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부실한 모니터링이 원인”…디엔브이지엘 분석
첫 글로벌 안전인증기관 조사 결과
모니터링과 보호 시스템 고장이 큰 화재 일으켜
2019-11-01 이수환 기자
2017년부터 발생한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의 원인이 부실한 모니터링과 보호 시스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일 글로벌 안전인증기관 디엔브이지엘(DNV GL)은 국내 ESS 화재는 충분하지 못한 모니터링과 보호 시스템 고장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3의 외부 안전인증기관이 ESS 화재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SS 화재 보험사의 의뢰로 진행됐다. 이제까지 진행된 ESS 화재 조사는 정부나 배터리 셀 업체 차원에서 이뤄졌다.
디엔브이지엘의 조사 결과는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관합동 ESS 화재 사고 원인조사 위원회(조사위)’를 통해 ESS 화재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조사위는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 요인 ▲일부 배터리셀에서 제조상 결함을 원인으로 꼽았다.
니콜라스 레논 디엔브이지엘 에너지 담당 이사는 “조사를 통해 한국과 국제 안전 표준의 차이점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화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작은 고장이 큰 화재로 번지지 않도록 적절한 모니터링과 보호 시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SS를 둘러싼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배터리 셀 업체가 여러 차례 주장한 내용이다. 임영호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본부장(부사장)은 지난 10월 14일 ESS 화재 방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ESS 운영의 부실함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설치와 관리는 물론 운영에 있어 부족한 점이 많아 (ESS를) 10년 이상 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며 “해외 사업자는 ESS를 오랫동안 운영해봤고 설치, 운영 법규를 철저하게 지킨다. 이 부분에서 국내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ESS를 늘리는 데만 정신이 팔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과 같은 배터리 셀 업체는 국내 판로가 사실상 막혔다. 제품을 팔아도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등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런 와중에 BYD, 테슬라 등 해외 업체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등 ESS 화재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국내 ESS 화재는 2017년 8월부터 지난 10월까지 28건이 발생했다. 정부 조사위의 조사 발표 이후에도 5건의 화재가 더 났다. 정부는 2차 조사위를 꾸려 ESS 화재 사고 원인을 다시 한번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