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쓴다는 배터리 신공법, 후발 업체들도 속속 도입
배터리 소재 계단처럼 쌓는 스태킹 공정
2020-05-21 이수환 기자
삼성SDI를 필두로 주요 각형 배터리 업체들이 신공법 적용에 나섰다. 와인딩(Winding) 방식 대신 스태킹(Stacking) 공정을 쓴다. 와인딩은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엮어서 돌돌 말아 젤리롤(Jelly roll)로 만드는 기법이다. 스태킹과 같은 적층 방식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을 계단처럼 층층이 쌓는 것을 말한다.
스태킹은 젤리롤과 비교해 배터리 내부 공간 활용도가 높다. 충방전을 반복하면 소재가 변형되는 스웰링(Swelling) 현상을 억제할 수 있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만드는 파우치형 배터리가 그렇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전기차(EV)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길어진다.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파우치형이 100이라면 각형은 85~90 정도다. 대신 내구성이 우수하고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 상대적 약점으로 꼽히는 에너지 밀도가 개선되면서 파우치형 배터리와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외에 CATL, S볼트, 노스볼트 등이 신형 배터리에 스태킹 공정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사각형 금속 캔(CAN)에 배터리 소재를 담아 만드는 각형 배터리가 주력이다. 그동안 와인딩으로 배터리를 만들었다.
신공정 적용을 위해선 노칭(Notching)과 스태킹 장비가 필요하다. 노칭은 배터리 소재의 양극과 음극 탭(Tab)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와인딩에는 쓰이지 않던 공정과 장비가 필요해 배터리 생산에 더 시간이 걸린다. 추가 시설투자(CAPEX)와 연구·개발(R&D)도 필요하다. 특히 롤투롤(R2R:Roll to Roll)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일정상 가장 앞선 업체는 삼성SDI다. 올해 헝가리 괴드 공장에 스택 장비를 도입한다. 이 방식으로 5세대(젠5)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CATL도 올해 같은 형태의 배터리를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완성차 업체인 장성기차에서 독립한 S볼트는 내년 6월부터 신공법을 적용한 각형 배터리를 내놓는다. 에너지 밀도가 최대 590와트시리터(Wh/L)다. 리튬인산철(LFP) 기반이다. 삼성SDI와 CATL은 코발트가 적용된 삼원계다. 에너지 밀도가 각각 660Wh/L, 670Wh/L이다. 리튬인산철보다 에너지 밀도가 더 높지만 가격은 10~15% 정도 더 비싸다.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인 스웨덴 노스볼트도 스태킹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스태킹 장비의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중국 배터리 장비사인 리드차이나와 맺은 계약을 파기하고 국내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각형 배터리는 2017년 시장점유율이 30%대까지 하락했으나, 지난해 40%대로 회복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 대부분이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