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삼성' 빈 그룹, 배터리 프로젝트에 한국 장비사 러브콜

에스에프에이 등 참여 의사 동남아 최대 배터리 생산 계획

2020-06-17     이수환 기자
국내 매출 1위 장비 업체 에스에프에이(SFA)가 베트남 최대 기업인 빈(Vin) 그룹이 추진하는 배터리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빈그룹은 호찌민증권거래소 시가 총액 1위로 베트남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부동산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에스에프에이는 지난해부터 배터리 장비 사업을 본격화했다. 빈그룹 배터리 사업 수주에 성공한다면 상징성은 물론 해외 배터리 장비 수출에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빈그룹은 자동차 사업을 담당하는 빈패스트(VinFast)를 통해 자체 배터리 셀 생산을 추진한다. 에스에프에이에 견적의뢰서(RFQ:Request for Quotation)를 보냈다. 에스에프에이는 내부 논의를 통해 참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수주 성공을 위해 윤성에프앤씨, 에이프로 등 다른 장비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빈패스트가 배터리 생산 라인 턴키 조달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동남아 최대 배터리 공장이 될 이번 프로젝트는 연산 2.5기가와트시(GWh) 규모다. 21700 규격 원통형 배터리(지름 21㎜, 높이 70㎜)가 대상이다. 빈그룹 내부에선 최대 5GWh로 증설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선 1GWh당 시설투자(CAPEX) 비용을 800~1000억원 정도로 본다. 토지, 건물, 장비 등을 모두 더해서다. 계획대로 5GWh라면 5000억원 가량을 사용하는 셈이다. 에스프에프에는 물류와 이송 시스템을 포함한 후공정 전반을 담당한다. 양극, 음극, 분리막 등을 조합해 셀을 만드는 조립 공정도 고려 대상이다. 다만 에스에프에이는 파우치형 배터리 장비 개발 경험만 있다. 원통형 배터리 장비는 공급한 경험이 없다. 자체 개발보다는 외부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윤성에프앤씨는 믹싱 공정, 에이프로는 배터리 활성화를 위한 포매이션 장비를 맡을 전망이다. 당초 빈패스트는 LG화학과 함께 배터리 셀 라인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양사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2019년 4월 배터리 팩 합작사만 설립했다. 이후 빈그룹은 국내 탑전지라는 배터리 소재, 셀 설계 업체와 협력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베트남 1호 전기차(EV)를 내년 1월부터 양산할 계획이고 호주에 자동차와 배터리 연구·개발(R&D) 센터를 마련하는 등 배터리 내재화 의지가 강해 양산 경험이 풍부한 국내 장비사와 꾸준히 교감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에스에프에이 외에도 국내 장비 업체 다수가 빈패스트 배터리 프로젝트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며 "빈패스트에서 한국 배터리 업계 관계자가 다수 근무하고 있어서 국내 장비 업계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