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T가 LGD 광저우 공장 인수하면..."삼성-BOE 협력할 수도"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가상 시나리오 발표
"삼성전자, CSOT의 LCD TV 패널 의존도 커지는 것 피해야"
"LG전자는 CSOT 비중 확대 이용할 것...벤더에 AUO 추가"
LGD, 삼성·LG전자 제외한 업체에 광저우 공장 LCD 단종 통보
2024-08-20 이기종 기자
CSOT가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최종 인수하면, 삼성전자는 향후 BOE와 협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전망했다. 삼성전자로선 LCD TV 패널 시장에서 CSOT 의존도 확대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LG전자는 CSOT 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지렛대로, BOE와 HKC 등을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전자는 가까운 시일 내 LCD TV 패널 벤더에 AUO를 추가할 계획이다.
옴디아는 최근 'CSOT의 LG디스플레이 광저우 LCD 공장 인수 시나리오' 보고서에서 이처럼 전망했다. 지난 1일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LCD 공장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CSOT를 선정하고, 배타적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CSOT도 광저우 LCD 공장 매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CSOT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공장 지분 70%와, 광저우 LCD 모듈 라인 지분 100% 인수계획을 발표했다.
옴디아는 CSOT가 광저우 LCD 공장을 인수하면, 2025년 전세계 박막트랜지스터(TFT) LCD 생산능력에서 CSOT 점유율이 23.5%로 늘어나, 26.9%의 BOE를 바짝 추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CD TV 패널 출하량 점유율에선 CSOT가 25%를 기록하며, 24%의 BOE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광저우 LCD 공장에서 주력 생산하는 32인치와 55인치, 65인치 LCD TV 패널 부문에선 CSOT가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CSOT가 이곳을 인수할 경우, 앞서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체결했던 LCD TV 패널 장기공급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등과 2026년까지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 종료일까지 해당 물량은 CSOT가 넘겨받는다.
삼성전자의 올해 LCD TV 패널 조달량 전망치는 모두 3600만대다. 패널 업체별 물량은 △CSOT 750만대(21%) △샤프 680만대(19%) △LG디스플레이 520만대(14%) △AUO 500만대(14%) △이노룩스 500만대(14%) △HKC 450만대(13%) △BOE 100만대(3%) △CHOT 100만대(3%) 등이다. CSOT가 광저우 LCD 공장을 인수하면 삼성전자 LCD TV 패널 시장에서 CSOT 비중은 기존 21%에 LG디스플레이 비중 14%를 더하면 35%까지 늘어난다. 3분의 1을 웃돈다.
CSOT 의존도가 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HKC나 AUO, 이노룩스 물량을 늘릴 수 있다. 옴디아는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삼성전자가 향후 BOE와 협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동시에, 광저우 LCD 공장을 인수한 CSOT와 다른 중국 패널 업체의 경쟁이 심해지면 TV 업체는 패널 가격 협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도 소개됐다.
같은 상황이면 LG전자도 CSOT의 LCD TV 패널 비중이 커지겠지만, LG전자는 이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CSOT 비중 확대는 LG전자가 BOE나 HKC 등을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확대하기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올해 LG전자의 LCD TV 패널 조달량 예상치는 2220만대다. 패널 업체별 물량은 △BOE 910만대(41%) △HKC 600만대(27%) △LG디스플레이 290만대(13%) △CSOT 200만대(9%) △이노룩스 130만대(6%) △샤프 90만대(4%) 등이다. LG전자 LCD TV 패널 시장에서 CSOT 비중은 기존 9%에 LG디스플레이 비중 13%를 더하면 22%가 된다. 옴디아는 LG전자 전략에 CSOT 비중 확대도 포함되기 때문에, CSOT 비중이 20%를 넘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LG전자는 지난 2023년부터 LG디스플레이가 만든 LCD TV 패널 물량을 줄였기 때문에, 이미 중국 LCD TV 패널 의존도가 높았다. LG전자는 올해 LG디스플레이로부터 LCD TV 패널 구매를 재개했고, 2024~2025년에는 AUO에서도 패널을 조달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6월 중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에 광저우 LCD 공장에서 만드는 LCD 패널 단종(EOL:End of Life)을 공식 통보했다. 단종 소식을 통보받은 업체는 스카이워스와 KTC, 베스텔, TPV 등이다. 스카이워스는 광저우 LCD 공장 지분도 10% 보유하고 있다. 광저우 LCD 공장에서 만드는 LCD 구매시한은 2024년 12월 말이다.
앞서 지난 2013년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지방정부, 스카이워스 등과 GP1와 GP2로 구성되는 광저우 8.5세대 LCD 공장과 LCD 모듈 공장에 53억달러를 투자했다. 옴디아는 감가상각 이후 이곳의 잔존가치는 7억~8억달러, LG디스플레이가 제시한 매각 가격은 13억달러로 추산했다. 감가상각은 2021년 끝났다. 광저우 LCD 공장 지분 보유율은 LG디스플레이 70%, 광저우개발구 20%, 스카이워스 10% 등이다.
CSOT가 광저우 LCD 공장을 최종 인수하면 TV 패널과 세트 업체 공급망, 경쟁 구도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또 다른 인수합병(M&A)을 부를 수 있다고 예상됐다. LCD TV 패널 고객사가 LG전자와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등으로 다양한 BOE와 달리, CSOT는 관련 고객사가 모회사인 TCL(TCL 모카 포함)이 48%, 삼성전자가 16% 등으로 편중돼있다. CSOT가 광저우 LCD 공장을 매입하면 시야각 개선 기술인 IPS(In Plane Switching) 특허를 적용한 LCD 라인업을 확보하고, 고객사도 늘릴 수 있다. CSOT는 IPS 방식 대신 VA(Vertical Alignment) 방식 LCD를 주로 사용해왔다.
한편, 이번 옴디아 보고서에 나오지 않았지만 IPS 특허는 CSOT보다 BOE에 필요한 기술이다. BOE는 IPS 기술을 적용한 LCD를 생산해왔고,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특허침해를 경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BOE는 광저우 LCD 공장 자체 매입보다는 IPS 기술을 비롯한 특허 매입 또는 사용권 확보가 우선과제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CSOT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광저우 LCD 공장을 최종 매입할 경우 BOE로선 특허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해 향후 미국 사업 확대 등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미 판매한 제품에 대해서도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위험이 있다. BOE는 LG디스플레이와 광저우 LCD 공장과 특허 매입 논의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가 기존에 삼성전자 등과 체결했던 장기공급계약에서 가격 등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은 특정 사업에서 철수한 뒤 특허수익화에 적극 나서는 편이다. 지난 2021년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는 애플 등으로부터 막대한 규모 특허 라이선스료를 받았다. 최근 수년간 여러 부품사업에서 철수한 LG이노텍은 관련 특허를 특허관리전문기업(NPE)에 대량 매각했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gjgj@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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