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삼성폰 협력사, 삼성전자에 "공급망서 中업체 배제" 요청

"베트남 동반 진출한 국내 부품협력사에도 기회를"

2024-10-21     이기종 기자

최근 베트남에서 열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와 부품협력사 간담회에서 “삼성 스마트폰 공급망에서 중국 부품업체를 배제해달라”는 요청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삼성 스마트폰 협력사의 단일한 목소리라기보다 그간 중국 부품업체의 저가 공세, 특히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불만이 다시 한번 반복된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중국 부품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해서는 짧게는 1년 전, 길게는 3~4년 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왔다. 올해 하반기에는 삼성 스마트폰 물량도 크게 줄어서, 고정비 해소를 걱정해야 하는 부품업체도 있다.

중국 부품업체는 자국 정부 지원을 두 차례 받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부품 업체는 부품 생산에 따른 보조금을 받고, 글로벌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면 추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며 “베트남에 삼성전자와 동반 진출한 국내 부품협력사가 가격으로 중국 업체에 이기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가 부품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것에는 또 다른 원인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 업체는 일단 생산라인을 깔고 고객사를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며 “라인을 놀리면 적자가 커지니까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품을 싼값에 납품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라인을 돌리면 중국 정부 차원에선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품별로 온도차는 있다. 중국 부품업체 저가 공세 영향이 큰 분야도 있고,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한 분야도 있다.

국내 업체가 고사한 부문은 스마트폰 렌즈다. 세코닉스와 코아시아 등이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렌즈를 납품 중이지만 대만 라간정밀과 중국 서니옵티컬 비중이 압도적이다.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 비중이 크지만, 서니옵티컬이 물량을 점차 늘리고 있다. 서니옵티컬은 최근 중국산 부품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등 제재 가능성이 언급되자, 베트남에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지정학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폴더블폰 힌지 쪽에선 올해 큰 변화가 나타났다. 삼성 폴더블폰 힌지는 KH바텍이 주력으로 생산해왔다. 올해 갤럭시Z플립6에선 중국 환리가 납품하는 힌지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 환리도 중국 정부의 이중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환리는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힌지를 납품했다는 이력이 특히 중요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원가 절감에 대해선 차별화와 신뢰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산 부품 비중이 커지면 ‘삼성 스마트폰’만의 특성이 사라지고, 최근 불거진 제품 품질 문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현재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코로나19 첫해였던 2020년부터 애플이 프리미엄폰 시장을 장악하면서, 삼성전자는 중저가폰 시장에서 샤오미나 오포, 비보 등과 경쟁해야 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입지가 약해지면서,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부품 생태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 얼마 전, 삼성전자 부품협력사에서 삼성전자 MX 사업부에 “중국 업체 부품을 안 써줬으면 좋겠다”라고 요청했다는데, 이건 어떤 자리에서 어떤 단체가 한 겁니까?

“베트남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랑 부품 협력사가 정기적으로 모이는 자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협성회 모임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모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요청이 삼성 부품협력사의 단일한 목소리라기보다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때문에 사업 수익성이 떨어진 업체들이 가지고 있던 불만이, 최근 삼성 스마트폰도 물량이 줄어드니까, 다시 한번 나온 것 같습니다. 중국 업체를 아예 공급망에서 빼달라 이런 얘기일 수도 있고, 지금 당장 물량이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국내 업체를 배려해달라 이런 요청일 수도 있습니다.”

- 계속 반복됐던 얘기 아닙니까?

“그간 계속 나왔던 얘기입니다. 짧게 잡아도 1년 전, 길게 잡으면 3~4년 전 ODM 물량 늘어날 때부터 나온 얘기입니다.”

- 가격 때문이겠지요?

“중국 업체들이 저가 납품이 가능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이 있고, 중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면 보조금이 추가 지급된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를 따라 베트남에 동반 진출한 국내 업체들로선, 중국 부품이 저가로 들어와서 수익성이 나빠졌고, 이것과 관련해 그간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 부품별로 조금 상이할 것 같기는 한데요.

“크게 영향이 없는 부품도 있고, 이미 영향을 미쳐서 국내 업체들 비중이 거의 없어진 부품도 있습니다. 국내 업체 비중이 미미해진 분야가 렌즈입니다. 국내에선 세코닉스와 코아시아 정도만 렌즈 모듈 납품 중입니다. 예전엔 코렌도 있었는데, 이젠 물량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은 대만 라간정밀과 중국 서니옵티컬 등의 물량이 압도적입니다. 그래서 국내 렌즈 업체는 고사된 상황입니다.

- 카메라 모듈 회사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파트론, 엠씨넥스, 파워로직스, 나무가, 캠시스 등 국내 업체가 여전히 건재하지만, 서니옵티컬, 트룰리 등 중국 업체 비중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요즘 OIS 기능이 중저가 갤럭시A 시리즈에도 적용이 늘고 있는데, 이쪽에서 서니옵티컬 등 중국 업체 비중이 커졌습니다.”

- 다른 쪽은 어때요?

