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사이트] 포엔, 2028년 1000억원 매출, 배터리 재제조 글로벌 No.1 목표
“올해 유럽, 내년 미국에 공장 설립, 배터리 제재조 사업 글로벌로 확대”
포엔(PONE)은 POsitive ENergy의 약자로, 환경을 위한 긍정 에너지를 제공하자는 생각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포엔은 현대자동차 사내벤처로 시작하여 분사한 기업으로, 버려지는 전기차 배터리로 재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고객이 안전하고 경제성 있게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포엔은 다양한 BMS(배터리관리시스템)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한 배터리 원인 분석을 통해서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고 제어기와 배터리 모듈 그리고 셀 등의 조합을 통해서 재제조를 진행하고 있다. 사용후 배터리의 잔존가치를 평가해 더 사용할 수 있는 경우 배터리팩으로 만들어 다시 차량에 넣는다. 차량에 다시 들어가기에 배터리 가치가 많이 떨어졌으면 무정전전원장치(UPS)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팩 등 다른 용도로 재사용한다.
최성진 포엔 대표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누적으로 약 1,500대 이상의 배터리를 납품했다”면서 “누구보다 먼저 배터리 재제조 분야에 뛰어들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온 것이 포엔의 강점이며, 기술력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포엔은 2020년 7월 독립 후, 첫 해에 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2023년에는 117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2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 같은 성장을 바탕으로 “2028년까지 매출 1천억 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재제조 배터리 분야의 No.1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포엔은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 대표는 “미국과 유럽에 이미 지사 설립을 완료했으며, 유럽은 올해 내에, 미국은 내년 중에 공장을 매입해 현지에서 재제조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며, “베트남에서는 ESS 사업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포엔 최성진 대표님 모셨습니다. 우선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포엔은 'Positive Energy'의 약어로, 현대차 사내벤처에서 출발한 회사입니다. 현대차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중, 버려지는 배터리를 보고 ‘이걸 왜 그냥 버릴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배터리를 주워다가 연구소 내에서 다른 용도로 활용해 봤죠. 예를 들어, 등산이나 낚시 갈 때 쓸 수 있는 보조용 파워뱅크를 만들어봤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현대차가 매년 진행하는 아이디어 제안 프로그램에 응모했는데 2018년에 사내벤처로 채택되었습니다. 이후 2년 동안 현대차 내부에서 자금 지원을 받으며 기술 개발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 후 배터리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며, 다양한 곳에 배터리를 장착해 봤어요. 예를 들어, 전기자전거나 3륜 바이크에 배터리를 실장해보니, 운행도 잘 되고 모양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 번 충전으로 150km 정도를 갈 수 있었어요. 이렇게 좋은 배터리를 왜 그냥 버려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2020년 7월에 분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 분사하기 전에는 현대차 어느 부서에 계셨어요?
“현대차 연구소, 특히 남양연구소의 선행 개발 조직에서 일했습니다. 주로 차량 선행 개발을 담당했는데, 사내벤처로 선정되면서 의왕에 있는 중앙연구소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거기서 2년 동안 기존의 업무는 하지 않고, 오직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었죠. 현대차에서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자금도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정말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현업을 하다 보면 A부터 Z까지 다양한 일을 해야 하고, 보고서 작성 같은 일도 많아서 진짜 하고 싶은 일에는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내벤처를 하는 동안 그런 부담 없이, 제가 원하던 차량 배터리의 새로운 활용 방법에 관해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업화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죠. 2년이 지나고 나올 때쯤에는 현대차에 계속 다니는 것이 낫지 왜 이 고생인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 처음부터 선행 개발 부서에서 일하셨습니까?
“네, 맞습니다. 제가 처음 개발에 참여한 것은 친환경차였고, 2005년에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 때였어요. 당시만 해도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해 불신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비싼 돈을 들여서 언제 고장날지 모르는 배터리를 써야 하나라는 의문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때만 해도 전기차 시장이 올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누구나 전기차 시장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죠. 현대차 기업 문화가 많이 바뀐 것은 지금 회장님께서 외부의 좋은 기술을 소싱하고, 협력할 기회를 열어두는 등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CES 같은 전시회에서 정의선 회장님이 여러 부스를 직접 다니시면서 질문도 많이 하시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담이긴 하지만, 저희 부서에는 양궁을 지원해주는 팀도 함께 있었습니다. 양궁협회장이시니까 양궁에서 화살의 직진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연구하는 팀을 만들었던 것이죠. 그런 것들을 보면 현대차가 오픈 이노베이션의 강점을 가지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풍동실험 연구실이 있었기 때문에 양궁 화살이 공기 저항에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이군요? 차량의 공기역학적인 설계에도 도움이 됐을 것 같네요?
