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주력' 북미 시장 부진에 중국 ODM 생산도 후순위 밀려
폴더블 등 다양한 폼팩터 개발..."흑자전환도 내년 말에나"
2020-05-12 이기종 기자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 부정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주력인 북미 시장 판매가 부진하고 중국 생산자개발생산(ODM) 전략도 차질을 빚고 있다. 계속된 적자로 인력은 줄일대로 줄였지만, 여기서 더 줄인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본부 전략이 상반기 내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타 업체도 계획을 수정하고 있지만 LG전자는 차질 정도가 크다. 국내외 상황 모두 녹록지 않다.
주력인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1분기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5% 줄었다. 1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 감소율 21%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애플과 삼성전자 판매량은 각각 13%, 23% 줄었다. LG전자는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은 3위다. 지난 1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5G 프리미엄 제품을 미국 등 해외에만 출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북미 시장 중요성 때문이었다.
중국 생산자개발생산(ODM) 업체를 통한 스마트폰 생산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화웨이 등 현지 업체보다 주문 물량이 적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4월 중국 ODM 업체 가동률이 70%로 회복됐지만 LG전자는 물량이 적어서 ODM 생산에서 우선순위가 밀렸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올해 스마트폰을 3400만대 생산하고, 이 가운데 60%인 2000만대를 ODM 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0만대는 화웨이와 샤오미 등의 연간 ODM 생산량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LG전자의 ODM 업체는 윙텍(Wingtech, 闻泰)과 화친(Huaqin, 华勤), 롱치어(Longcheer, 龙旗), 중누오(CNCE, 中诺) 네 곳이다.
LG전자가 올해 ODM 비중을 전년비 두 배인 60%로 올린 것도 원가 경쟁력 제고 차원이어서 나머지 공장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 LG전자는 베트남, 브라질, 중국 옌타이, 칭다오 등에서 스마트폰 등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하던 경기도 평택 라인은 지난해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국내 상황도 만만찮다. LG전자는 15일 5G '매스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벨벳'을 출시하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제품 출고가(89만9800원)가 90만원에 가까워 중가 제품으로 보기 어려운 데다 AP도 퀄컴 중급형 제품을 사용했다. 2년 후 다른 LG 스마트폰을 재구매한다는 조건에 출고가 반값에 벨벳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출고가 50만~70만원대 제품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벨벳이 좋은 성적을 거둘지는 불분명하다. 애플이 아이폰SE 기본형을 55만원에 출시하자 'LG전자는 초상집 분위기'란 말이 업계에 확산했다.
상반기 내내 스마트폰 생산과 판매가 차질을 빚으면서 MC사업본부 흑자전환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흑자전환 시기를 내년 말로 미뤘다"면서 "올해 스마트폰 생산계획 3400만대도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LG전자는 폴더블폰 등 새로운 폼팩터 제품 출시를 놓고도 고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취임한 권봉석 사장은 MC사업본부를 내년까지 흑자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MC사업본부는 지난 1분기까지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휴대폰(스마트폰 및 피처폰) 생산량도 감소세다. 2017년 5728만대, 2018년 3810만대, 2019년 2375만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