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매체 "한국 장비 업체 세메스, 굉장한 성장"
"스크린 기술 습득 후, 거래 끊어" 불편한 기색
2019-11-01 한주엽 기자
일본 경제 매체가 국내 최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세메스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냈다. 매체는 표면으로 자국 장비 회사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삼성전자가 합작으로 기술을 습득한 이후 자국 장비 업체인 스크린 장비를 단 한 대도 사주지 않고 있다면서 은근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세메스는 삼성전자 자회사다. 세메스 매출 대부분이 삼성전자에서 나온다.
일본 온라인 경제매체 JB프레스는 1일 '매엽식 반도체 세정장비 시장서 굉장한 성장을 이룬 한국 기업' 제하 기사로 세메스를 조명했다. 매체는 자체 조사자료를 근거로 2015년부터 매엽식 반도체 세정장비 출하량에서 세메스가 스크린반도체솔루션을 앞질러 1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메스는 686대, 스크린은 412대 매엽식 반도체 세정 장비를 출하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체는 "세메스 성장세가 굉장히 높아 데이터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했다"고 적었다. 2012년만 해도 매엽식 세정장비 시장에서 스크린은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 지위를 유지했지만 세메스에 추월당한 것이다.
반도체 장비는 통상 배치식과 매엽식으로 나뉜다. 배치식은 25~50장의 실리콘 웨이퍼를 한 번에 처리한다. 이 같은 배치식 세정 장비를 다른 말로는 웻 스테이션이라고 부른다. 배치식은 처리량이 빠르지만 정교하지 않다. 매엽식은 웨이퍼를 한 장씩 처리한다. 매엽식은 정교하지만 처리량이 배치식보단 떨어졌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매엽식 장비 처리량이 배치식을 앞질렀다. 이 때문에 근래 세정 장비 시장 주력은 매엽식 장비로 물갈이가 됐다.
JB프레스는 올해 전체 세정 장비 매출액 점유율에서 일본 스크린이 35.6%로 여전히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메스는 31.2%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체는 "반도체 세정 장비 시장은 램리서치와 도쿄일렉트론(TEL)도 참여하고 있지만 지금은 스크린과 세메스 양강 체제가 됐다"면서 "머지않아 세메스가 스크린을 누르고 전체 매출 점유율에서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추후 메모리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면 세메스는 더 큰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1992년 일본 스크린과 합작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1994년 세메스 전신인 한국디엔에스를 세웠다. 합작사 설립 계약 주된 내용은 삼성은 장비 구매를 약속하고, 스크린은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디엔에스 소속 한국인 장비 엔지니어는 일본 스크린 본사에서 기술 연수를 받으며 장비 조립, 조정, 검사, 해체 등 제반 지식을 습득했다. 2005년 한국디에에스는 사명을 세메스로 바꿨다. 2010년 삼성전자는 일본 스크린이 보유하고 있던 세메스 잔여 지분을 완전 인수하며 독립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세메스 지분은 91.54%다.
JB프레스는 "삼성전자가 스크린과 합작으로 세메스를 설립하고 세정 장비 기술을 흡수한 후 단 한 대의 장비도 사주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
국내 장비 업계 관계자는 "초기 기술 일부를 일본에서 배워온 것은 맞지만, 근래 세메스는 초임계 세정장비 세계 첫 상용화 등 자력으로 기술 선도 업체가 됐다"면서 "해당 기사는 중국 반도체 굴기 움직임이라는 현 상황에서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