“네, 맞습니다. 두 분야가 협력하여 진행될 수 있었고, 저희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연관해서 세상을 이롭게 할 기술들을 많이 연구했습니다. 그 당시 로봇 기술도 연구했고,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 같은 것도 연구했었죠. 기초 분석을 시작으로, 그 기술들을 어떻게 응용할지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던 곳이 바로 중앙연구소였습니다.”
- 선행 연구라는 것이 당장은 상용화하기 어려워도 미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연구하는 것이네요.
“네. 제가 남양연구소에서 주로 했던 일은, 설계와 디자인이 완료된 것을 실제 제품화가 가능할지 미리 만들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선행 양산 또는 프로토타입 개발이라고 부릅니다. 차가 출시되면, 많은 직원들이 ‘저 차는 내가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마치 고통을 겪으며 잉태한 것처럼, 그 차가 출시될 때 큰 기쁨을 느낍니다.
또 전기차 개발에도 참여했는데, 전기차를 친환경차로 믿고 있었는데, 배터리가 그냥 버려진다면 과연 친환경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용 후 배터리의 밸류체인 중에서 재제조와 재사용 영역을 사업화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에는 배터리 성능이 지금만큼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재제조보다는 재활용, 즉 배터리를 분쇄해 니켈, 코발트, 망간 같은 원료를 추출하는 일이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3세대, 4세대 배터리로 넘어오면서 성능이 크게 개선되었어요. 예를 들어, 30만 km를 주행한 배터리도 여전히 85% 이상의 용량을 유지합니다. 이렇게 좋은 배터리를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보다는 더 오랫동안 사용하는 게 효율적이죠. 이 배터리들은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나 UPS(무정전 전원 장치)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재사용의 영역이라면, 제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재제조입니다. 재제조란, 차량용 배터리라는 원래 목적에 맞게 다시 만들어서 차량에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재활용은 완전히 파쇄해서 원래 그 배터리가 가지고 있던 소재를 추출해서 재활용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대표님이 하시는 사업은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배터리가 다시 그 목적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예를 들면 전기차에 썼던 배터리를 전기차용으로 쓸 수 있게 재제조를 하신다는 것이죠?
“네, 맞습니다.”
- 어떻게 보면 중고 배터리 아닌가요?
“중고 배터리가 아니고 리퍼비시(Refurbish) 배터리죠. 동일 성능과 안전성을 보장하게끔 리퍼비시한 배터리입니다.”
- 그전에는 개발하거나 만들 때 불량이거나 아니면 폐기되는 배터리들은 어떻게 처리했나요?
“그 당시만 해도 주로 리사이클링 작업을 해서 재활용 물질로 만들어 재활용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배터리를 다시 자동차에 써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신차입니다. 신차의 경우, 전기차의 배터리가 고장 나거나 사고가 났을 때, 대부분의 고객들은 신품 배터리로 교체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량의 가치가 떨어지죠. 차량의 가치가 1천만 원도 안되는데 2천만 원짜리 새 배터리로 교체하려는 고객은 별로 없지 않겠어요?”
- 적절한 비율일지 모르겠지만 중고차에 새 엔진이 아니라 중고 엔진을 장착하는 그런 형태의 사업이군요?
“그런 비즈니스 맞습니다. 사실 재제조라는 것이 배터리만 했던 게 아니라 방금 말씀하셨던 엔진, 미션 같은 부품들은 오래전부터 재제조를 통해서 사용해왔습니다. 그리고 전기차로 넘어오면서 모터, 인버터를 거쳐 이제 배터리로 넘어온 것이죠.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오래전부터 해왔던 것입니다.”
- 2018년도에 CIC(Company-In-Company)를 하셔서 2020년도에 독립하실 때 세워놓은 사업목표가 있을까요?
