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엔, 배터리용 실리콘 음극재 기술 개발
천연·인조흑연 모두 활용 국내 배터리 대기업과 성능 테스트
리튬이온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이 개발됐다.
26일 전자재료 전문 기업 엘피엔(LPN)은 배터리 용량과 수명을 개선할 수 있는 나노 실리콘 기반의 고용량 음극재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주요 기업에 공급하기 위한 테스트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기존 실리콘계 음극재보다 더 높은 용량과 효율을 검증받았다. 가공시 버려지는 천연흑연을 음극재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포스코케미칼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천연·인조흑연을 모두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음극재는 양극에서 발생한 리튬이온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안정적인 구조가 필수적이라 탄소로 이루어진 흑연을 주로 쓴다. 다만 흑연은 용량을 키우기 어렵다.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순도 제품 생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흑연의 고유 장점을 유지하면서 성능은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음극재는 배터리의 성격을 결정한다. 음극재가 바뀌면 시스템이 달라져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라고 부를 수 있다.
음극재 시장은 중국과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원료인 흑연 매장량이 풍부하고 일본은 원천기술이 많다. 최근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음극재 성능 개선의 필요성이 커졌다. 현재 널리 사용하고 있는 흑연계 음극재는 이론적인 최대 용량이 372밀리암페어(mAh)/g에 불과하다. 리튬메탈, 리튬티타늄 화합물(LTO)이라는 대안이 있으나, 가격이 비싸고 양산이 어렵다.
엘피엔은 천연·인조흑연에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는 질화규소(SiN×)계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흑연 위로 SiN×를 코팅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일부 업체가 음극재에 산화규소(SiO×)계 소재를 코팅해 공급하고 있으나 용량과 효율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정영운 엘피엔 대표는 "SiN× 소재에 대한 중국 국가공인기관과 국내 S사와의 평가 결과 90% 이상의 효율과 520mAh/g의 용량이 동일하게 나왔다"면서 "SiN× 특허를 확보했고 제품 생산을 위한 장비도 국내 P사에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엘피엔은 흑연 자체의 특성을 높이는 기술도 갖췄다. 나노 실리콘 분쇄 기술로 흑연을 30나노 크기까지 빠르게 분쇄할 수 있다. 흑연은 크기가 작을수록 출력 특성이 좋아진다. 그러나 생산성이 떨어진다. 엘피엔은 독자 설비 기술로 기존 대비 10배 생산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10시간이 걸리던 작업을 1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엘피엔은 음극재 원료인 천연흑연을 재활용할 수 있는 조립구상 기술도 보유했다. 여기서 구는 둥근 물체(구, 球)를 의미한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음극재용 천연흑연은 광산에서 원료인 흑연을 구형화(구상흑연)해 만든다. 평균 수율이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 흑연은 버린다. 엘피엔 천연흑연 조립구상 기술은 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폐기물을 12마이크로미터의 구상흑연으로 합쳐서 만들 수 있다.
엘피엔의 음극재 제조 기술은 독자 연구개발(R&D)로 확보했다. 특히 천연흑연 음극재 양산 라인 설계에 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포스코케미칼에 이어 새로운 음극재 기업으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까지 경기도 화성시에 실리콘계 음극재 생산을 위한 파일럿 생산 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연산 4만8000톤 규모의 공장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엘피엔은 2012년 설립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자재료 개발과 생산 전문이다. 국내외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에 핵심소재를 공급했다. 배터리 소재 사업은 신규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