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부품협력사, 中 진출 확대 놓고 '동상이몽'
삼성전자·디스플레이, 중국 업체 견제 속
국내 부품업체 중국 진출 확대에는 '눈치'
2020-12-02 이기종 기자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지키려는 삼성의 전략이 국내 부품업체의 중국 고객사 확보에는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품업체가 중국 고객사에 부품을 납품하면 중국 제품 경쟁력이 강화돼 삼성의 시장 점유율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부품업체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눈치' 때문에 중국 고객사 확보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품업체는 삼성과 거래를 하면서 중국 매출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도 "삼성이 중국 업체 부상을 견제하고 있어 국내 부품업체는 삼성 눈치를 보느라 중국 고객사를 조심스레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에서는 한국 부품을 탑재한 중국 제품 품질이 좋아지면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기술력이 비슷하면 저렴한 중국 부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중국 기업과 거래를 늘릴 예정이었지만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삼성의 압력으로 거래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폴더블폰 기술력에 대한 삼성의 단속이 강화됐다. 삼성이 화웨이와 기술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 분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커버윈도 소재인 강화유리(UTG)를 개발하는 한 업체와 독점계약을 맺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수율이 낮은 BOE가 한국 업체 부품을 탑재해 수율을 높이면 화웨이 폴더블폰 메이트X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BOE가 공급한 패널과 메이트X는 완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한국 업체가 이들 업체에 부품을 납품해 품질이 개선되면 장기적으로 삼성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삼성전자와, 거래선 다변화를 바라는 부품업체 사이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는 "국내 부품업체의 일부 핵심 기술은 삼성 계열사와 함께 개발한 사례도 있어 부품업체 단독으로 중국 고객사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향후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완화하면 삼성이 국내 부품업체에 대해 신경써야 할 지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정식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다시 탑재되면 화웨이는 또 다시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앞선 관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없었다면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이미 삼성전자를 앞질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5월 제재 이전 화웨이의 목표는 올해 4분기 스마트폰 시장 1위, 내년 한해 전체 스마트폰 시장 1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