“저희는 전기차 배터리를 고객들이 다시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 분야에서 글로벌 넘버원이 되겠다는 목표로 출범했습니다. 2020년 7월에 사업을 시작했을 때, 국내에는 재제조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선두주자였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에는 어떤 상황인지 살펴봤는데요, 일본의 닛산이 닛산 리프라는 전기차를 만들고, 그와 함께 재제조와 리사이클링을 염두에 둔 포알 에너지(4R Energy Corporation)라는 자회사를 스미토모와 함께 설립했습니다. 닛산 리프의 판매량 감소로 그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무너졌습니다. 연구소에 있을 때 저희가 벤치마킹을 많이 했고 롤모델로 삼기도 했습니다.
이후 저희는 영국의 오토크래프트라는 회사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회사는 전통적으로 엔진과 미션을 재제조해왔는데, 전기차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해 배터리 재제조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이 회사는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 그 회사는 전통적으로 파워트레인을 재제조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면 일감이 줄어들 테니까 전기차 배터리를 재제조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한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미국에는 배터리 MD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도요타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리를 주로 맡아왔습니다. 저희가 펀딩을 받아 미국에 진출할 때, 파트너십이 필요해서 이 회사를 인수하려고 했습니다. 이 회사는 사업경력이 오래되었으며, 창업자이자 CEO는 60세가 넘은 백인 여성 박사님입니다. 인수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인수는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파트너십을 맺어 함께 협력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마쳤습니다.
이후 저는 글로벌 진출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 고민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판매량이 많은 캘리포니아 지역을 타깃으로 삼았고, 유럽에서는 독일이 프랑크푸르트 지역을 목표로 삼아 진행할 계획입니다.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넘버원이 되는 것입니다.”
- 2020년도에 현대차 사내벤처에서 분사하실 때 직원은 몇 분이 함께했습니까?
“일단 저 혼자 독립했습니다. 그런데 1인 기업이 될 수는 없어서 모비스에서 배터리 설계했던 파트장급 인원이 퇴직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분을 찾아가서 설득했습니다.”
- 사내벤처 할 때는 몇 명이었습니까?
“처음에는 2~3명이었고 많을 때는 5명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분사할 때에는 다들 현대차에 남기를 원했죠. 특히 함께하고 싶었던 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세 아이의 부모였습니다. 작은 회사에서는 그런 상황을 관리하기 어렵지만, 현대차 같은 대기업에서는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니까 가족의 반대로 결국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 혼자 회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 모비스에서 배터리 파트 설계를 담당했던 분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제 지인 중에 사업 경험이 있는 친구 한 명을 조인시켜서, 총 3명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지금은 직원이 몇 분이나 되나요?
“80명 정도 됩니다. 처음에는 임원까지 다해서 한 10명 정도가 똑같이 일하면서 진행했었죠.”
- 회사의 지분은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초기에는 현대차의 사내벤처로 시작했기 때문에 현대차가 약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창업 멤버인 저와 다른 두 명이 나머지 85%를 나누어 가졌습니다. 저는 초기에는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지분은 두 분이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 후 시리즈 A와 B 투자 라운드를 거치면서 지분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시리즈 A 투자 시 30% 정도, 그리고 시리즈 B 투자에서도 30% 정도를 추가로 드리게 되어, 현재는 기관 투자자들(FI)이 전체 지분의 약 절반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저희 창업 팀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 지난 7월, 시리즈 B 투자를 통해 390억 원을 유치했는데 DSC 인베스트먼트, 슈미트, 현대차 증권, SJ 투자 파트너스, 신한 벤처 투자 등 유명한 기관들이 많이 참여했네요? 2020년에 어느 정도 매출이 있는 상태에서 독립하신 것인가요?
“2020년 7월 회사를 시작했을 때, 바로 매출을 올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첫해인 2020년에는 약 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그다음 해인 2021년에는 약 13억 원, 2022년에는 약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작년인 2023년에는 매출이 117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 고속 성장을 해오셨군요?
“고속 성장을 했죠. 그 당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저희와 같은 사업을 하는 회사도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정부 과제도 많이 수주받았고, 현대차와 함께하는 사업 용역 비즈니스도 꽤 많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약 2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 매출 구성은 어떻게 됩니까?
“재제조 부문은 사실 매출 비중이 작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약 20억 원 정도였고, 올해는 약 4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나머지 매출은 주로 기술용역 서비스나, 고객 요청에 따라 재사용 제품에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같은 것을 만들어 제공하는 등의 일이 많습니다. 또 국책과제 같은 데서 나오는 매출도 있습니다.”
- 수익 수준은 어떻습니까?
