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예정보다 6개월 빨리 공급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키노트 연단에 올라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일화를 전했다. 최 회장은 “젠슨 황은 한국 사람 같다. ‘빨리빨리’를 강조한다. 아마 우리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HBM4도 예정보다 6개월 먼저 공급해달라고 요구했다. 곽노정 SK 하이닉스 대표에게 (이에 대해) 물어봤는데, ‘한번 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인공지능(AI)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성능이 고도화 될 때마다 더 많은 HBM을 요구한다. SK하이닉스의 즐거운 비명일 수도 있지만, 개발과 양산을 적시에 맞추기는 결코 쉽지 않다”며 “이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에서 느낀 솔직한 소회도 전했다. 최 회장은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엔비디아는 고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이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영상 인터뷰에 출연해 “머신러닝의 발전으로 병렬 연산이 중요해졌다. 메모리의 대역폭이 매우 중요해진 이유”라며 “SK하이닉스와의 협력으로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진보를 계속 중이다. 솔직히 지금보다 더 많은 HBM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의 공동 창립자인 고든 무어가 처음 제안했다. 반도체의 성능과 직결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약 18~24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관찰을 기반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