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키워드는 '반도체 대수술'

반도체 사업부장 3명중 2명 교체…지난해와 정반대 메모리·파운드리 수장, '베테랑' 검증 인사들로 교체 한종희, 전영현 투톱체제... 정현호 부회장은 유임

2025-11-27     여이레·이선행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대수술.' 27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 발표되자 회사 안팎에서 쏟아진 평가다. 반도체(DS) 부문 3개 사업부 가운데 2개 수장이 바뀌고, 메모리사업부는 전영현 DS부문장이 직접 맡는 초강수가 나왔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사업부장을 교체하는 한편 사장급 CTO를 발탁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DS부문 경영전략담당을 사장급으로 격상한 것도 반도체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에 한종희 부회장을 유임하는 등 세트(DX)부문 사업부장은 대부분 유임했다. 사업지원TF장을 맡은 정현호 부회장도 자리를 지키면서 큰 변화는 없었다. 한마디로 '반도체 대수술'에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내용의  2025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전영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며 메모리 사업을 직접 총괄하고, DS부문 DSA총괄 한진만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장을 맡는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주요 사업부 수장들을 유임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쇄신 인사가 나왔다. 사장단 인사 발표도 보통 12월 초에 해왔던 것에 반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존보다 일주일 앞당겼다. 이번 사장단 인사 규모는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이다. 

한종희·전영현 '투톱' 체제 복원…책임·역할 강화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는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올려 한종희·전영현 '투톱' 체제를 복원했다. 삼성전자는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해 부문별 사업책임제 확립과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 지속성장 가능한 기반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부회장과 전 부회장은 신설 조직 겸직 등을 통해 경영 보폭을 넓히게 됐다. 한 부회장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생활가전(DA)사업부장에 이어 신설조직인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며 품질 분야의 근본적 혁신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 경영 전면에 나선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경계현 SAIT 원장이 물러나고 나눠져 있던 자리를 전 부회장이 모두 겸직하며 반도체 사업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삼성SDI를 옮기기전 2014년부터 2017년 한차례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 역임 당시 20nm(나노미터·1nm은 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 개발을 주도했다. 또 2012년 한때 4조원대까지 떨어졌던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을 2016년 13조6000억원까지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삼성SDI의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전 부회장은 10월 삼성전자의 저조한 실적에 대해 사과하며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고 알린 바 있다. 당시 그는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고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강화한 만큼 전 부회장은 부족한 HBM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수율(양품 비율)과 품질 저하 문제로 경쟁력이 저하된 선단 D램과 낸드플래시 초격차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SAIT 원장 겸임을 통해 DS 부문의 연구·개발(R&D)부터 양산까지 직접 챙기며 '초격차' 미래 기술 확보에도 주력한다.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교체설이 거론됐던 사업지원TF 정현호 부회장은 유임되며 2인자 자리를 지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하버드 경영대학원(MBA) 동기인 정 부회장은 재무와 전략기획 전문가로 이재용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영 전략 강화를 위해 '전략통'으로 꼽히는 사업지원TF 김용관 부사장을 신설 보직인 DS부문 직속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용관 부사장은 반도체 기획·재무업무를 거쳐 미래전략실 전략팀, 경영진단팀 등을 경험한 전략기획 전문가로 전 부회장과 합을 맞출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지원TF 사장으로는 DX부문 경영지원실장 박학규 사장이 위촉됐다. 박학규 사장 역시 사업지원TF에서 DS부문을 지원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사업부, 한진만·남석우 사장 구원투수 등판

위기의 파운드리사업부에는 사장급 인물로 두 명이 배치됐다. 내부 기술 혁신을 위해 사장급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했고, 네트워크에 능한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안팎으로 모두 신경쓴 모습이다. 새로이 파운드리사업부를 이끌 수장으로 낙점된 인물은 한진만 전 DSA(DS Americas)총괄 부사장이다. 2022년 말 부임해 미주 지역의 반도체 사업을 총괄해왔다.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고객을 관리하고, 기술∙연구개발(R&D) 지원하는 방향 모두 그의 손끝에서 결정됐다.  풍부한 고객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수장에 자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고객마다 맞춤형 상품을 제공해야 하는 파운드리업의 특성 탓이다. 1989년 입사한 한 사장은 DRAM설계팀, Flash설계팀, SSD개발팀을 두루 거쳐 2017년부터는 전략마케팅팀에서 상품 기획과 영업을 담당(전무)했다. 2020년 말에는 조직이 개편되며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급)에 자리했다. 삼성전자는 "기술 전문성과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했다. 글로벌 고객대응 경험 또한 풍부하다"며 "공정기술 혁신과 더불어 핵심 고객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석우 파운드리사업부 CTO 사장은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 제품의 공정개발을 주도했다.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 담당 등의 역할을 맡아왔다. 삼성전자는 "다년간 축적한 기술리더십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기술력 제고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은 유임됐다. 엑시노스의 부진이 이어지고 뚜렷한 실적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의문점은 남는다. 다만 애플과의 사업 연속성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은 애플에 이미지센서를 공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며, 제품과 공정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에서 박 사장이 자리를 옮기면 그 연속성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외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겸 글로벌브랜드센터장 이영희 사장은 DX부문 브랜드전략위원 사장으로, 이원진 상담역은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업무가 변경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3년 만에 수장이 교체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고한승 사장이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 사장으로 위촉되면서 김경아 부사장이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삼성그룹 첫 여성 전문경영인 자리에 올랐다. 고 사장은 그룹 신수종 사업을 일군 경험으로 삼성의 새로운 미래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다. 기존 미래사업기획단장이었던 경계현 사장은 물러난다.  이날 사장급 인사에 이어 진행될 임원급 인사도 반도체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통상 임원인사가 이틀 후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29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 초 조직이 개편되면서 구체적인 회사 전체의 밑그림이 그려질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원 인사 역시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며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집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일렉=여이레·이선행 기자 gore@bestwatersport.com·opusno1@bestwaters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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