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업계, 유럽 배터리 시장 '노크'
중국 장비 업계와 경쟁 치열할 듯
2019-12-19 이수환 기자
배터리 장비 업계가 유럽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현지 공장 대응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전기차(EV) 배터리 산업 육성에 나선 유럽연합(EU)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엠플러스, 피앤이솔루션, 티에스아이가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접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수주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일부는 폭스바겐과 같은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공장 투자 계획이 구체화되면 곧바로 장비 공급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들 업체가 유럽 시장에 눈길을 돌린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스볼트뿐 아니라 폭스바겐, BMW, PSA 등이 자체 배터리 생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32억유로(약 4조1500억원)의 보조금을 준비 중이다.
수출처 다변화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배터리 장비 업계는 중국 배터리 업체 위주로 수주 활동을 펼쳤지만, 미수금을 비롯해 현지 장비 업체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럽이 배터리 산업 투자에 나서면 그만큼 기회가 많아지고 국내 배터리 업체 대응을 위한 법인이 마련되어 있어 영업 활동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 배터리 시장 공략이 수월할지는 미지수다. 노스볼트만 하더라도 최근 신규 생산라인 조립 공정 장비를 중국 업체에게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소재를 자르고 적층하는 등의 조립 공정 장비는 중국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국내 배터리 장비 업체 가운데 노스볼트 수주에 성공한 곳은 씨아이에스가 유일하다. 씨아이에스는 조립 공정 앞단의 극판 공정 전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중국 장비 업체 협력도 부담스럽다. 중국에선 배터리 법인이 합작사 형태라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일부 장비를 중국 리드차이나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유럽은 미수금으로 골치를 앓을 일은 없으나 중국도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어 업체간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