“직원들을 많이 채용하고 설비 투자도 많이 했기 때문에 이익 수준은 높지 않지만, 적자를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1년 차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흑자를 유지해왔습니다. 다만, 이익률은 보통 5%에서 많을 때는 10% 정도였고, 작년과 올해는 이익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확장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가 진행하는 기술 기반 서비스업 중에는 배터리 개발 외주 작업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LG 등 배터리 3사에서 좋은 셀을 가져오면, 저희가 이를 패키징하고 성능 평가를 해서 제품화를 도와드리는 작업을 합니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용역 매출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그 일은 원래 현대에서 하고 계셨던 일인가요?
“저는 주로 차량 쪽 일을 했었고, 배터리 자체는 현대차 내부에서 직접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대차에서는 배터리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차량에 어떻게 장착하고, 퍼포먼스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를 차량 입장에서 다뤘습니다. 배터리 자체는 다루지 않았지만, 차량과 배터리 모두 비슷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어서 기본적인 흐름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제재조를 하려면 배터리를 구해와야 할 텐데 어디서 입수하나요?
“배터리를 구입하는 경로는 기업 보안 사항이라서 공개할 수 없지만, 국장님께는 말씀드리겠습니다. 배터리가 차량에서 제거되는 주요 원인은 세 가지 정도입니다.
첫 번째는 고장입니다. 배터리가 고장 나면, 10년 또는 20만 km까지 보증이 적용됩니다. 이 경우 서비스센터에서 배터리를 떼어내어 저희에게 수리를 의뢰합니다. 저희는 이를 수리한 후 다시 서비스센터로 보내줍니다. 간단한 수리는 정비소에서 가능하지만, 모듈 교환이나 복잡한 작업은 쉽지 않습니다. 배터리 팩이 견고하고 고전압 배터리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고장 원인을 분석하고 수리하여, 보증 수리품으로 문제없이 출고되도록 합니다.
두 번째 원인은 사고입니다. 사고로 인해 배터리가 손상되면, 일반 수리로 처리됩니다. 이 경우 고객들이 수리해야 하므로, 주로 보험사를 통해 배터리가 저희에게 들어옵니다.”
- 특히 여름에는 보험사를 통해서 침수차가 많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침수차의 경우, 배터리를 재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침수로 인해 내부에 이끼와 곰팡이가 많이 끼기 때문에, 이러한 배터리는 리사이클링으로 바로 보내는 것이 적절합니다. 반면, 경미한 사고로 인해 케이스가 살짝 깨졌을 때는 내부의 셀이나 모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저희가 케이스를 교환한 후 보험사에 제공하면, 보험사가 고객과 함께 선택을 논의하게 됩니다.
고객들은 보험료를 낸 만큼 신품을 원할 수 있지만, 자기 분담금을 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신품 배터리의 경우 20%를 분담하면 600만 원이지만, 저희 제품을 사용하면 200만 원만 내면 되니까 400만 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신품을 쓸 거냐, 비용을 절감할 거냐를 두고 고민하겠죠.
향후에는 재제조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리워드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보험개발원에서 만들 예정입니다. 그러면 가격 차이의 20%를 고객에게 돌려주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고객은 자신의 차량 감가를 고려해 재제조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겠죠. 특히 법인차를 운영하는 경우, 배터리에 대한 관리 서비스가 중요해져서 배터리 케어 보험도 도입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올해 매출 목표가 200억 원이라고 하셨는데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9월까지 150억 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하기 때문에 200억 원까지는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전기차가 많이 팔릴수록 코엔의 매출도 비슷하게 성장할 것 같은데요,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됩니까?
“저희는 재제조 배터리를 기존의 신품 배터리보다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1세대부터 4세대까지의 배터리 기술이 개발되어 있는데, 저희는 1세대 배터리에도 최신 4세대 기술, 예를 들어 열폭주를 개선하는 기술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최근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이슈가 자동차 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안전 물질을 배터리 팩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열차단 패드와 같은 안전장치들이 있는데, 이러한 기술이 1세대 배터리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이 기술을 1세대 배터리에도 적용하여,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을 입증할 계획입니다. 이 과정은 약간의 튜닝 작업이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저희는 더욱 안전한 배터리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넘버원이 되는 것이 저희의 최종 목표입니다.”
- 기술 개발은 따로 하셔야 될 것 같은데 언제쯤 완료될까요?
