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다수의 개발팀을 독립법인으로 분리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개발 중심회사로 입지를 굳혀온 엔씨소프트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김택진 공동대표는 개발자 대우를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개발팀 개편과 축소 등은 엔씨소프트가 취했던 과거의 방침과 결이 다르다.
업계 전문가들은 개발팀 분사로 책임과 성과를 명확히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한다. 엔씨소프트 본사는 프로젝트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낮추고 독립 스튜디오는 성공 인센티브를 바랄 수 있게 된다. 반면 엔씨소프트의 자체 개발력이 약화되고, 분할된 개발팀들은 만성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는 단점도 있다.
지난 21일 엔씨소프트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단순·물적 분할을 통해 4개의 자회사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신설 회사는 게임개발 스튜디오 3개와 인공지능(AI) 기술 기업 1개 등 4개의 비상장 법인이다. 독립 개발사로 설립되는 지식재산권(IP)는 '쓰론 앤 리버티(TL)'와 '프로젝트 LLL', '택탄(TACTAN) 등 3종이다. TL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엑스(Studio X), LLL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와이(Studio Y), TACTAN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지(Studio Z)로 잠정 결정됐다. 순서대로 X, Y, Z 이름을 붙였다.
일각에서는 개발팀 분사가 개발진의 의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에서 반강제로 등을 떠민 상황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젝트 LLL 팀의 자발적 분사 요청은 오랫동안 업계 개발자들 사이에서 얘기가 돌았던 이슈다. '쓰론 앤 리버티'는 지난 1일 아마존게임즈와 글로벌 출시 후 긍정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동시접속자가 대략 40만명에 육박한다.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 국산 온라인게임이 올린 실적으로 가늠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쓰론 앤 리버티'의 개발팀은 자신감을 얻었고 향후 성과에 목이 마른 모습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의 AI 연구개발 조직인 엔씨 리서치(NC Research) 역시 전문기업으로 나온다. 신설 회사명은 엔씨 에이아이(NC AI)다. 자체 개발한 바르코 LLM 등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를 이어간다. 게임 개발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해 신규 사업으로 연결시킨다. 이는 바람직한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글로벌 인공지능 분야는 국내 게임회사가 감당할 사이즈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엔씨소프트의 모태격인 '리니지' 시리즈, '블레이드 앤 소울', '아이온', '호연', 신작 개발팀이 본사에 남고 나머지는 분사돼 개발 스튜디오처럼 운영된다.
엔씨소프트는 11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회사 분할과 신설 회사 설립을 확정한다. 각 신설 회사의 분할 기일은 내년 2월 1일이다.
엔씨소프트의 분사 구조는 넥슨과 넷마블의 지향점과 유사하다. 책임과 보상 체계를 갖추고 동시에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개발과 회사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스튜디오 분할이 엔씨소프트의 중·장기적인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상장된 게임사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사업·개발 담당자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매출을 쥐어짜는 형태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 지양해야 할 환경이다. 따라서 엔씨소프트의 개발팀 분사는 크리에이티브 분위기를 조정하는 기준에서 긍정적이다.
일각에서는 개발팀 분사가 엔씨소프트의 장기적인 전략적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시기적으로 조금 늦었다는 평가도 있다. 체질개선 정책은 연초에 나왔고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개발 분사는 올 4분기에 결정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과 넷마블의 모델이 성공의 법칙은 아니나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인 것은 맞다"며 "개발자를 아끼는 김택진 대표가 스튜디오 독립을 수용한 것 자체에도 많은 의미가 있고, 엔씨소프트의 변화에 대한 의지가 매우 큰 것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디일렉=김성진 전문기자 harang@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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