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파이브 “한국 RISC-V 칩 아키텍처 생태계 확대 첨병”
시드 라운드 90억원 투자유치
[SEDEX 2019 전시 참가기업]
2019-10-02 한주엽 기자
“한국에서도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V 코어를 활용해 마이크로프로세서(MCU) 등 시스템온칩(SoC)을 설계하려는 팹리스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미파이브는 이들 팹리스 업체를 도와 건강한 칩 설계 생태계를 만들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회사 설립 목적을 이렇게 밝혔다.
세미파이브는 미국 반도체 스타트업 사이파이브(SiFive) 관계사다. 사이파이브 창업자가 세미파이브 법인에 일부 출자 했다. 지난해부터 준비 작업을 시작해 올 상반기 국내에 세미파이브 법인을 세웠다.
사이파이브는 UC버클리대 크리스테 아사노비치 교수와 앤드류 워터백, 이윤섭 박사가 2015년 창업한 회사다. 이들은 2010년 새로운 중앙처리장치(CPU) 명령어 집합 구조(ISA:Instruction Set Architecture) RISC-V를 개발했다.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무료 개방했다. 당시 실험 버전으로 나온 RISC-V 코어는 비교 대상인 상용 ARM 코어와 비교해 칩 면적은 축소되고 소비전력은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글로벌 기업도 RISC-V에 주목했다. 2015년 하반기에 구글, 휴렛팩커드(HP),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엔비디아, 퀄컴 등이 연합해 RISC-V 재단을 설립했다. ISA와 컴파일러 등 CPU 코어 개발 환경을 무료 오픈했다. RISC-V가 ARM 코어 잠재적 경쟁 상대로 인식되기 시작한 시기도 이 때부터다.
이윤섭 박사 등은 RISC-V ISA를 활용해 각종 상용 코어를 개발 판매하는 사이파이브를 2015년 설립했다. 설립 3년 반 만에 삼성, 인텔, 퀄컴,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국내외 유수 기관으로부터 1500억원 안팎 투자를 받았다. 사이파이브가 이처럼 투자자 주목을 받은 건 RSIC-V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 상용 코어로 사업을 해보겠다며 설립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사이파이브는 MCU 등에 탑재되는 E코어, 스토리지 등에 적합한 S코어, 데이터센터 및 베이스밴드 칩에 적합한 U코어를 개발했다. 성능에 따라 7시리즈, 3/5시리즈, 2시리즈로 구성된다. 사이파이브 코어로 개발됐거나, 개발되고 있는 칩 프로젝트는 이미 지난 6월 100건을 넘었다.
국내에 설립된 세미파이브는 국내와 아시아 지역 팹리스 업체를 대상으로 RISC-V 코어 기반 ‘커스텀’ 칩 설계 사업을 주로 하게 된다. A-Z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칩 설계 이력이 없던 회사라도 칩 사양과 사용 목적 등을 말해주면 세미파이브가 빠른 시간 내 설계부터 생산 의뢰, 웨이퍼 출하까지 도맡아서 해 준다. RISC-V 기반 칩 설계 용역 및 컨설팅이 세미파이브 주요 매출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RISC-V에 기반한 사이파이브 코어는 경쟁사 제품 대비 비용 효율적이고 설계 유연성도 높다”면서 “RISC-V ISA는 특정 회사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추후 개발한 소프트웨어 역시 다양한 활용 방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세미파이브는 시드 라운드 투자 유치에서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4곳 기관 투자자로부터 총 90억원 가량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대형 파운드리 회사와 RISC-V 기반 사이파이브 코어 생산을 위한 협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시스템온칩(SoC) 개발실장직을 역임한 박성호씨가 최근 세미파이브 공동 대표로 합류했다. 칩 디자인을 위해 주요 인재도 끌어모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20여명 정도 설계 인력이 있다”면서 “연말까지 30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왔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MIT에서 CPU 설계 분야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 때 사이파이브 공동 창업자인 이윤섭 박사와 인연을 맺게 됐다. 조 대표는 2013년부터 5년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반도체 분야 컨설팅 업무를 맡다가 작년 연말부터 세미파이브 설립을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