“현재 열폭주를 개선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솔루션이 있습니다. 셀 자체에서의 개선 방법, 분리막에 코팅을 하는 등의 기술, 그리고 차량 쪽에서는 에어로젤이나 마이카 같은 물질을 감싸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저희도 이러한 다양한 방법들을 도입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은 내년까지 완료될 예정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기술을 적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국가 인증과 표준입니다.
이전에는 재제조 배터리에 대한 인증 프로세스가 없었지만, 현재 국토부 산하의 교통안전공단과 협력하여 이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용 후 배터리를 제품으로 간주하는 규정과 재제조에 대한 인증 절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이 프로세스를 독점적으로 유지하지 않고, 누구나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오픈할 계획입니다. 음지에서 비공식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양지에서 정확한 프로세스와 장비, 시설, 인력을 통해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려 합니다.”
- 정부에서 이 배터리는 재제조한 제품인데 기존보다 훨씬 더 안전성이 강화됐다는 것을 보증해준다는 것이죠?
“맞습니다. 그런 인증 프로세스를 지금 국토부의 교통안전공단과 저희가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 그러면 인증 프로세스 안에는 배터리 안정성 테스트나 BMS 테스트, 또 완성차에 장착했을 때 무게에 따른 영향 테스트 등 여러 가지 테스트가 포함되겠군요?
“현재 저희의 첫 번째 목표는, 1세대 배터리 팩을 그대로 재제조하여 납품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인증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기존의 1세대 배터리에 추가적인 개선 사항을 적용해 더 안전하게 만들고, 그 안전성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첫 번째 인증 프로세스를 같이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휘발유 차량을 LPG로 개조하는 것도 정부에서 다 인증받고 하는 것들이잖아요. 그와 유사한 프로세스를 만들겠다는 것이죠? 1세대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배터리를 안정성이 높은 배터리로 교체해서 장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프로세스를 만들어 인증을 해주고 그런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고요.
“맞습니다. 정부의 기조 중 하나는 사용 후 배터리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어 유통 체계와 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EU는 이미 배터리 여권제를 도입해 이력 관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K-배터리가 세계적으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정부와 함께 다양한 회의와 논의를 통해 이러한 방향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 포엔이 처음으로 배터리 재제조 사업에 뛰어드셨다고 했는데 지금도 유일합니까?
“현재 몇 개 회사들이 이 분야에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폐차장을 운영했던 굿바이카라는 회사도 있고, 다른 작은 회사들도 조금씩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분들께 저희 회사에 와서 직접 보시고, 함께 기술 개발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이 일은 한 회사가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30년에는 10만 개의 사용후 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희는 이 중 10%에서 15%, 즉 1만 대에서 1만 5천 대 정도의 배터리를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전체를 소화하기에 부족합니다. 그래서 다른 회사들과 협업하여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산업 자체를 키우겠다는 목표가 있어서 그러신 것 같네요. 그러면 포엔의 가장 큰 핵심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희의 경쟁력은 일찍부터 시작해서 경험을 쌓았고, 많이 해봤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2020년 7월에 분사를 한 후, 9월부터 바로 납품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누적으로 약 1,500대 이상의 배터리를 납품했습니다. 2020년 9월에 처음 납품한 것은 전기버스에 사용되었으며, 이 버스는 1년에 약 9만 km를 주행합니다. 현재까지도 문제없이 잘 운행되고 있습니다.”
- 상용차 같은 경우에는 환경 조건이 굉장히 가혹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지금 전기버스 다니고 있는 것들 보면 아직까지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이거든요. 전기버스는 주행거리에 따라 의무적으로 폐차를 해야 되죠?
“9년이면 무조건 폐차해야 합니다.”
- 전기버스에 나올 수 있는 배터리 양이 어마어마하겠네요?
“그렇죠. 앞서 제가 고장일 때 배터리가 나오고 사고일 때 배터리가 나온다고 말씀드렸는데 마지막이 폐차일 때 배터리가 나옵니다. 현대차 기준으로 전기버스에 들어가는 배터리 팩은 니로와 코나에 사용되는 배터리 팩과 동일하게 제작되었습니다. 최근에 출시된 LM 전기버스는 아이오닉5나 EV6에 들어가는 배터리 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LM 전기버스는 한 팩이 아니라 네 팩을 사용하기 때문에 완전한 호환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모듈 수준에서는 호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시스템이 다르니까 배터리 팩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쓸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현대차에서 선행 개발을 하셨으니까 가장 먼저 신기술을 접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재제조 분야에서도 그런 신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까요?
