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사이트] 프리미엄 메모리 수요 급증, 레거시는 고전...디커플링 전망

“누구든 먼저 HBM4 제품화에 성공하면 '디팩토 스탠더드' 선점하게 될 것”

2024-10-02     김종석 PD
이세철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의 이세철 전무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과 레거시 제품 간의 디커플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무는 “올해 하반기부터 레거시 제품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군인 DDR5와 HBM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서버와 AI 가속기 수요가 이를 견인하면서 프리미엄 제품군의 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DDR5 제품의 비중이 75%까지 상승하고, DDR4의 비중은 25%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에 따라 레거시 제품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레거시 제품의 시장 전망은 어둡다. 반면, HBM 제품군은 AI와 고사양 서버 수요의 증가로 인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선점 효과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HBM4의 제품화 경쟁에서 누가 먼저 진입하느냐가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전무는 “먼저 진입한 제품이 사실상 디팩토 스탠더드(De facto Standard)가 되기 때문에 후발 주자가 들어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기존의 범용 제품 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전무는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이익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회사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프리미엄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내겠지만, 범용제품 비중이 높은 회사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의 이세철 전무님 모시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관해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어떤 변곡점에 있는 상황인가요?

“주가는 그렇게 보입니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 시장에서 매크로 불확실성과 공급 과잉, 이런 것들에 관한 우려가 많아서 내년 시황을 안 좋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 최근에 모 증권사에서 겨울이 올 거라는 얘기를 하면서 한동안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론 실적이 매우 잘 나왔고 올 하반기에 대한 전망도 시장 예측보다 높게 나와서 주가가 다시 올랐고 국내 업체들 주가에도 반영된 것 같습니다. 올해까지는 모두 괜찮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내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는데, 어떨 것 같습니까?

“일단 올해 하반기에 좀 약해질 것은 맞아요. 그러니까 레거시(Legacy) 수요가 워낙 안 좋거든요. 그래서 결론만 말씀드리면 내년도는 수요나 공급이나 그리고 시장이나 업체마다 디커플링(Decoupling)이 매우 심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프리미엄 시장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계속 좋을 것 같고 레거시 시장은 계속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 레거시가 힘든 것은 기존에 우리가 쓰던 IT 제품들이라든지, 컨슈머 기기들의 판매가 그렇게 신통치 않기 때문인가요?

“그렇죠. 그리고 DDR4도 시장에 아직 워낙 많이 있습니다. 2022년, 2023년 공급 과잉 때 나왔던 물량이 아직 채널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왜냐하면, 회사들이 업황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구매했는데 2023년에 AI만 올라왔거든요. AI나 프리미엄 시장 올라오면서 동반 상승을 하기는 했지만,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던 것이죠. 그래서 지금 레거시가 안 좋은 것이고, 내년 전망을 좋지 않게 보시는 분들은 내년까지 확대해서 안 좋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레거시 제품은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DDR4, 그리고 로앤드급 DDR5 5600 이하에 해당하는 제품을 레거시라고 많이들 얘기하죠.”

- 디커플링이다. 프리미엄 제품은 없어서 못 팔고 레거시는 조금 안 좋을 것이라는 얘기인데, 상위 제품이 많이 팔리면, 하위 제품의 생산량이나 공급량이 다소 줄지 않습니까?

“그래서 내년 2분기 이후, 특히 3분기부터는 상황이 좋을 것으로 봅니다. 업체들이 레거시 제품의 생산량을 줄이고, DDR4에서 DDR5로 전환하는 투자가 본격화되면, 자연스럽게 DDR5의 시장 비중이 증가하고 DDR4의 비중은 줄어들겠죠. 현재 올해 기준으로 수요측면에서는 DDR4 제품이 약 40%, DDR5 제품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DDR5가 전체의 약 75%까지 비중이 올라가고, DDR4는 25%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 공급 믹스는 어떻습니까?

“공급도 그런 흐름으로 갈 것 같습니다. 공급도 아마 DDR4를 더 많이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 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레거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공급이 줄면 가격 측면이나 수급 측면에서 변화가 생기겠죠.”

- 일각에서는 DDR4에 대한 라인 전환을 빨리 했어야 한다, 즉 DDR5나 프리미엄 쪽으로 다소 늦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들도 있던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투자를 그렇게 원활하게들 하지는 못했고요. 또 HBM이 들어가면서 DDR5 공급량이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부분을 다소 놓친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 작년 하반기부터 시황이 계속 좋아졌는데, 그 이유가 서버나 AI 가속기 부분이 견인해줬기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맞습니다. 시장에서의 포션은 낮지만 비싼 프리미엄 제품들이 올라오다 보니까 동반해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 업체들이 DDR4 같은 D램을 감산했는데 그러한 효과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거기에 DDR5나 HBM의 수요가 올라오면서 수요에 대한 전반적인 민감도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죠.”