“올해는 삼성 폴더블폰 힌지에서 큰 변화가 있습니다. 그간 삼성 폴더블폰 힌지는 KH바텍이 주력으로 해왔는데, 올해 갤럭시Z플립6 힌지는 중국 환리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환리도 중국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중국 업체 비중 줄이고, 우리 부품 많이 써주시면 안 돼요” 이거잖아요. 그런데 삼성전자도 나름대로는 싸게 만들어야 되는 것이 있어서.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 화웨이나 샤오미 등이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삼성전자도 뭐 어떻게 할 수 없는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에선 그렇게 얘기할 수 있고, 일부 부품 협력사들도 그런 시각에 동의하는 면도 있긴 합니다. 프리미엄폰 시장을 애플이 장악했고, 나머지 중저가 시장에서 화웨이랑 샤오미, 오포, 비보 등과 경쟁하려면 삼성전자도 가격을 떨어뜨려야 되는 상황이긴 합니다. 돌파구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다 보니까, 삼성전자는 원가 절감에 목을 매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 부품 비중이 늘어나고, 이것이 반복돼서 국내 업체 고사해서 생태계라는 게 없어지다시피 해버리면 추후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 부품 생태계가 잘 조직돼야 삼성전자 스마트폰 신뢰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품질 문제도 많이 나오는데, 이런 문제들이 원가 절감 그리고 부품 협력사들의 낮은 수익성, 이런 것과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장기로 가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삼성 스마트폰과 나머지 중국 제품 사이 차이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애플과 나머지’ 이렇게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10월 17일, 조선일보에 나온 삼성전자 전문가 진단에서 황철성 서울대 교수 인터뷰 중에, CEO들 연봉이 센데 단기실적을 잘 맞춰서 1년만 연장하면 엄청난 고액을 챙길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R&D를 줄이고 모험적인 건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지 10년 정도 된 것 같다, 이런 부분이 나온다. 지금 당장 싼 거 적용하면 당장은 나쁘지 않지만 장기로 봤을 때. 그리고, 사실 우리가 나눠서 봐야 될 것 같은데 그냥 국내 업체니까 그냥 비싸도 써달라 이건 좀 말이 안 되는 논리이고, 좀 이렇게 지도 편달이라고 해야 됩니까? 물량을 주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컨설팅을 해준다든지, 아니면 뭔가 새로운 걸 개발하면서, 일부 부품에선 중국 부품을 쓰면서도, 또 어떤 부분에선 한국 업체들을 견인하는 모습이 보여야 되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보면 그 모습 안 보인단 말이죠.

“R&D에 소홀해지고, 단기 성과에 급급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체로 진단이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협력사들도 다 그렇게 얘기하는 거 아닙니까? 과거에는 우리가 잘 안 되면 사람 보내기도 하면서, 결과적으로 협력사 매출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R&D와 관련된 문제인데, 최근 부품이 많이 표준화됐습니다. 뭔가 새로운 사양을 적용하기보다는, 전체 모델을 줄이면서 부품 사양을 표준화해서, 누구든 만들 수 있게 하는 것,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차원 같은데, 이렇게 할 수 있지만, 그것 외에 삼성전자 스마트폰만의 어떤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 없는 것 같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많은 부품업체들이 본인 회사에서 삼성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매출이 적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만 노바텍이 애플 아이폰용 DDI를 납품면서, 한국 LX세미콘 물량 많이 줄었습니다. 애플에서 지정했겠지만, 자꾸 해외 쪽으로 나가다 보면 한국에 남을 회사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삼성 스마트폰 정체 상태 아니에요?

“많이 안 팔리고 있습니다. 2019년 2억9500만대를 끝으로, 지금 2억대 중반이 됐습니다.

-많이 떨어졌는데, 반등은 안 되고

“반등을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긴 합니다.”

-어느 순간에 화웨이한테 잡힐 것 같은데

“화웨이가 많이 회복했으니까 점점 올라올 것이고, 중국에서 굉장히 공격적으로 스마트폰 팔고 있다고 합니다.”

-불안한 우려들이 계속 나오니까. 근데 개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이고요.

“지금 개선 여지는 솔직히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신 미국 정부에서 중국산 부품에 대해서 어떤 제재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해선 여러 추정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니옵티컬 등이 베트남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스스로 지정학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입니다.”

-몇 년 전에 미국 제재로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이 공중분해됐다가 지금 다시 회복했는데 그때 제재가 없었다면, 진작에 삼성전자는 1등 자리 빼앗겼을 것이고, 좀 시끄러웠다면 뭔가 바뀔 계기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좀 드는데.

“2019년, 미국 정부에서 제재했을 때, 화웨이가 그해에는 2억4000만대 출하하긴 했습니다. 2019년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ODM 얘기도 많이 나왔습니다. 2019년에 삼성 스마트폰 차원에서 시끄러운 얘기들이 많았는데, 가장 큰 외부요인이었던 화웨이를 미국 정부가 제재를 해주는 바람에 유야무야됐습니다. 그러면서 원가절감과 ODM이 계속됐습니다. ODM 물량을 많이 늘리지 못한 것은 삼성 스마트폰 자체 출하량이 줄어들다 보니 ODM을 적극 늘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