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HBM 공급과잉 전망은 과도하다

범용 제품은 가격 하락 불가피

2024-10-05     한주엽 전문기자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수율 개선에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메모리 제조업체가 계획대로 공급량을 늘릴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견해를 내놨다. 공급 과잉으로 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시사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내년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가속기용 HBM 시장에 진입하면 HBM 공급 과잉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의 보고서를 내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아울러 9월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PC D램(DDR4 8Gb 1Gx8) 제품 9월 고정거래가는 전월 대비 17.07% 하락한 1.7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카드와 USB메모리에 탑재되는 범용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 9월 고정거래가격도 지난 달 대비 11.44% 하락한 4.34달러를 기록했다.

질문 : 이수환 전문기자
대답 : 한주엽 전문기자

- 9월에 D램과 낸드 모두 10% 이상 가격이떨어졌다.  "D램은 8월에도 2.38% 떨어졌고, 그 이후로 모건스탠리의 메모리 '겨울론'이 대두되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한참 빠졌었다. 마이크론 분기 실적이 잘 나오면서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9월에 D램 범용 제품 가격이 17.7%로 폭락하며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 과거에도 그 정도로 크게 떨어진 적이 있었나? "물론 있었다. 지금 범용 D램 평균 가격이 1.78달러인데,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1달러에 근접할 수록 메모리 기업 이익 지표가 크게 떨어지거나 적자에 가까워졌었다. 범용 PC D램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노트북과 PC 판매가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분기 대비 3분기 PC 출하량 증가율은 4.4%였다. 원래 그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미치지 못했다. 4분기에는 3분기 대비 출하량이 3.8% 감소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예측하고 있다. PC 제조업체는 재고 수준을 계속 낮추고 있다. 새로운 부품을 구매하는 게 줄어든다는 얘기다. 4분기에도 PC 제조업체가 재고를 계속 낮출 계획이기 때문에 범용 D램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 낸드는 어떤가? "낸드도 같은 상황이다. D램 정도는 아니지만 범용 제품 가격이 전월 대비 11.44% 하락했다. 트리플레벨셀(TLC) 웨이퍼 가격이 하락하면서 싱글레벨셀(SLC)이나 멀티레벨셀(MLC) 제품도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 D램의 경우 DDR4와 DDR5 상황이 다른가? "DDR5도 값이 10% 정도 떨어졌는데 재고 상태로 비교해보면 DDR4가 월등하게 많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 내년 메모리 시황도 좋지 않겠다 "'디커플링'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레거시 제품은 공급 과잉, 하이엔드 제품 즉 HBM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은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얘기다." - 그렇게 보는 이유가 뭔가? 모건스탠리는 HBM도 내년에 공급과잉이 생길 것이라 예측했다.  "삼성전자가 시장에 참전하면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인데, 장기적으로는 지켜봐야할 것 같고 단기적으로는 맞지 않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모두 내년까지 물량이 모두 매진됐다고 밝히고 있다. 수율과 검증 과정이라는 장벽도 있다. 트렌드포스는 HBM3E 12단 제품 수율 개선과 검증 과정에 시간이 걸려서 내년에 메모리 제조업체가 증설한대로, 계획한 대로 물량을 찍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과거에도 HBM3와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할 때 안정 수율에 도달하는데 두 개 분기가 걸렸었다. 12단 역시 더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는 논리다. 물론 개별 기업단에서는 수율을 높여야 이익이 늘겠지만, 전체 시장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GPU와 맞춰놓은 특성을 후발주자가 맞춰가야 한다는 점은 큰 장벽이다.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 HBM3E 12단 관련해서 업계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SK하이닉스는 (9월) HBM3 12단 제품 양산을 공식 발표했다. 마이크론도 내년 초부터 양산 램핑업을 할 것으로 보이고, 삼성전자도 준비 중이다.  HBM3E 12단은 신형 GPU 가속기에 붙는다. 엔비디아의 신형 GPU 제품인 블랙웰이나 AMD의 MI325, MI350과 같은 모델이 이에 해당한다." - 내년 HBM 증산 계획은 어떤가?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만 보면, 삼성전자는 올 연말 기준 월 12만장으로 예상되는 TSV 웨이퍼 생산능력을 내년 말까지 17만장으로 40% 확대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동안 25%의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양을 늘려도 실제 공급은 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설명이다." - HBM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떻게 전망하나? "AI 가속기가 차세대 HBM 제품을 더 많이 탑재함에 따라 2025년에는 전체 HBM 비트 수요의 80% 이상이 HBM3E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절반 이상이 12단 제품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경우 HBM2e와 HBM3와 같은 이전 세대 제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트렌드포스는 설명하고 있다. 개별 D램 공급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각 제조업체별 제품 구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30%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장에 제대로 참전하지 못하면, 범용 제품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처참하게 깨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빨리 진입해야 한다." - 스마트폰, PC 같은 컨슈머 제품 수요는 좋지 않으나 데이터센터 시장은 좋다고 하던데 "현재 전체 메모리 시장 수요는 서버가 이끌고 있다. 마이크론의 지난 분기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서버 분야 메모리 매출 비중이 역대급이었고, 내년에는 그 비중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메모리 시장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하고, 관련 분야 투자하는 빅테크 업체들이 견인해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