- 마이크론의 미국 회계 기준 4분기 실적을 보면 서버 쪽 비중이 역대급으로 높아져 있더라고요. 다음 회계연도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치를 줬는데요, AI 가속기 시장과 일반 서버 시장을 나눠서 봐야 합니까?

“나눠서 보기에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서로 연관이 있는데 일반 서버의 수요가 올라오는 이유는 DDR4에서 DDR5로 전환되고 있어서입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작년까지만 해도 DDR5를 많이 구매하지 않았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DDR5를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AI 서버와도 연관이 있죠. AI 서버를 쓰려면 HBM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서버 자체도 그것에 맞게 지원해야 해서 DDR5도 함께 필요해지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AI 서버와 관련된 수요가 맞물려서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레거시 제품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면서, 시장 일부에 찬물이 조금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말함.

- 내년 스마트폰이나 PC 수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일반적인 서버나 PC,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는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도 사실 그렇고요. 하지만 내년에는 AI PC나 AI 스마트폰 같은 새로운 제품들에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품에는 고사양 제품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추가적인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 예를 들어 8기가 제품 대신 12기가나 16기가 메모리로 용량이 늘어날 것이다?

“용량이 늘어나는 부분도 있겠죠.”

- 그러면 용량이 50%에서 100%씩 늘어나면 그것도 수요에 영향을 꽤 끼치는 것 아닙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시장에서 확신을 못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내년에 확실한 것은 HBM이 DDR5의 캐파를 많이 잠식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다음에 HBM이 6개월마다 많이 바뀐다는 점도 있습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올해 HBM3E 8단이 시장에 나왔고, 내년에는 HBM3 12단이 나올 예정입니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HBM4가 나올 것이고, 그게 12단이 있고 그 다음에 16단이 있을 것이고, 그다음 반기에는 HBM4E가 이어서 나올 예정입니다. 이렇게 HBM 제품들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캐파를 상당히 잠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낸드는 어떻게 보세요?

“낸드도 디커플링입니다. 낸드도 똑같은 상황인데 PC나 모바일 향은 많이 안 좋고요. eSSD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는 D램이나 낸드나 모두 디커플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메모리 전체로 봤을 때 이익은 올해 대비 내년에 어떻게 될까요?

“전반적으로 합쳐서 보면 이익은 늘어날 것 같습니다.”

- 그러면 완전히 다른 견해이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다들 하향 조정을 했는데 저희는 미드 사이클 같습니다. 일부 레거시 때문에 어려움이 조금 있고요, 그 다음에 다시 올라갈 것 같습니다.”

- AI나 HBM 같은 호재가 없었다면 내년에 어땠을까요?

“그러면 저희도 당연히 하향 조정했겠죠. 왜냐하면, 레거시 수요가 지금 안 좋고요, 그다음에 DDR4 재고가 많이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하향 조정을 하지 않은 이유는 DDR5 재고가 별로 없어서입니다. 내년에 나오는 신규 수요는 대부분 DDR5를 원하거든요. 그래서 디커플링으로 보고 있는 것이죠. 만약에 DDR4에서 DDR5로 바뀌는 것도 없고 그냥 코모디티(Commodity)라고 하면 다른 곳에서 보는 것처럼 안 좋은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 NVIDIA가 HBM 생태계를 이렇게 만들지 못했더라면 올해까지도 어려웠겠군요?

“그럴 수 있죠. 왜냐하면, 기존 수요들이 워낙 좋지 않으니까요. AI라는 신규 수요가 나오면서 프리미엄 시장이 커졌죠. 그동안 저도 반도체 업계에서 애널리스트 일을 25년 정도 해왔지만, 학교나 회사 선배들이 항상 얘기하는 것이 매년 새로운 제품들이 나오면 가격도 떨어지고 원가도 떨어졌다는 것이에요. DDR1, 2, 3, 4까지 다 떨어졌어요. 그런데 HBM은 세대가 바뀌면서 오히려 가격이 오릅니다. 매우 큰 변화입니다.”

- 엄청나게 큰 변화군요. 그 시장이 크게 터지지 않았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네요.

“그렇죠. 2022년, 2023년에 워낙 공급과잉이 심했는데 그걸 소화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겁니다.”

- 과거 2006년, 2007년, 2008년에는 비트 그로스(Bit Growth)가 100%, 120%까지 상승했던 적이 있었고, 2010년대에도 60%에서 100%까지 증가한 때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비트 그로스가 10% 중반 정도인 것 같고요. 비트 그로스가 올라가는데도 공급 과잉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년이나 재작년처럼 힘든 시기에도 비트 그로스가 20% 정도였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왜 이렇게 공급이 많이 늘어났던 걸까요?

