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번엔 LG·SK 만드는 파우치형 배터리 노린다
CATL·AESC·완샹·파라시스
다임러, 폭스바겐에 공급
2020-08-26 이수환 기자
중국 배터리 업계가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량을 높이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계는 주로 원통형, 각형 배터리를 만들었다. 배터리 플랫폼 다양화를 통해 완성차 업체 공략에 속도를 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은 다임러 신형 전기차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이 해외 완성차 업체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터리는 크게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등으로 나뉜다. 그동안 중국 내에서 파우치형 배터리는 비주류였다. 업계 1위와 2위인 CATL, BYD는 원통형과 각형 중심으로 배터리를 생산했다. 배터리 생산량 톱10 기업 대부분이 각형 배터리 위주의 사업을 펼쳤다. 파라시스, 완샹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들었으나 전체 배터리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이하에 불과했다.
변화가 생긴 것은 중국 에너지 기업 인비전이 지난 2018년 일본 AESC를 인수하면서다. AESC는 파우치형 배터리 전문 업체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이 EVE에너지와 합작사를 설립하며 파우치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가 늘어났다. 올해 폭스바겐, 다임러가 파라시스에 지분을 투자한 것도 중국 내에서 파우치형 배터리 입지를 넓힌 계기가 됐다. 다임러는 아예 CATL에서 각형이 아닌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제품이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배터리 업계가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면 그만큼 완성차 업체 배터리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 파우치형 배터리 관련 연구·개발(R&D), 장비 관련 인력과 업체가 풍부해 중국이 빠르게 추격할 수 있다.
중국 현지 시장조사업체 배터리중국에 따르면 7월 파우치형 배터리 사용량은 314메가와트시(MWh)로 6월과 비교해 24.2% 늘어났다. 각형 배터리는 3798MWh(3.7GWh)로 10배 이상 많다. AESC가 쑤저우에서 2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마련 중이다. 1단계 공사가 올해 4분기에 끝난다. 파라시스, 완샹도 추가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플랫폼 확대 자체가 우리에게 위협적인 일"이라며 "아직 기술력이나 생산량에 있어서 국내 기업들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각형과 함께 파우치형 배터리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