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디테크놀로지, M&A로 삼성 파운드리 협력사 우회등록 추진
소규모 칩 설계사 아르고 M&A 논의
2020-02-25 한주엽 기자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 국내 디자인하우스 파트너사였던 에이디테크놀로지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삼성 파운드리와 거래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 비교적 큰 규모 디자인 설계 회사가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에 들어오려 하는 모양새여서 기존 협력사가 긴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사인 아르고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아르고는 약 30여명 칩 디자인 설계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 대표인 황재성 사장은 삼성전자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팀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 에이디테크놀로지 김준석 대표 역시 삼성전자 출신이다.
에이디테크놀로지가 아르고를 인수하고 삼성 파운드리 DSP 지위를 갖게 되면 공식적으로 삼성 파운드리를 활용해 사업을 할 수 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에이디테크놀로지 직원 숫자는 75명이었다. 인수를 통해 100여명 규모의 큰 협력사가 생기면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이 같은 소식에 관해 에이디테크놀로지는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최근 TSMC와 VCA(Value Chain Aggregator) 계약을 해지했다고 알렸다. 오는 3월 16일에 계약관계가 종료된다. 에이디테크놀로지가 TSMC와 거래 관계가 종료된 이유로는 삼성과의 ‘밀월’ 때문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신생 디자인하우스 업체 에스앤에스테크놀로지(S&ST)에 일부 파운드리 서비스 관련 디자인하우스 일감을 주고 있다. 이 회사는 베트남 현지에 연구소를 개설해놓고 디자인서비스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회사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주요 디자인하우스 반도체 설계 인력들이 S&ST로 대거 이직하면서 이 회사가 에이디테크놀로지와 관계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TSMC도 이 소식을 접하곤 에이디테크놀로지에 사실관계를 소명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었다. 결국 TSMC와는 거래 관계가 청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디테크놀로지는 기존 친분이 있는 삼성 파운드리 협력사인 S&ST와도 협업 혹은 합병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S&ST는 현재 삼성 일감을 받아서 한창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디자인하우스는 공장 없이 칩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와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 업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팹리스가 칩 설계 코드를 짜면 디자인하우스는 파운드리 업체 공정에 맞춰 생산에 쓰일 웨이퍼 마스크 제작과 테스트 등 백엔드 작업을 맡는다. 삼성전자 DSP의 경우 삼성 파운드리로부터 웨이퍼를 구매해와서 팹리스에 웃돈을 얹어서 팔 수 있는 지위까지 갖고 있다. 일종의 총판 역할까지 하게 되는 셈이다. 단순 설계 용역 사업보다 부가가치가 높다. 현재 삼성전자 DSP로는 하나텍, 알파홀딩스, 가온칩스, 아르고, 세솔반도체가 있다. 세솔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세미파이브로 인수됐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가장 큰 협력 디자인하우스 파트너사인 GUC의 경우 약 500여명의 인력을 갖고 있다"면서 "삼성 파운드리도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위해서는 그 정도 규모의 파트너사가 여럿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