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단통법서 '이용자 차별 금지' 조항 빼야

25% 요금할인은 유지하고 보조금 상한제 폐지해야 바람직

2024-08-28     이진 기자
전 국민이 같은 가격에 휴대전화를 구매하도록 한 것은 공평한 일일까. 10년된 단통법 폐지 논의를 보며, 처음 법이 도입될 당시인 2014년의 혼란이 떠올랐다. 단통법 도입 후 이득은 누가 봤을까. 단말기 교체 주기가 과거 2년에서 최근 3년 가량 늘어난 만큼 이통사나 제조사는 아니다. 단통법 폐지는 어떨까.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명목으로 내세운 정치권의 포플리즘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소비자는 똑똑하다. 물건 하나를 살 때 여러 쇼핑몰의 판매 조건을 꼼꼼히 확인한 후 가장 좋은 조건은 상품 판매처를 선택한다. 예전에는 발품을 팔아가며 시장을 돌아다녔다면, 현재는 인터넷 쇼핑몰을 헤매고 다닌다.  소비자의 수고를 덜어준 단통법은 국가가 직접 휴대전화 유통 시장에 깊이 개입해 판매 가격을 정해준 법이다. 이용자 차별을 막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는데, 법 시행 직후부터 전 국민을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으로 만든 법이라는 오명과 함께 폐지 요구가 빗발쳤다. 소비자에게 지원금을 더 주거나 덜 주면 법에 따라 처벌 받아야 한다. 일부 성지 판매점으로 불리는 과다 보조금 지급 업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시장 경제 체제 속 유통 시장과 차이가 있다.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옛 과기정통부)는 2014년 10월 법 시행 당시 제조사의 자발적인 스마트폰 출고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기업과 애플까지 포함해 4개 회사가 시장 경쟁 중이었던 덕에 법 시행 초기 출고 가격이 일부 인하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LG전자와 팬택 스마트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등 변화가 있었다. 삼성전자와 애플 두 기업이 과점한 시장으로 바뀌었고, 애플은 1년에 한 번 신제품을 내놓는다. 제조사 간 경쟁이라고 할 것이 없고, 가격 인하 요인도 사라졌다. 단통법 폐지 후 이통3사 간 경쟁 부활도 부정적이다. 이통사가 서비스 수익을 늘리려면 타사 가입자를 뺏어오는 번호이동 시장에 집중해야 하는데, 포화 시장인 통신 시장의 매력도 자체가 떨어진다. 기존 가입자인 집토끼를 지키는 쪽으로 전략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해서 갑자기 10년 전처럼 보조금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단말기 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말이다.  단통법의 큰 성과물 중 하나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에 상응하는 통신료를 할인해주는 '25% 요금할인' 제도다. 단통법이 폐지 되더라도 이 정책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반면, 이용자 차별을 금지한 조항은 손을 봐야 한다. 거주 지역이나 시장의 규모에 따라 휴대전화 판매가격을 달리 하는 것은 시장 경쟁 체제 속에서 당연한 일인데 정부가 이를 법으로 막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똑같은 아이스크림 가격 하나도 편의점, 대형마트, 무인 판매점이 다 다른데, 이들 업체들 역시 이용자를 차별하는 것이니 처벌해야 한다는 것과 똑같은 논리다.  10년간 단통법이 스마트폰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제조사간 경쟁 자체가 사라진 이때, 이통사라도 경쟁에 뛰어들게 하고 싶다면 관련 토대부터 마련해 줘야 한다. 현재처럼 보조금 상한선을 법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업계 자율로 마케팅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 단통법 대안 입법을 고려할 때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디일렉=이진 전문기자 alfie@bestwaters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