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5G는 '밀리미터파' 활용해야
국내 도입 빨리 이뤄져야
2020-04-06 이수환 기자
국내와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0울트라의 성능은 같을까? 그렇지 않다. 동일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사용하더라도 5세대(5G) 이동통신의 꽃이라 불리는 밀리미터파(mmWave) 대역은 국내선 사용할 수 없다. 밀리미터파는 24GHz 이상의 고주파 대역을 말한다. 6GHz 이하 대역을 사용하는 5G와 비교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지난 2월 26일 삼성전자는 공식 뉴스룸에 공개한 '갤럭시 S20 울트라가 완성되기까지' 동영상에서 밀리미터파 안테나와 모듈을 조립하는 모습을 담아 실제론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요컨대 국내에 5G 인프라가 제대로 감춰지면 현재 출시되는 최신 스마트폰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4세대(4G) 이통동신 시절에도 롱텀에볼루션(LTE)이 먼저 소개됐다. 이후 LTE-어드밴스드(A)가 나오면서 데이터 전송속도가 더 빨라졌다. 통신사들이 LTE-A 마케팅에 열을 올렸던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5G의 경우 미국은 통신사별로 밀리미터파 지원 여부가 달랐다. 같은 5G라도 통신사에 따라 속도 차이가 난다. 이와 달리 국내는 유의미한 정도로 데이터 전송속도가 다르지 않다.
이는 국내 5G가 밀리미터파를 지원하지 못해 나타난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 5G를 기반으로 한 5대 핵심 서비스와 10대 핵심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5G 플러스(+) 정책과 어긋난다. 데이터 속도에 차이가 나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원격의료 등 5G의 핵심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
올해 2월 미국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에서 5G 스마트폰 사용자는 경기장 내의 주요 상황과 서비스를 실시간 AR로 즐겼다. 국내는 아직까지 이런 대규모 데이터가 오가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데이터를 덜 쓰는 VR이나 클라우드 기반의 게임 등에 그치고 있다. 밀리미터파 준비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G 상용화 1주년을 맞아 5G 산업 육성에 총 6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밀리미터파와 관련이 깊다. 지난해 5G 산업 육성에 투입한 3400여억원보다 87% 이상 확대됐다. 당초 통신사들은 하반기까지 밀리미터파 투자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에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었다. 정부가 5G 장비 외에 공사비 지원에 나서면서 밀리미터파 조기 보급의 명분이 섰다.
유선망을 일부 대체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밀리미터파는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의 80% 이상은 실내에서 발생된다. 밀리미터파를 무선랜과 같이 공유하면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와 초저지연성으로 사용자 경험(UX)이 크게 개선된다.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산업용 환경을 구축할 때도 유리하다. 주파수 대역이 높아 직진성이 높다는 특성이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늦었지만 밀미미터파 투자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 실내 초고속 통신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5G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현해 광대역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려면 스마트폰에서 밀리미터파를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며 "기업에서도 밀리미터파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과 기업이 모두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통신망 투자 적기"라며 "밀리미터파로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대한 통신 강국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