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어… 삼성전자 TV 외주생산 물량 두 배 늘린다
43인치 이하 저가 TV 생산 손 뗄 듯
2019-09-23 이종준 기자
삼성전자가 완성품 사업 구조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고 있다. 스마트폰 생산자개발생산(ODM) 물량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에 이어 TV 역시 외주 생산을 전면 확대키로 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하기 위한 방편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외주 생산(OEM, ODM) TV 물량을 매년 두 배씩 늘리기로 했다. 외주 물량 확대 대상은 43인치 크기 이하, FHD(2K) 해상도 이하 저가 TV다. 대형·8K 프리미엄 액정디스플레이(LCD) TV(QLED TV)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시장 점유율과 프리미엄 제품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TV 외주 업체 할당율은 이르면 다음달 결정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250만대 수준인 외주물량을 내후년까지 매년 두 배씩 늘리기로 했다. 내년 외주 TV 계획 대수는 500만대다. 1000만대 가량으로 외주 TV 물량을 늘리는 2021년 외주생산비율은 전체 생산량의 2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삼성전자의 외주 TV 물량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의 계열사 BOE VT(高创), 광둥성 선전시와 후이저우시에 공장을 두고 있는 KTC(康冠), 대만 암트란(Amtran, 瑞轩) 등에서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내후년 삼성전자의 외주 TV 물량을 두고, 외주전문업체인 중국 TPV(冠捷)와 MTC(兆驰)외에 TV 제조업체인 중국 TCL(TCL SCBC), 스카이워스, 콩카(Konka) 그리고 LCD 생산라인을 갖춘 외주 TV 업체 HKC가 추가로 뛰어들어 경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단순 제작인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에서 더 나아가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er)·JDM(Joint Design Manufacturer)까지 가능한 외주 TV업체를 찾고 있다. 43인치 크기, FHD 해상도 이하 저가 TV의 외주생산을 확대하면서 자체 연구개발(R&D) 역량은 프리미엄 TV 제품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1분기 판매량 기준 북미 TV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 TCL에 밀리고 나서 2분기에는 '삼성 스타일'에 맞게 점유율을 다시 확 가져왔다"며 "사실 매출액 기준 압도적 1위로 충분한데 회사 밖에서 판매량 가지고 얘기를 많이 하니까 신경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CL의 판매량 기준 북미 TV 시장 점유율은 26.2%로, 처음 삼성전자(21.8%)를 제치고 1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2분기 1, 2위는 곧바로 삼성전자(22.7%), TCL(16.3%)순으로 자리가 바뀌었다. 삼성전자의 북미 시장 TV 판매량은 1분기 202만대에서 2분기 209만대로 소폭 늘었지만, 같은 기간 TCL의 TV 판매량은 243만대에서 150만대로 큰폭 하락했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TV 판매대수는 1902만대로 조사됐다. IHS마킷은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TV 출하량이 4300만대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외주 TV 물량을 1000만대까지 늘리기로 계획하고 있는 2021년 삼성전자의 외주 생산비율은 전체 생산량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AVC 조사결과, 올해 상반기 외주 TV 출하량(17개 업체)은 4010만대로 집계됐다. TPV(570만대), 대만 폭스콘(Foxconn, 567만대), TCL SCBC(520만대)가 500만대를 넘긴 상위 업체다. HKC(320만대), BOE VT(310만대), MTC(310만대), KTC(300만대), 중국 익스프레스럭(ExpressLuck, 彩讯, 260만대), Amtran(230만대)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만큼은 아니지만, 삼성전자가 저가 TV 생산을 외주로 맡길 경우 후방 산업계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