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에어팟 프로 라이트 버전 출시는 '없던 일로'
'30만원대' 에어팟 프로 판매량 기대 웃돌자
라이트 버전 에어팟 프로 출시 계획 백지화
부품 납품 기다리던 국내 부품업체 '울상'
2019-12-19 이기종 기자
애플이 10월 출시한 에어팟 프로가 30만원대의 높은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가자 라이트 버전 모델 출시 계획을 백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복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이 최근 노이즈 캔슬링(소음제거) 등 일부 기능을 빼거나 사양을 낮춘 에어팟 프로 라이트 버전 출시 계획을 취소했다.
애플은 지난 10월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를 출시한 뒤 라이트 버전의 에어팟 프로 모델을 순차로 내놓고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에어팟 프로 판매가 기대치를 웃돌자 라이트 버전 출시 계획을 접었다. 당초 애플도 에어팟 프로가 30만원대의 고가 제품이어서 지금처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에어팟 프로는 미국과 한국 등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뉴욕과 한국 서울(가로수길)에서는 오늘 에어팟 프로를 주문해도 한 달이 지난 다음달 21일에나 받을 수 있다.
에어팟 프로는 전작인 1~2세대 제품과 비교해 가격은 올랐지만 이어팁 착용감과 밀착감이 뛰어나다. 오픈형이던 기존 제품과 달리 커널형(인이어) 디자인을 택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과 주변음 허용 모드를 탑재했다. 노이즈 캔슬링은 두 개의 마이크를 통해 주변 소음을 제거, 사용자가 음악을 듣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 집중도를 높인다. 주변음 허용 모드는 사용자가 음악을 들으면서 교통상황 등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옵션을 말한다.
애플은 제품 출시 당시 자체 설계한 H1 칩이 SiP(System in Package) 설계로 성능을 강화하고 소형화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H1 칩은 10개의 오디오 코어를 장착했다. 사운드부터 음성비서 시리(Siri)까지 모두 관장한다. H1의 극저 오디오 처리 지연은 실시간 노이즈 캔슬링을 구현한다. H1은 2세대 에어팟부터 적용했다. 1세대 에어팟은 애플워치에 사용하던 W1 칩을 탑재했다.
애플 입장에서는 라이트 버전을 출시하지 않으면서 제품 라인업 혼선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존 1~2세대 에어팟과 다른 디자인을 적용하고 노이즈 캔슬링 등을 추가하면서 '프로'라는 제품명을 적용했는데 비슷한 제품이 또 나오면 제품 라인업에 혼란이 올 수 있다. 반면 국내 반도체 패키지 및 소재부품 회사는 울상이다. 국내 부품업체는 라이트 버전 에어팟 프로에 부품을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근 애플의 계획 백지화로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애플에서 에어팟 등 웨어러블 제품 매출은 상승세다. 애플의 2019회계연도 4분기(7~9월) 웨어러블·액세서리 매출은 65억달러(약 7조5600억원)였다. 46억달러(약 5조3500억원)인 아이패드 판매액을 웃돌았다. 웨어러블·액세서리 매출에는 애플워치, 아이팟, 에어팟 등이 포함된다.
무선 이어폰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무선 이어폰은 모두 3300만대 팔렸다. 전 분기보다 22% 성장했다. 판매액은 41억달러(약 4조7700억원)다. 이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은 45%로 1위다. 카운터포인트는 내년 무선 이어폰 시장은 올해 1억2000만대에서 90% 성장한 2억3000만대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