 하고, 학생들도 에칭을 경험해야 나중에 기업에서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신입사원 교육도 맡고 있는데, 에칭이나 플라스마는 어렵고 선호도가 낮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마를 재미없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맞아요, 하지만 어려운 걸 도전하는 데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실에 학생들은 많이 지원합니까?

“요즘 많이 와서 자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걱정이긴 한데,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 웬만하면 받아주려고 해요.”

- 연구실 공간이 부족한가요?

“공간이 문제죠. 대학원생들이 등록금을 내고 와서 공부할 자리가 없으면 문제가 되니까요.”

- 등록금이 얼마나 되죠?

“한양대 기준으로 입학금 포함해서 한 700만 원 정도 될 거예요. 1년에 1,300만 원 정도죠.”

- 학생들은 주로 어디로 취업합니까?

“주로 대기업으로 많이 갑니다. 학생들에게는 장비업체가 더 재미있다고 말하긴 하는데, 대기업 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죠.”

- 장비업체로 보내는 게 더 좋지 않나요?

“네, 그렇지만 학생들이 선택하는 거라 강요할 수는 없죠. 요즘 학생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대기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담 : 한주엽 전문기자
정리 : 손영준 에디터
촬영 편집 : 신일범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