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SE 잘 팔리면 국내 부품 업계 악영향 가능성 왜?

아이폰SE, 하반기 아이폰12 수요 잠식 가능성 삼성·LG 등 애플 협력사 부품 물량 줄어들지도

2020-04-27     이기종 기자
애플
애플 아이폰SE가 잘 팔리면 국내 부품업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보급형 아이폰SE가 하반기에 공개될 아이폰12(가칭) 신제품 수요를 잠식하면 국내 협력사의 아이폰12 부품 공급량이 감소할 수 있다. 24일 복수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SE가 애플과 시장 전망보다 많이 팔리면 스마트폰 경쟁사 제품뿐만 아니라 아이폰12 판매량을 잠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관계자는 "아이폰SE와 아이폰12는 사양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수요층이 나뉘는 제품"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아이폰12 대신 아이폰SE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폰SE는 4.7인치 액정표시장치(LCD)를 탑재한 보급형 제품이다. 6인치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용한 최신 스마트폰보다 사양이 떨어진다. 아이폰12 시리즈도 4종 모두 OLED 패널을 적용한다. 하지만 아이폰SE는 최신 A13바이오닉 칩을 적용하고 기본형 가격을 399달러(한국 55만원)로 책정해 호평을 받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애플 충성 고객 중 특정 해에 아이폰을 구입하는 소비자 숫자는 제한돼 있다"며 "아이폰SE는 저렴한 가격에 최신 칩을 적용해 신제품 교체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할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급형 제품이지만 아이폰SE 판매량이 아이폰12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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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화하면 국내 부품업체에는 악재다. 올해는 애플이 처음으로 아이폰 시리즈에 모두 OLED를 적용해 국내 협력사 매출이 크게 늘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납품한다. 패널과 주 기판을 연결하는 연성회로기판(FPCB)은 삼성전기와 비에이치, 영풍전자 등이 공급한다. 더욱이 삼성디스플레이(패널)와 삼성전기(카메라 모듈), 비에이치(FPCB) 등은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판매 부진으로 아이폰12가 많이 팔려야 매출 감소를 만회할 수 있다. 최근 아이폰12 시리즈 출하량 전망치가 당초 9000만대에서 줄어들고 있어, 아이폰SE가 아이폰12 수요를 잠식하면 매출 신장폭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LG이노텍은 아이폰SE 및 12 모두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지만 아이폰12 판매가 많아야 이득이다. 아이폰12 시리즈는 ToF(Time of Flight) 모듈 등 멀티 카메라를 적용해 부품 단가가 높다. 아이폰SE는 후면 싱글 카메라가 전부다. 다만 애플이 아이폰SE 판매가 아이폰12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아이폰SE가 아이폰12 판매를 잠식할 것이라고 판단되면 애플이 물량 조절에 나설 것"이라며 "아이폰12 출시도 연기될 수 있어 잠식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아이폰SE도 코로나19로 공개 시점이 연기됐다"며 "현재 재고 물량이 충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폰SE 수요가 폭증해도 코로나19 때문에 제품 공급을 크게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아이폰SE가 2000만대 이상 출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