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강자 꿈꾸는 리벨리온, 비밀 병기는 '분산 컴퓨팅'

오진욱 리벨리온 CTO 인터뷰 올 하반기 내 사우디 아람코에 랙 단위로 아톰 칩 공급

2024-08-22     노태민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의 기술력을 이야기할 때 칩 단위에서 논의가 그치거나, 논문이나 벤치마크 숫자로만 경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사업모델의 성숙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입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랙(Rack) 단위의 규모 있는 비즈니스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리벨리온은 이런 수요에 맞춰 기술적 과제들을 해결해왔습니다." 오진욱 리벨리온 CTO는 "대형 언어 모델(LLM)의 사이즈는 계속 커지고 있는데, 칩의 성능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리벨리온은 여러 카드들을 엮어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솔루션 '리벨리온 스케일러블 디자인(RSD)'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창업한 AI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창업 1년 만에 AI 반도체 '아이온(ION)'을 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지난해 출시한 AI 칩 '아톰(ATOM)'의 사업화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온은 TSMC의 7nm 공정, 아톰은 삼성전자의 5nm 공정을 통해 만들었다. RSD는 일종의 '분산 컴퓨팅' 솔루션이다. LLM 추론 연산을 위해서는 수백, 수천 장의 칩이 필요한 만큼, 리벨리온은 다수의 칩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다. 오 CTO는 "RSD는 하나의 AI 추론 워크로드를 여러 개로 나눠, 다수의 카드 또는 서버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아톰의 에너지 효율성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톰이 타깃하고 있는 응용처는 LLM과 컴퓨터 비전이다.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사우디 아람코 리서치 센터에 아톰 칩을 서버 단위로 공급했다. 하반기 내 랙 단위의 추가 공급 계획도 있다. 이외에도 일본 통신사와 아톰 기술검증(PoC)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중동 시장이 리벨리온의 주요 매출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AMD 등 기업의 중동 AI 가속기 수출을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벨리온 아톰의 경우 개별 칩 성능 만으로는 미국 정부의 규제보다 성능이 낮아, 수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리온은 이를 RSD로 보완해 중동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리벨리온은 내년 초 사우디 현지 법인 설립도 준비 중이다. 차세대 칩 생산 로드맵도 앞당겼다. 올해 하반기 양산 예정이던 '리벨(REBEL) 싱글'을 건너뛰고 리벨 싱글을 네 개 이어 붙인 '리벨 쿼드'를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초 양산할 계획이다. 리벨 쿼드는 삼성전자의 4nm 공정과 아이큐브-S 기술이 적용됐다. HBM3E 12단 제품도 4개 탑재된다. 오 CTO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리벨 싱글, 리벨 더블 등 형태로 커스터마이즈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리벨리온은 리벨에도 RSD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5월 합류한 김홍석 CSA(Chief Software Architect)가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오 CTO는 "아톰과 리벨간 연계가 가능하도록 RSD를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리벨리온은 오는 11월 1일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코리아와 합병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주 본 계약을 체결했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사피온코리아'로 하되, 리벨리온 경영진이 합병법인을 이끌고, 새 회사의 사명도 '리벨리온'으로 결정했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tmnoh@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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