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케미칼, 배터리 음극재 사업 첫 추진... 삼성SDI·종기원이 기술 전수
삼성SDI, 중국 BTR와 한솔케미칼서 동시 조달할 듯
2020-06-03 이수환 기자
삼성가 방계 그룹 계열사인 한솔케미칼이 삼성SDI와 손잡고 배터리 4대 핵심 재료 중 하나인 음극재 시장에 진출한다.
삼성으로부터 기술을 받아 차세대 음극재라 불리는 실리콘계 제품을 개발, 양산,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한솔케미칼은 배터리 내부 점접착제로 쓰이는 바인더 사업을 보유하고 있긴 하나 핵심 재료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으로부터 모든 기술을 제공받는 '전략 동반자' 관계를 형성했다. 개발에 성공하면 곧바로 매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케미칼은 삼성SDI에 실리콘계 음극재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전주 공장에 파일럿 라인을 마련하고 개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성능 검증 이후 곧바로 양산하기 위해 지난해 익산 제3일반산업단지에 9만4000㎡(2만8435평) 규모 토지를 마련했다. 2023년까지 1373억원을 투자한다. 한솔케미칼은 지난해 익산시와 투자협약을 하며 "2차전지 소재 등을 생산할 계획"이라고만 밝혔었다. 한 관계자는 "그 공장에서 삼성SDI로 공급할 실리콘계 음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SDI가 사용하는 실리콘계 음극재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했다. 삼성은 2015년경 중국 대형 배터리 소재 업체 BTR로 기술을 전수해주며 단독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는 이번에 조달 물량 확대를 위한 이원화 전략으로 한솔케미칼을 지정했다. 한솔케미칼의 삼성종기원 기술 이관 사업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퀀텀닷(QD) 소재를 생산해 미래나노텍 등에서 필름으로 만들고 있다. 이 필름은 다시 삼성전자에 들어가 TV에 적용된다. 소재 기술을 넘겨받아 양산화에 성공한 경험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음극재는 양극에서 발생한 리튬이온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안정적인 구조가 필수적이라 탄소로 이루어진 흑연을 주로 쓴다. 실리콘을 섞으면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충전속도도 빨라진다. 다만 실리콘은 충‧방전을 거듭할수록 부피 변화가 커지고 입자가 부서지는 등의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단독으로 쓰지 못하고 흑연과 일정 비율로 섞어서 사용한다. 현재 5% 정도를 첨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솔케미칼은 배터리 전극에서 활물질(양극재‧음극재)과 도전재(전하를 전극까지 이동시키는 역할)를 집전체(양극과 음극에서 전자를 외부로 전달하기 위한 금속)에 단단히 붙여주는 바인더 사업을 하고 있다. 실리콘계 음극재 양산에 성공할 경우 배터리 재료 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대주전자재료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실리콘계 음극재 상용화에 성공하게 된다. 포스코케미칼도 실리콘계 음극재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 BTR는 위기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BTR는 천연흑연 시장에서 42%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인조흑연 등 고부가 음극재에선 히타치케미칼, 샨샨(ShanShan), 쯔천(Zichen) 등에 밀린다. 국내에선 대주전자재료가 LG화학에 실리콘계 음극재를 공급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음극재 수요량은 약 19만톤이었다.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수요량이 약 136만톤 수준으로 연평균 3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