“제가 보기에는 아직 반도체 업계에서 메모리를 코모디티로 많이 인식하고 있다 보니까 원가를 낮춰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시장 점유율을 좀 늘려야겠다는 생각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메로리 시장에 3개 업체가 과점을 하고 있지만, 3개 업체라는 것이 사실 좀 애매합니다. 이들 업체 간의 경쟁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중국의 CXMT라는 회사가 레거시 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생산 능력(캐파)은 10만에서 15만 장 정도라고 하고, 10나노 후반대의 D램을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회사가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사실 그렇게 크지는 않고요. 캐파는 큰데 제가 보기에 시장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1%도 안 될 것 같습니다.”

- 수율 때문입니까?

“수율이 안 좋은 것이 맞고요. 다만 DDR4에서는 그래도 약 3%대까지 올라가겠죠. 왜냐하면, 거의 다 DDR4를 생산하고 있으니까요. 시장에서 한 3%대 정도면 그래도 수요 공급에서 다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이제 중국 시장에서는 3%라는 점유율이 크게 보이겠죠. 중국 시장이 전체의 20~30%이고 CXMT가 중국 시장에서만 판매한다면 중국 시장의 8~9%까지 비중이 올라가는 것이니까 중국 시장만 보면 물량이 커보이는 효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 YMTC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세요?

“거기는 낸드인데 YMTC가 CXMT보다는 상황이 좋은 것 같습니다. D램은 아직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낸드는 그동안 규제가 많지 않았고 EUV를 안 쓰잖아요. 낸드는 사실 성능이 좀 덜어져도 쓸 수 있다 보니 두 회사를 비교해 보면 YMTC의 상황이 더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 D램이 사실 중요한데, CXMT가 3~5년 뒤에 위협이 될 수 있을까요?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 적자를 보더라도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하면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회사라서 아무래도 위협적인 부분이 생길 수 있죠. 비용과 이익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회사라는 점이 걱정되는 것이죠. 사실 아직 격차는 한 5년 정도 나는 것 같습니다. IT 분야에서 5년 격차는 꽤 큰 것입니다. 그리고 DDR5 같은 경우에도 CXMT는 EUV 공정이 없어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프리미엄 제품 같은 경우에는 고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 예전에는 메모리 분야 1등, 2등, 3등이 완전히 정해져 있었고, 기술이나 개발 시기, 시장 점유율 등 모든 점에서 삼성이 압도적 1위였는데, 지금도 그렇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까?

“잘 아시다시피 프리미엄 시장에서 HBM은 하이닉스가 먼저 들어왔잖아요. 일단 그 차이에서 뭔가 답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원가 경쟁력은 3개 회사가 비슷한 것 같은데, 제품의 성능이나 HBM 같은 부분에서 아무래도 하이닉스가 제일 앞서 있죠.”

- 삼성이 많이 따라잡혔다고 봐야 할까요?

“그렇죠. 많이 캐치업(Catch-up) 당한 거죠.”

- 앞으로 그 격차를 더 벌릴 개연성도 있다고 보십니까?

“더 벌리려고 노력하겠죠. 최근 경영진 변화도 있고 하니까 지켜봐야 하겠지만, IT산업에서 한 번 격차가 줄어들거나 벌어지게 되면 그 패턴이 좀 오래 갑니다. 따라잡으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앞으로 삼성이 해야 할 고민이겠죠.”

- 하이닉스도 그렇고 마이크론도 그렇고 내년도 HBM 물량은 다 팔렸다고 하는데, 물량에 대해 계약을 했다는 얘기일까요, 가격 정도를 정해놨다는 의미일까요?

“제가 알기로는 물량, 가격 다 정해진 것 같습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HBM 공급 과잉 우려를 많이 하는데, 삼성이 들어오면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 맞지만, HBM 자체가 약간 세미 커트텀화된 제품이고 HBM4 같은 경우에는 커스텀화가 아주 심할 겁니다. 회사마다 요구하는 스펙이 다르고 베이스 다이도 다른 걸 쓰고 해서 아주 복잡할 거예요. 아마 SCM이 매우 어려워질 것 같아요. 그래서 가격이 코모디티처럼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앞서 말씀드렸지만, 제품이 계속 바뀝니다. 8단에서 12단 나오고 하반기에는 HBM4가 나오는데, 이 제품은 I/O가 1024개에서 2048개로 만들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면 초기에 수율 문제도 있을 거고 제품의 복잡성도 커지기 때문에 제가 볼 때 프리미엄 HBM 시장은 상당히 타이트할 것이고, HBM 중에서도 엔트리 제품의 가격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아무튼, 내년에도 이익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계시는 것이군요.

