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애플에 아이폰 렌즈 납품하려면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애플은 라간정밀 눈치 봐야 1000억원대 시설 투자하면 렌즈 대량 공급 가능성

2020-07-29     이기종 기자
삼성전기가 애플에 렌즈를 공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량 공급하려면 1000억원대 시설투자, 그리고 삼성전자와 대만 라간정밀 등의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가 애플의 렌즈 공급망에 진입하더라도 대량으로 렌즈를 납품하려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능력 외에도 여러 업체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는 삼성전기와 중국 서니옵티컬이 애플 렌즈 공급망에 포함될 것이란 예상이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렌즈 생산능력은 월 1000만개 내외로 알려졌다. 애플은 렌즈 협력사에 월 수천만개 렌즈를 생산할 수 있는 전용 라인을 요구한다. 애플 요구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삼성전기는 기술 내재화를 위해 렌즈를 제작해왔기 때문에 렌즈를 대량 생산할 필요는 없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카메라 모듈을 직접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때문에 삼성전기가 애플 렌즈 공급망 진입을 넘어 렌즈를 대량 공급하려면 최소 1000억원 이상 시설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기가 향후 1000억원대 신규 렌즈 시설투자를 공시하면 애플에 렌즈를 대량 공급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라간정밀의 이해관계도 걸림돌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삼성전기의 애플용 렌즈 생산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카메라 기능 중 애플 아이폰과 가장 큰 차별점은 잠망경 형태 광학줌(폴디드줌)이다. 프리즘으로 빛을 꺾어서 이미지센서에 전달하는 망원 카메라다. 삼성전기는 지난해부터 폴디드줌을 양산 개발했다. 애플은 2022년께 아이폰에 폴디드줌 적용을 계획하고 있지만 LG이노텍 등 기존 협력사 중 폴디드줌 양산 적용 사례가 없다. 오필름이 지난달 폴디드줌을 개발했다고 밝혔지만 지난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인권 침해' 중국 기업에 포함됐다. 오필름은 앞으로 미국 기술 사용이 제한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기가 애플에 망원 렌즈를 공급해 애플이 폴디드줌 기술 격차를 좁혀오면 삼성전자에는 위협이다. 애플은 또 라간정밀 눈치를 봐야 한다. 세계 1위 렌즈 업체 라간정밀의 렌즈 생산능력은 월 1억9000만개다. 대만 지니어스(GSEO)도 애플에 렌즈를 납품하지만 라간정밀 비중이 절대적이다. '빅 바이어' 애플도 라간정밀이 '몽니'를 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기와 함께 애플 렌즈 공급망 진입이 거론되는 서니옵티컬은 렌즈 생산능력도 월 1억5000만개이고 폴디드줌도 화웨이 등에 납품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란 점이 애플에 걸림돌이다. 애플은 미중 무역분쟁 확대 후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시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서니옵티컬의 폴디드줌 품질은 삼성전기 제품에 뒤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애플이 폴디드줌 아이폰 적용 시기를 앞당기고 LG이노텍의 폴디드줌 개발이 늦어지면 삼성전기의 애플용 렌즈, 나아가 폴디드줌 모듈 납품 가능성은 올라간다. 애플이 폴디드줌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반사거울로 빛을 꺾는 방식이어서, 프리즘으로 빛을 꺾는 코어포토닉스 특허를 침해하거나 기술 면에서 애플 특허가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코어포토닉스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