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도 SSD 시대…가장 중요한 대역폭과 대기 시간
빠르게 원하는 데이터 활용
2020-07-08 이수환 기자
2년마다 집적회로의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2배씩 높아진다는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시장을 이끈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근거였다. 다만 CPU 성능과 비교해 다른 반도체는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CPU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버퍼 메모리를 여러 개 마련하는 것이 당연했다. CPU 코어 주변을 둘러싼 레벨1(L1), 레벨2(L2), 레벨3(L3) 캐시가 대표적이다.
해결책은 CPU와 주변 장치들을 하나로 묶어 동기화하는 방법이다. 몇 가지 사례가 있다. 과거 캐시는 CPU 밖에 설치됐으나 지금은 하나로 통합됐다. 메모리 컨트롤러도 마찬가지다. 다이(Die) 하나에 여러 개의 기능을 통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인텔 3D 패키징 기술인 포베로스(Foveros)가 대표적이다.
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AI) 프로세서 등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다이에 쌓았다. 기존 패키지 온 패키지(PoP:Package on package)가 메모리 적층에 그쳤다면, 포베로스는 다양한 고성능 칩과 입출력(I/O) 인터페이스까지 품었다.
다만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끄집어 쓰거나 지우는 등의 작업이 이뤄지는 스토리지는 상황이 다르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서 솔리드스테이드라이브(SSD)로 혁신이 이뤄졌으나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여전하다. 데이터를 여러 번 처리하려고 해도 더 이상 성능 향상에 한계가 발생하는 '암달의 법칙' 때문이다.
SSD로 대기 시간과 응답속도를 크게 개선했지만 데이터가 오고가는 버스(Bus), 데이터를 계산해 처리하는 서버 내부와의 속도 차이는 여전하다. 캐시, 메모리, 버스와 같이 한정된 자원을 프로세스(컴퓨팅 작업의 단위)가 가져다 사용하려고 하니 데이터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이 가진 성능 100% 끌어내도록 유도
가장 간단한 방법은 스토리지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일이다. 문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다. 낸드플래시 위주의 SSD는 대기 시간을 줄이기 어렵다. 특히 쓰기 작업에서 그렇다. 인텔이 옵테인 SSD를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선보일 신형 옵테인 SSD(코드명 엘더스트림)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일반 낸드플래시 SSD와 비교해 데이터 쓰기 중 처리량이 39%(델EMC VXRAIL에 설치된 VM웨어 기준) 줄었다. 그만큼 데이터 버스를 덜 사용한다는 의미다. 데이터베이스 성능 효율은 61% 늘었다.
읽기 대기 시간은 시스템 성능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기 시간이 줄어들수록 데이터에 접근하는 속도가 빨라져서다. 옵테인 SSD는 낸드플래시 SSD처럼 백그라운드 쓰기, 읽기 지연이 발생하지 않는다.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CPU는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스토리지에 신호를 보낸다. 스토리지는 저장된 데이터를 주메모리(D램)에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개의 소프트웨어 계층을 통과해야 하고 4~10마이크로초(μs)의 대기 시간이 발생한다. 짧은 순간이라도 빅데이터 처리나 과부하 상태에선 문제가 될 수 있다.
인텔은 D램 슬롯에 장착해 사용하는 옵테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로 소프트웨어 계층에서 발생하는 대기 시간을 최소화했다. 인텔에 따르면 인-메모리(In-Memory) 분석은 8배, 카산드라(Cassandra) 데이터베이스는 9배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 SPA 하나(HANA)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서버를 재부팅했을 때 걸리는 시간은 불과 16초다. 34분이 걸리는 D램 기반 서버와 큰 차이를 보인다.
줄어든 대기 시간은 데이터 버스의 여유를 가져온다. 대역폭을 100%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SCSI(Small Computer System Interface)나 SAS(Serial Attached SCSI) 등의 인터페이스 성능을 제대로 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스토리지 외부와 내부의 데이터 버스 속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PC, 서버에 관계 없이 스토리지를 HDD에서 SSD로 바꿨을 때 CPU, D램 사양이 높아지지 않아도 시스템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고 느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밀리초(ms)에서 마이크로초(μs)로 데이터 접근이 빨라져야 인터페이스가 제성능을 낸다.
인텔 옵테인 SSD는 스토리지 본래의 성능을 내도록 유도하면서 CPU나 D램의 부담을 낮춰준다. 낸드플래시 SSD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면서 시스템 전반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