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처 전 장관들의 경고..."반도체 강국 골든타임 5년도 안 남아"
한국경제인협회, 특별대담서 인프라·인력 확보 정부 총력 대응 주문
2024-10-14 여이레 기자
"한국의 D램 기술이 5년내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현대 군사기술의 90% 이상이 반도체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반도체 산업이 지속하려면 6년뒤 현재 발전용량의 50% 증설이 필요하다."(윤상직 전 산업통상부 장관)
산업부, 과기정통부 등 반도체 정책을 추진한 주무부처 역대 장관들이 한국 반도체 산업 위기론에 한목소리를 냈다. 경쟁국의 거센 추격 속에 반도체 강국을 유지할 골든타임이 5년도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4일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FKI타워에서 열린 '반도체 패권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 특별 대담에서 역대 장관들은 정부가 위기감을 갖고 총력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열린 대담에는 한경협 관계자를 비롯해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 교수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창양 전 산업주 장관은 "PC 시대와 모바일 시대를 거쳐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제품 수요와 기술 변화,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 판도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민간이 할 수 없는 인프라(전력·용수 등)와 인력 확보에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전 장관은 "현대 군사 기술의 90% 이상이 반도체 기술에 의존하는 등 반도체 산업은 국가 안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반도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됨을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미국, 중국, 일본이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전직 장관들은 '반도체 강국 유지 골든 타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위기의식에도 동의했다.
황철성 서울대 교수는 발표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더딘 발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메모리 분야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교수는 "한국의 D램 기술이 5년 내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적 지원에 힘입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분야 진출은 향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인 지원과 학계 및 산업계의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상직 전 장관은 "2030년경에는 현재 발전용량(’23년 기준 약 144GW)의 50% 이상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최소 10GW 전력이 필요하고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만 49GW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전 장관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체되고 있는 송전망 건설을 조속히 완공하고, 신규 원전건설과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조기 상용화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윤모 전 장관은 정부에 소·부·장 지원 강화를 통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성 전 장관은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타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양질의 다양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팹리스 육성은 물론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통해 마련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우려 속에도 참석자들은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에 따른 새로운 기회 창출 가능성도 내다봤다. 이들은 △기술 혁신 가속화 △인프라 선제 확보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며 △산·학·연·정 협력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시대 기술 혁신 필요성을 역설하며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지원과 AI 관련 기업 지원 펀드 조성을 제언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도시바와 인텔 사례는 한때 확고해 보이는 시장 지배력도 기술 혁신의 실패와 투자 또는 지원 실기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교훈을 깊이 새기고 기업의 혁신역량 강화와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