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JY 경영훈수' 이후... 삼성, 연말 12조원 투자 쏟아붓는다
올해 시설투자 총액 29조원, 40%를 연말에 투자
2019-10-31 한세희 기자
삼성전자가 4분기 12조원을 시설투자에 쏟아 붓는다. 메모리 등 반도체 인프라 투자에 집중한다.
삼성전자는 31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시설투자에 29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3분기까지 투입한 시설투자액은 16조8000억원. 남은 금액 12조2000억원이 4분기에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총 투자액의 42%를 연말에 쏟아 붓는 것이다. 시설투자 총액 29조원 중 반도체에는 23조3000억원, 디스플레이에는 2조9000억원을 투입한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분기 시설투자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메모리 인프라 투자에 집중돼 있다"면서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극자외선(EUV) 7나노 생산량 확대와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투자도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5G·전장부품 등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중장기 투자도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 반도체에 14조원, 디스플레이에는 1.3조원을 투입했다. 4분기 다양한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인프라 투자에 집중한다는 얘기는 생산 확대보단 클린룸을 미리 확보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시황이 개선되면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는 투자 전략이다. 따라서 장비 보단 건설 쪽 투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삼성전자 시설투자액 29조원은 메모리 시장이 초호황이었던 2017년(43조4000억원), 2018년(29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감소한 수치지만, 다른 연도와 비교하면 최대치"라고 설명했다.
3분기까치 '최소 투자'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가 연말에 연간 총 투자액의 40%가 넘는 돈을 급하게 투입하겠다는 상황이 연출되자 업계에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작년 8월 2021년까지 향후 3년간 AI·5G·바이오·전장부품 등에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올해부터 본격 투자가 이뤄져야 했으나 3분기까지 누적 투자액은 과거 2년과 비교해 턱없이 낮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를 열고 "작년에 발표했던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지난 25일 국정 농단 사건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횡령·배임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정준영 서울고법 형사1 부장판사는 첫 공판이 끝나기 직전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란다", "재벌 총수는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 경제로 나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이른바 경영 훈수를 두기도 했다.
일각에선 판사가 무슨 권한으로 경영 훈수까지 두느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기업 총수로서 할 일을 해달라"를 당부는 삼성 측 입장에선 집행유예 판결 희망을 갖게 하는 발언으로 인식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경제장관회의에서 건설투자 확대 발언을 했다"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인프라 투자는 결국 건설 투자인데, 지금 메모리 시황이 다운턴인 점을 고려하면 사업 방향성과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모두 고려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