“회사마다 좀 다르긴 하겠지만 프리미엄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생각보다 원가 가격이 다른 회사보다 높을 것이고, 코모디티 시장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과거의 패턴과는 많이 달라집니다. 과거에는 그냥 코모디티 위주로 움직이니까 아주 단순했습니다. 심플한 논리로 자료들이 나오고 전망도 하곤 했죠.”

- 저도 그 단순한 논리에 그냥 대입해서 지금쯤이면 이렇지 않을까 전망했었습니다.

“왜냐하면, DDR4 가격이 최근에 또 다소 떨어졌어요. 그러다 보니까 전망치를 내리고 내년 하반기를 아주 좋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들도 있죠.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세미 커스텀화된 제품들이 많아지고, 또 프리미엄 제품들은 만들기가 어려워집니다. 마치 파운드리처럼 주문이 들어가고 물량과 가격이 모두 확정되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리미엄 시장은 파운드리처럼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 고객 서비스 정신으로 투철하게 무장해야겠네요.

“과거처럼 대량 생산해서 물량 떼기로 공급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과거를 답습해서는 매우 힘들어지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죠.”

- HBM 시장은 지금까지 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내년에는 마이크론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죠. 물론, 전체 시장이 커지고 있긴 하지만, 삼성이 그 시장에 진입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마이크론에 물어보니, 내년 물량은 이미 확보해 두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어요.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할 여지가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최근 HBM 샘플 경쟁이 치열하고 누가 먼저 공급하느냐에 대한 얘기도 많은데 실제로 먼저 성공적으로 제품을 공급한 회사가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됩니다. 그 이유는, 먼저 들어간 제품이 사실상 디팩토 스탠더드(De facto Standard)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거기에 맞춰서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먼저 HBM을 공급했다면, 그 제품은 이미 전체 시스템과 궁합이 잘 맞춰져 있겠죠. 그러면 B 회사가 더 나은 성능을 갖추고 있더라도, A 회사의 스펙에 맞춰야만 합니다. AI 칩은 이미 AI 기업들에 최적화된 상태이기 때문이죠. 이것이 제가 커스텀화라고 말씀드린 부분입니다. A 회사 제품이 어느 정도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B 회사가 시장에 진입할 때는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먼저 시장에 진입한 회사가 유리하고, 후발주자는 더 힘들어진다는 것입니다.”

- 삼성이 지금까지 메모리 분야에서 누구를 쫓아가 본 적이 별로 없어서 다른 회사가 만들어놓은 것에 맞추기도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코모디티 제품도 선점 효과가 있지만, HBM처럼 고사양 제품의 경우 선점 효과가 훨씬 큽니다. 코모디티 제품의 경우에는 스펙이 다 비슷하고 모듈화되어 있어서 비용과 가격만 맞추면 후발주자가 쉽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HBM 같은 경우는 임베디드 제품이라, 이미 특정 시스템에 맞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할 때는 훨씬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죠.”

- HBM이 비트 출하 기준으로 내년에는 한 6% 정도의 비중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매출 기준으로는 어느 정도 봐야 합니까?

“코모디티에 비해 보통 약 4배 비싸니까요. 올해 약 10%, 내년에 20% 이상 되겠는데요.”

- 그렇군요.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이하는 비중이 그렇다는 것이죠?

“그렇죠. 이미 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때 2분기 HBM 매출 비중이 20%를 넘었다고 얘기한 상황입니다.”

- 말씀하신 것을 종합해 보면 HBM4에 대해서 누가 먼저 품질 인증을 받고 수수료를 받느냐를 살펴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가 되겠군요?

“아주 중요하죠. HBM4를 누가 먼저 제품화시켜서 내놓느냐에 따라 디팩토 스탠더드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뒤에 오는 회사들은 거기에 맞추기가 힘들어지는 것이고요.”

- 말씀 들어보니까 내년에 겨울이 올 거라는 예측 때문에 메모리 회사들이 증설에 대해서 다시 검토해보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저희가 며칠 전에 리포트 내면서 캐펙스(CAPEX)를 조금 조정했습니다. D램 캐펙스를 조금 하향해서 원래 약 40% 중반 이상으로 예측했던 것을 약 30% 후반대로 낮췄습니다.”

- 그건 어떤 의미입니까?

“그러니까 D램 분야 장비 투자가 yoy로 내년에 약 45% 정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가 39%로 낮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숫자가 이렇게 커 보이냐 하면 HBM 관련 투자가 많아서입니다. HBM 투자는 여전히 많지만, 일부 코모디티 제품에 대한 투자는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코모디티 제품에 대한 우려가 크니까요.”

- 레거시 쪽 전망이 좋지 않아서 전체 설비 투자 전망도 조금 낮추게 된 것이군요. 전무님, 오늘 시황에 대해서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담 : 한주엽 전문기자 정리 : 손영준 에디터 촬영편집 : 김종석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