“열폭주를 개선할 수 있는 부품을 일부 교체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더 좋은 셀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LFP를 대체할 만한 나트륨(소듐) 배터리가 등장하고 있는데, 소듐 배터리는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안정성도 어느 정도 확보된 셀입니다. 이러한 셀로 교체해 제품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납품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단순한 패커가 아니라, 재제조 배터리 팩을 만드는 리퍼팩 패커입니다. 기존의 좋은 셀을 활용해 리퍼팩을 만들 때 적용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기술 개발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글로벌 넘버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엔과 같은 기업이 또 있다고 하셨죠?
“서너 개의 회사가 있는데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면서 그 회사들을 조사해봤습니다. 실제로 현장을 방문하고, 만나서 협업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그중 미국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인 SNT라는 회사를 방문했는데, 그곳의 CEO를 만나보니, 그들은 워크숍 크기의 공간에서 배터리를 셀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셀 방식이란, 정비소에서 개별적으로 정비를 하는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반면, 저희 회사는 약간의 흐름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완전 자동화는 아니지만 세미 오토 형태로 흐름 라인을 구현해 놓았어요. 이 점에서 저희가 더 앞서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시장에 진출해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해외 시장 진출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습니까?
“미국과 유럽에 지사는 다 설립했습니다. 미국은 LA 지역에 코트라를 통해 사무실을 개소하였고, 이후 LA 지역에 계속할지, 아니면 라스베가스나 네바다에 위치할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유럽에서는 프랑크푸르트에 지사를 설립했고 공장 매입을 위해 9월에 다녀올 계획입니다.”
- 공장을 매입하면 어떤 사업을 하시게 되나요?
“재제조 및 프로토타입 개발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원하는 배터리를 가져오면 평가해주는 사업을 할 예정입니다. 배터리는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 셀 메이커나 팩 메이커들이 배터리를 본국으로 가져가서 평가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현지에서 평가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평가 작업도 현지에서 제공해드릴 수 있습니다.”
- 독일은 자동차 강국이어서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가 많이 나올 것 같은데, 한국에서와같이 재제조 비즈니스를 하시겠다는 것이죠?
“독일의 경우, 재활용이나 환경 오염을 초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작업들은 대부분 동유럽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은 재제조나 이런 기술 개발을 통해 무언가 상품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 해외 진출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 안에는 유럽 쪽을 진행하고 내년에는 미국, 그다음에 베트남 쪽은 올해부터 같이 진행할 계획입니다.”
- 왜 베트남입니까?
“베트남은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여 정전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때 잠깐의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해주는 가정용 홈 ESS에 대한 니즈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ESS를 만들어보고자 계획 중입니다. 외주로 이를 요청하는 곳이 있어서 함께 협력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 이번에 시리즈 B 투자받으신 것은 어디에 투자하실 계획입니까?
“유럽과 미국, 그리고 베트남까지 투자하면 여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인력도 채용해야 하고 건물이나 장비도 준비해야 하니까요.”
- 미국에서도 배터리 재제조를 하게 되면 현지 인력을 채용해야겠죠?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것과 함께, 국내 인력도 장기 출장 형태로 3개월간 현지에 파견해 함께 일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여러 가지 조사를 해보니, 물가가 많이 올라 인건비가 상당히 비싸졌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중장기 사업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재 국내에서 5천 대에서 1만 대까지 생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그다음으로는 글로벌로 진출해서 앞서 언급한 4개 정도의 경쟁사보다 더 나은 기술력과 안전성, 경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고객들의 목소리(VOC)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고객층을 확장해서 궁극적으로 글로벌 넘버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내년 매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내년에 베트남 공장이 돌아가게 되면 베트남에서만 약 100억 원에서 150억 원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 그러면 상장 계획도 있습니까?
“2028년도쯤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때쯤이면, 1세대 배터리임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재제조한 배터리는 매우 안전하다는 것을 검증받고 시장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시점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그때쯤이면 매출 규모가 어느 정도 될까요?
“현재 속도로 보면 1천억 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배터리 재제조와 관련해서 국가별 규제는 없습니까?
“규제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습니다.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미국에서도 재제조를 비공식적으로 진행하는 회사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정부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국토부 산하의 교통안전공단과 협업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정부 부처와 협력하여 이러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 앞으로 포엔의 활발한 경영 활동 기대해 보겠습니다.
대담 : 이수환 전문기자
정리 :손영준 에디터
촬영편집: 김종석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